'피'에 해당되는 글 41건

  1. 2012.01.14 모순, 환멸
  2. 2011.11.28 잊을 수 없는,
  3. 2011.05.27 거짓
  4. 2010.10.10 가면극, 복수극
  5. 2010.05.02 이해
  6. 2010.01.28 고장
  7. 2010.01.03 눈물 4
  8. 2009.12.16 미련 1
  9. 2009.12.10 거울
  10. 2009.11.04 자만



살아있음을 후회하는 하루가 하나 더 쌓여간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살아있고 싶어서 고통 속에서 싸워왔던 하루.. 그리고 또 하루.
당신들에게는 그저 관심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나에게는 서로의 생존을 걸어야만 했던 절실한 나날들이었어.
그리고 그 끝은 소멸 밖에 없었음을.. 당신들은 또 뭐라고 말할까.

살아있어도 괜찮다는 이유를 찾고싶었다.
모순 끝에 자신을 죽여버렸어도, 나는 여전히 살아있으니까.
그러니 지금 이렇게 내가 살아있어도 괜찮다고-
그 이유를 나 혼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타인에게서 찾고싶었다.
살아있어도 괜찮다는, 그저 그 말 한 마디가 듣고싶었을 뿐이었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잘못됐던 걸까..
뭐가 그렇게 잘못되었기에 나는 언제나 또 이렇게 거절을 마주해야하는 걸까..
그 한 마디 듣는 것조차,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않았던 건지..

사실은 나도 알고있었어.
누구도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은 없다는 걸.
당신들의 눈에 나는 그저 ..로 보일 뿐일테니까.

그래도 기대하고 싶었다.
한 번은 죽였으니까, 그 정도의 절망을 겪었으니까..
이런 나일지라도, 아주 작은 구원은 있을 거라고.. 믿고싶었다.
그렇게 또 다시 당신들이 보여준 환상에 속고, 그 거짓에 목이 메인다.

차라리 그때 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럼 이렇게 또 기대하고 괴롭지 않아도 됐을까.
살아있기 때문에 이렇게 또 하나, 자신을 환멸하는 이유가 늘어버렸다.

나는 대체 얼마나 더 나를 증오해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상처입혀야, 상처입지 않을 수 있는 걸까..

Posted by sey :
또 하나의 끝. 그리고 그 3 번째의 날.
그 모순을..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죽어가는 감정들만큼.. 실감 또한 죽어간다.
생의 실감이 없다는 말은 분명 그 변명이겠지.
실감이 없어도 괜찮아.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슬프지도, 불행하지도 않을테니.
허무로부터 얻는 것이 허무 뿐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채울 수 있는 그릇조차 없었으니까.

그것이 당연한 일,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구원..
그걸..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치고 또 도망쳐도.. 다시 심장이 죄여온다.

나는.. 용서받지 못하니까.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죽여왔어야만 했던 걸까.
그거 알고있어? 그 한 마디, 한 마디 따뜻한 위로가 날 죽여가고 있었다는 걸..
그 빛이, 그 미래가.. 나의 환상일 뿐이었다면-
지켜주지도 못할 그 환상들을.. 왜 내게 보여준거야..

그렇기에 잊어버릴 수가 없어..
그 증오를, 그 허무를..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겠어.
존재하는 것조차 용서할 수 없었기에 지우려고 했던.. 그 증오의 절실함을.
포기하고 또 포기하고, 따스함을 죽여야만 했었던 절망을.
당신들이 보여주었던 환상이, 그리고 그것이 깨져버린 거짓의 추악함이 얼마나 날 목졸라왔는지.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기쁘다고 말해주었던 그 순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소중하다고 했었던 그 말이 얼마나 기뻤었는지..
그 상냥함이 얼마나 나의 희망이 되어주었는지..
당신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어?

지금은 비록 그저 껍데기일 뿐일지라도, 흉내라고 하더라도.. 괜찮아.
살을 찢는 차가운 고통과 나를 태우며 흘러내리는 피는 최소한 내겐 환상이 아닐테니.
무엇이든 죽여왔다면, 그 환상마저도 죽이면 돼. 그 위로마저도 죽이면 돼.

잊지 않았겠지? 한 번 죽어버린 건, 다시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자신을 죽여버린 나는.. 나를, 그리고 당신들을 용서한 적이 없어.
Posted by sey :

In anticipating tomorrow, one loses today..

