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0.11.28 자살론
  2. 2010.10.10 가면극, 복수극
  3. 2010.08.16 불신
  4. 2010.05.02 이해
  5. 2009.07.01 복수, 희생 2
  6. 2009.05.18 가면, 이면
  7. 2008.11.26 의미 6
  8. 2008.11.24 순간 6
  9. 2008.11.19 가면 1
  10. 2008.07.09 거짓 가면 2

만약 인간이 이중적이라면, 그것은 육체적인 인간에 사회적 인간이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말했었다.
지성이라는 이름을 빌린 사회적 인격과, 그것의 존재를 구성하는 육체의 인격.
그 상극하는 모순만이.. 나의 전부였다.


假.
사회적 인격을 부여받은, 가면이라 이름 붙여진 나는 지극히 이기주의였다.
자신만을 위해 살고, 오직 자신 안에서만 의미를 찾았기에
결과적으로 아무런 가치를 찾을 수 없어 삶을 버렸던 것처럼.
그건.. 가면이라는 이름이 의미했던대로, 거짓이 아닌 진짜를 찾고 싶다는 행위였다고..
이제서야 어렴풋이 기억해낼 수 있게 됐다.

'그 어디에도 의미는 없었어..'
그래서 자신의 안에서 의미를 찾기로 했다.
오직 자신만을 향한 사고의 종착역은 '지나친 개체화' 라는 곳 하나 뿐.
의식이 본성을 거역하고 개체로 절대화된 시점에서 이미 가면은..
더 이상 외부와 소통할 수 없다고 하는, 허무를 만들어버린 거다.

그렇게 외부에 허무를 만들어, 자신의 내부조차도 허무로 채울 수 밖에 없었다.
허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 오직 허무 뿐이기에.
그런 식으로 밖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그렇게 남겨진 건 자신의 비참함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에게는.. 둘이라는 축복이 타인이라는 공포 밖에 없었으니까.

허무에 잠식되어간다.
내적 허무 속의 병적인 환희와 영원이라 이름 붙인 허무에 매료된 자각.
답은 하나였다. 생존을 완전히 중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그 허무를 쫓기로.

사고한다는 것은, 행동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사고하는 만큼 삶을 포기한다.
환멸적인 무미건조함만이 남아있는 현재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렇기에 포기하기로 했다. 삶의 고통을 견디면서까지 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니까.

그 허무라는 무한의 저주 속에서 그대로 죽어버릴 지라도 상관없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살다가 죽을 수 있다면, 그건 거짓이 아닌 진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결국 타인의 요구에 의해 생겨난 거짓이지만, 나는 진짜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그 끝만큼은 진짜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거짓이 아닌, 진짜로서 죽고 싶다-, 고.
그러면 당신들은 나를 진짜였다고.. 기억해줄까..


異.
육체의 인격을 부여받은, 이면이라 이름 붙여진 나는 이타주의인 동시에 아노미였다.
달성될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은 영원한 불행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는 행위인데도,
이면은.. 그 달성될 수 없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목표를 쫓았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정말로, 행복해졌으면 했다.
도저히 이룰 수 없더라도 무한이라는 그 허무를, 행복을 쫓고 싶었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목표라는 건..
그 목표를 이룰 수 없는 한,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하고 의미도 없으니까.
언제나 실망할 뿐이었다. 언제나 좌절 뿐이었다.
언제나.. 내가 지켜낼 수 없는 행복이 눈 앞에서 무너져만 갔다.
그렇게 감당할 수 있는 좌절의 한계를 초과하게 함으로써 환멸과 실망에의 길을 열어버린 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말이 아니었을까..

그곳에 있던 건.. 오직 자신을 향한 광기에 찬 분노.
왜 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없는지, 왜 나는 행복해질 수 없는지.
왜 나는 주위를 행복하게 할 수 없는지.
어째서.. 나는 모두를 불행하게만 만드는 걸까.

그건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니었기에, 더욱더 화가 났다.
나는.. 처음부터 그것을 가질 자격이 없었다고 인정해버린다면,
자신이 추구했던 목표마저도 부정해버리잖아.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목표 자체는 틀리지 않아.
행복해지고 싶다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행복의 추구가 잘못될 리는 없으니까.
만약 틀린 게 있다면 그것을 이