또 다시 고통만이 남아,
Posted by sey :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살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병적인 욕망을 일시적으로 억누를 수 있다고.

무언가를 죽이는 것 이외에는 의미를 가질 수 없었던 존재의의와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살인 충동만이 남은 강박.
그걸.. 대체 누가 이해해줄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이해받지 못하고 끝날지라도, 그걸로 괜찮았던 거냐.
이제는 물어볼 수도 없게 되었지만.. 너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그런 일을 겪었으니까 이제는 행복해져도 된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죽지않고 살아남았으니까 그걸로 된거냐?

이면은 죽었다. 내가 아니라, 오직 이면만이.
그리고 일시적으로는 그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
왜냐면, 병적으로 죽음에 집착했던 건 이면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나에게는 나를 죽이려는 충동만이 잔류해.
당신들이 그렇게 비난하고 죽여없애려고했던 이면이 죽었는데도, 왜 나는 그대로인 걸까.
나는.. 여전히 당신들을 미워하고, 죽이고 싶어.
이상하잖아, 그건.
어쩌면 죽었어야 할 쪽은.. 내가 아니었을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그저 다시 어긋나기 시작했던 출발선으로 돌아왔을 뿐.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멈춰서서 죽어갈테니.
운 좋게 일시적으로 충동을 억누를 수 있게 되었을지라도
결국은 또 같은 결말을 향해갈 뿐이야.
나를, 죽인다-는.

뻔해.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하겠지.
아아, 고결하신 당신들께서는 자신의 모든 가치관과 세계관을 한 순간에 바꿀 수 있는 모양이지?
이미 그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버린 죽음의 관념을, 이제와서 바꾸라고?
그거 알아? 인간은 한 번 무언가를 알게 되면 그걸 알기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나도 아무런 합리적인 동기나 이유가 없다는 걸 알아.
틀렸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저항할 수도 없어.
왜냐고?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으니까.
어차피 당신들은 이해하지도, 최소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겠지.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 자신들의 일이 아니니까.
그저 나를 비정상이라는 범주에 넣어두고 안식하며 부정해버리면서.
너희들은.. 알고있었으면서도 막지 않았던, 나와 같은 공범이야.

그렇게 또 다시 나는 가면과 이면으로 어긋나서
복수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행복을 위해 서로를 죽일 거다.
그 쌓여가는 증오로 또 언젠가는 이 충동에 저항할 수 없게 될 거라는 걸 안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저항을 포기하는 순간 찾아오게 되는 그 불안의 소멸을,
내가 바라는 안식이라는 건.. 그것 뿐임을.

죽기 전까지 끊나지 않을 가면극이자, 복수극.
이번에도 내가 죽지 않는다면, 나는 또 다시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
언젠가 내가 죽을 수 있을 때까지 이 반복은 끝나지 않을테니까.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기계적으로 칼날을 밀어내고, 튀긴 피가 벽면에 새겨질 뿐.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칼날을 흐르는 피가 투두둑 떨어진다.
...다시 밀어낸다. 또 밀어낸다.
이제는 예전처럼 스스로를 다그칠 필요도 없다.
알고있으니까.
인간은 한 번 무언가를 알게 되면 그걸 알기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그저 난, 침묵하며 방관할 뿐.

이제서야, 두 번째에서야 알 것 같다.
이런 내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걸.
그런 길을.. 같이 걸어가줄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걸.
실망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누구라도 그럴테니까.
한 가지.. 조금 슬픈 게 있다면,
오직 사람만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줄 수 있다는 말.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겠지..

하하, 타인에게서 의미를 찾는다니..
웃기지도 않는군.
Posted by sey :



그건, '거짓' 이 아니냐고.. 내게 물었다.

끊임없이 나를 죽여가며 얻어낸.. 공허한 가면극.
어차피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잖아.
처음부터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처럼 착각하고 공감하는 연극처럼
가면이라는 연출로도 당신들을 속이기에는 충분했으니까.

어차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당신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러니까.

내가 같이 죽어달라고 했냐?
같이 피를 흘리고, 상처를 내자고 했냐?
아니잖아. 그런데 왜 당신들은 내게 자꾸만 강요를 해?
왜 자꾸 날 없애려고 해?

내가 어떤 기분으로 나를 그어내는 지,
그럴 때마다 잔류하는 죽음이라는 강박과 고통이라는 공포를 이해해달라고 한 적 없잖아.
언제나 형식적인 질문과 답이 오갈 뿐, 결국은 무엇 하나 직시하지 않아.
일방적인 걱정이라는 보살핌 속에서 나는, 이렇게나 망가지고 있었다는 걸..

그 누구도 누군가를 이해할 수는 없어.
지식으로 아는 것과 경험으로 아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이해한다는 그 상냥한 거짓말을 경험한 이제는 알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속일 수 밖에 없는 거야.
그걸로나마 당신들 혼자서만은 타협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상처내도 상대가 인식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내 상처는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
그렇게 당신들은 내 가면만이 '나' 라고 착각하고 그거에 만족하면 돼.
아무리 상처내고 피를 흘려도 보여주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이제까지 그렇게 만족해온 것처럼, 그렇게 내가 죽을 때까지.
내가 다시 한 번 죽어줘야 만족할 당신들이니까.

언젠가 당신들은 내가 변하길 원한다고 했었지.
좀 더 밝은 방향으로, 과거에서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기를.
하지만 그게 당신들과는 무슨 상관인데.
내가 변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기뻐할 거라는 헛소리라면 집어치워.
그래서 뭐가 기쁜 건데? 기쁜 게 있기는 하냐?
아니면 자기만족인가? 죽어 마땅한 쓰레기 한 명의 인생을 구제해주었다는.

이해할 수가 없어.
웃으면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당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도일지라도 나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잖아.
당신들이 원하는 건 나와의 공존이 아니라 오직 완전한 가면 뿐이니까.

그런 가면 뒤에서 내 연극에 함께해준 당신들을 얼마나 경멸하고 있는지 모를테지.
내가 얼마나 당신들을 증오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끝날 거라고 생각해.
그 타인이라는 존재에 수 없이 절망하고 환멸했던 나 또한
누구도 알아주지 못한 채 사라져갈 거라는 걸..

그래, 당신들과 나, 우리들이 키워 낸 증오가 결국 날 잠식해가는 거야.
'가면' 과 '이면' 이라는 모순으로.. 또 저주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가엾고 역겨워서
하루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Posted by sey :
...그저, 조금 화가 났을 뿐이야.
이런 상처들이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아무런 실감조차 없는 나에게
'오늘은 할 일이 있으니까, 이 정도면 그만해도 되겠지..' 라던가,
이제는 상처를 낸다는 것이 그저 매일 양치질을 하는 것과 같은 부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그저 나를 죽이기 위해, 자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를 죽여온 게 10 년이 되었다.
9 년이 되기 전에 죽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지금까지.
어쩌면 일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고통.
거기엔 어떤 감정도, 의미도 없으니까.
그렇기에 화가 났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칼을 잡는다.

내 곁에서, 수 없이 나를 죽여오고 지켜줬던 칼.
모두가 떠나도 언제나 내 옆에 있어줬던 유일한 존재.
그 칼을 고쳐잡고 상처를 내기 직전, 아무리 익숙하다고 할지라도 두려운 건 변함이 없다.
이대로 그만둘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그저 익숙해졌을 뿐.. 고통이 두려운 건 너무나 당연하기에.

'앞으로도 살아갈 자신이 있어?'
두려움에 칼을 놓으려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살아간다는 의미, 앞에 놓여진 수 많은 고통과 싸워나갈 수 있겠냐-고.
...자신이 없다. 분명, 자신이 없어.
앞으로를 살아간다는 것이 지금 나를 그어내는 고통보다 훨씬 더 두렵다.
그렇기에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나를 죽이는 것을 택할 것이다.

칼날이 지나가고 벌어진 상처 사이가 충혈된 안구에 붉게 스며든다.
손목을 관통하는 하나의 선과 그 선이 새하얗게 사라져가는 느낌.
그 느낌을, 잊을 리가 없다.
그 상처 때문에 응급실로 끌려가 한동안 왼손을 쓰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상처는 그때보다 더 심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아, 이 정도로 상처를 내는 건, 얼마만일까.


고통으로 울부짖는 왼팔을 억누르고 처음으로 확인한 것은 '손가락이 움직이는가' 였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힘겹게나마 움직여지는 모습에 안도감과 한심함이 뒤섞인다.
이번에도 결국.. 이 정도 밖에 상처내질 못하는 나약한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기에.

만약 상처를 내지 않고 칼을 내려놓았다면, 더 화가 났을 것이다.
내일을 살아갈 자신도 없는 주제에 자신을 죽이는 것조차 하지 않는 나약함을,
계약을, 복수를 포기한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니까.
...앞으로를 살아갈 자신이 없으면서 오늘을 살고 싶다는 건.. 죄야.

살아있으면 안되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추악한 자신을 죽이는 것 뿐.
나를 죽여가기에 아직은 살아있어도 괜찮을테니까.
그걸로 의미를 부여받고, 그 존재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게 나를 죽여가며 조금이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나를 죽여가며 조금씩 희미해지는 내 내일에 안도해왔으니까.
오늘을 살아있기 위해서는 날 죽여야만하는 모순이 나를 죽이고 나를 살아있게 해.


그렇기에.. 익숙함이라는 변명으로 날 죽이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났을 뿐이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저주하게 만들어줄거란 경고를 무시한 결과이기도 하니까.

차갑게, 그리고 서서히 뻣뻣하게 굳어가는 왼손.
손가락에 힘을 주는 일이나 단순히 타자를 치는 것조차
벌어진 손목의 상처 사이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왼손을 무리하게 사용할 때마다 지혈이 되지 않아
거즈조차 감당할 수 없을만큼 피가 흘러내렸다.
피가 소매에까지 스며들어 붉게 얼룩진 옷과 멈추지 않는 피.
그럼에도.. 나는 다시 상처를 벌리고 칼날을 쑤셔넣는다.
이걸로, 화는 조금 누그러진걸까.

언젠가 의사가 나에게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곧 왼손을 쓰지 못하게 될 거라고, 말했었다.
단순히 주먹을 쥔다거나 펜을 잡는 것조차 힘든 지금 내 왼손을 보면,
그 언젠가가 그리 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최소한 지금은.. 평소처럼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동안은 왼손을 자유롭게 쓰지는 못할테니..

손에 배긴 피 냄새에 구토가 나올 것만 같다.
아니, 오히려 역겨운 건 피 냄새가 아니라 내 자신일거다.
무언가를 죽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내가.

그렇게 언젠가는 이 정도의 상처에 익숙해지고,
그때는 또 다시 그 이상의 상처를 내야겠지..
상처를 내는 그 순간에.. 언제나처럼 망설이겠지만,
또 언제나처럼 결국에는 칼을 쥔 손을 움직일 거라는 걸 안다.

'앞으로도 살아갈 자신이 있어?'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기에,
그리고 앞으로를 살아간다는 것이 훨씬 더 두렵기에.


그렇게 난.. 역시나 복수를 선택할거라고, 말했었다.
복수라는 그 말의 의미를, 결과를 알면서도 선택한 길이기에.
그 말을 듣고, 화를 냈었던 것 같다.
여태까지 내가 했던 말들 중에서 가장 진심이 담긴 말 같다, 면서..

무언가를 죽이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나는, 무엇이든 죽여왔다.
소멸이라는 이름 그대로..
그것이 칼로는 죽일 수 없는 나의, 그리고 타인의 마음이나 감정, 기대라고 할지라도.

그렇기에 나를 죽여가는 것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질 않아.
조금의 미안함도, 안쓰러움도 없다.
만약 고통이라는 것이 내 몸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 절규라면,
언제나처럼 그 고통도 힘으로 억눌러 죽일 뿐이다.

그건.. 타인의 걱정이나 진심 따위도 마찬가지.
그런 것들, 한 번도 느껴본 적도 없다.
그저 내뱉는 단어 그대로의 자각 뿐.
만약 거기에 진심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미 죽였을테니까.
그리고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죽여왔기에 더이상 내겐 어떤 것도 들리지가 않아..

걱정한다, 라..
그래, 그래서 그 걱정이라는 보살핌 속에서 10 년 동안이나 날 죽여왔다.
최소한 나에게 '걱정한다'와 '걱정하지 않는다'는 아무런 차이도 없었으니까.

그만하라, 고?
나를 죽이는 걸 그만두면, 나를 대신해 살아줄 것도 아니잖아?
앞으로를 살아간다는 그 공포를 대신 짊어져줄 것도 아니잖아?
어차피.. 그렇다고 하더라도 타인인 이상 그 무엇도 나를 대신해줄 수는 없어.
슬픔을, 고통을 나눈다던가 하는 말들은 겉치레일 뿐..
처음부터 그런 건.. 나눌 수 있는게 아닌거야..
결국은 타인이기에, 언제나처럼 허울 좋은 말만 내뱉어버리고
자신의 인생이 아니니 나중에 쉽게 발만 빼버리면 되니까.

그래, 어쩌면 한 번에 죽는 건 두려워서 이렇게 발악하고 있는 게 짜증나는 건지도 모르지.
죽어버릴 거면 한 번에 죽어버리던가, 하고.
그렇다면 미안해. 그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 원하는만큼 비난하면 돼.
결국에는.. 언젠가 나를 증오하게 될테니까.

그렇게 나는 나를, 타인을 마음 깊이 불신하고 증오하고 있음을 안다.
그 불신을, 증오를 가면이라는 무기로 죽여가고 있을 뿐..
그러니 이기적이라던가.. 그런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어떤 비난이라고 할지라도.. 분명, 잘못되어있는 건 나일테니.
그래, 나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나를,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진 않아.
또 다시 그것들을 죽여가는 것을 계속하리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만약 인간이 고장날 수 있다면, 난 이미 손을 쓸 수도 없을만큼 고장나버린 게 아닐까..
자신의 어디가 고장나있는지 알면서도 이미 고칠 수조차 없는.

그렇다면.. 남은 건 폐기 뿐이라는 걸, 고장난 나도 알고 있는 것 뿐..
Posted by sey :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증오도, 약속도 모두 빛바래져간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놓아버릴 수 없기에..
먼 지난 날의..

.

1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한 모습으로-

조금 놀랄 때도 있었어.
처음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저주와 죽음만이 존재하는 미래가 아닌, 내가 살아가는 미래.
지금이라면,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이라면.. 살아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그런.. 착각.


     살아있어도 괜찮아?
                                 ┘
아무리 칭찬받아도, 인정받아도..
내게는 거짓으로만 들릴 뿐이야.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럴리 없으니까.

이렇게나 하찮은 자신을.. 그래서 이렇게나 죽여왔던 자신을..
누군가가 칭찬을 해준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나를 믿지 못하고, 너를 믿지 못하기에.
이미 나에게는 진심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까..

어차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었잖아.


     살아있어도 괜찮아?
                                 ┘
끊임없이 나를 죽이라는 충동만이 잔류해.
나를 좋아해준다는 보장도 없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싸워나갈 자신이 없다.
분명, 후회할거야. 먼훗날, 나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후회만이 남을텐데.
그 후회할 시간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 후회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살아가는 방법을 누구도 가르쳐준 적이 없으니까.
내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나 날 버렸으면서.
그렇기에 혼자서 찾아냈을 뿐이잖아.
그 어떤 때라도.. 칼과 죽음은 날 버리지 않을테니.
그런데 왜 당신들은 화를 내는 걸까. 왜, 이제와서.

그립다. 너무나도 그리워서, 목이 메여온다.
모든 약을 삼켜낸 그 순간,
이제 곧 찾아올거라 생각했던 나의 죽음이, 나의 이별이.
그 따스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 걸 기대고, 그 속에서 나를 위해 같이 울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비록 눈물이 아닌, 핏방울일지라도.. 놓아버릴 수 없기에..
손을 파고드는 칼날의 차가운 고통에 눈물 흘리면서도
피로 얼룩진 칼날을 쥐고 놓지 않았던.. 먼 지난날의 기억.


     왜 나를 살렸어?
                             ┘
살아있길 바란 적도 없었는데.. 살려달라고 한 적도 없었는데..
왜.. 당신들은 또 다시 나의 꿈을 짓밟은 걸까..
그때 죽었더라면 훨씬 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에..
그게 조금은 슬퍼져-

죽어줘. 제발, 제발. 죽어줘.
나를 위해서, 내가 행복하게 살아있기 위해서 죽어주길 바래..
Posted by sey :

어차피.. 삶에 대한 미련도, 절실함도 없는 것이 아니었던가..
비록 살아있어도 이미 난 죽은 것과 다름없을테니..

그때 죽었더라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현실을 마주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살아있음을 후회한다.
다시 살아 움직이는 나를 저주한다.

고통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의미 없는 고통과 이유조차 상실해버린 증오만이 핏방울처럼 흘러내린다.
가면과 이면..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서로를 죽이는 것이 아니니까..
이제는 그저, 모두 다 그만두고 싶을 뿐..
피로 얼룩진 손을, 칼을 바라보며 서로의 침묵 속에서 침전한다.

싸워나간다는 건, 지킬 것이 있는 사람들만의 사치일 뿐이기에
나에게는 싸워나갈 필요도, 이유도 없어.
싸울 수 없다면.. 그래서 이길 수 없다면.. 그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저 소멸하면 그만일테니..
살아있는 건,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잖아..

나는 빛날 수 없지만,
너는 빛날 수 있기에..
Posted by sey :
...장난처럼 들리냐, 라고 분명 경고했을텐데.
그 경고를 무시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고 변명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 뻔한 수작도 지긋지긋하다. 결국 너란 놈은 변명을 지껄이기 급급할테니까.
그래서 그 의미를 가르쳐준 것 뿐이야.
왜? 이것도 몰랐다고 지껄이지 그래?


-대체 언제까지, 살아있을 셈이야?
지난 1 년 간, 살만했나봐?
하하.. 진짜 웃음만 나온다.
그러니까 죽여버리고 싶은거야, 이 개새끼야.

누가, 살아도 좋다고 했냐?
대체 누가, 살아있어도 괜찮다고 했냐?
-없어. 아무도 없다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부정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역겨운 네 변명을 들어주는 것도, 참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지금 거울에 비치는 네 꼴을 봐.
마음 같아서는 그딴 변명을 지껄이는 입부터 찢어발겨버리고 싶지만, 유감이네.
그럼 다음 번에 또 그어줄 수 없잖아?
그러니 특별히 용서해줄게.
그러니까, 최소한 대신할 곳을 제공해줘야 하는 게 서로 간의 예의잖아?


그래..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할 수 있어.
근데 넌.. 이미 한 번이 아니잖아?
왜, 지금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을 줄 알았냐.
죄인 주제에 지금이라면 살아있어도 괜찮을거라고, 착각했냐.
그러니까 더 이상 용서해줄 수가 없는 거야.
그 같잖은 착각을, 그 역겨운 자만을 한 너를, 용서할 수 없는 거야.

살아있어도 괜찮다고?
그럼 증명을 해봐.
봐, 못하잖아? 과거에도 그리고 또 지금도. 그저 반복일 뿐이야.
착각하고, 자만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게 전부야.
그리고 후회라는 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때에서야 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잖아?
너한테는 가능성이라는 게 없어. 미래라는 게 없어.

그런데도 수 없이 착각하고 자만하는 널 지켜보는 나는 얼마나 짜증이 날지 생각이나 해봤냐?
아니, 못하겠지. 혼자서만 착각이라는 환상에 빠져 스스로를 위로하는 병신이니까.
아직도 현실을 보지 못하겠냐?
아니, 일부러 보지 않는 거겠지. 인정하고 싶지가 않을테니까.
너와 나.. 모두 쓰레기라는 걸.
그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정신병자일 뿐이라는 걸.

어디 도망치고 싶다면 도망쳐 봐.
눈이 현실을 향하지 않는다면 눈을 뽑아서라도 보게 해줄테니까.
손이 현실을 향하지 않는다면 손을 잘라서라도 향하게 해줄테니까.
언제까지고 또 언제까지고 널 죽일테니.

억울해? 어쩔 수 없어.
그 누구도 아닌 네가 이미 선택한 길이야. 네가 만들어 낸 현실이야.
이제와서.. 그 모든 걸 없던 일로 할 수 있을 것 같냐.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스스로를 좋아할 수 있었다면, 피 묻은 손을 잡아줄 수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지도 모르지.
구원 따윈 없어. 만약 구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먼저 죽여버릴테니까.

칼이 비추는 건 핏자국 뿐이듯이
너와 내가 비추는 건.. 그저 살아있다는 저주일 뿐이니까.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그 무엇보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역겹다.
Posted by sey :


-즐거웠어?
복수를 멈추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
스스로를, 타인을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만이.
...봐, 그 결과가 이거야.

-말했었지.
타인보다 우월할 수 없다면, 내가 죽여버리겠다-고.
자만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 거라고, 경고했을텐데.
...이제는 '복수'라는, '살인'이라는 증오가 장난처럼 들리냐.

너.. 그럼, 다시 깨닫게 해줄게.
걱정마, 그때 죽지 않고 살아났다는 걸 미친 듯이 후회하게 될테니.


    ...다시 한 번, 살아있다는 사실을 저주하게 만들어 줄게.
                                                                                ┘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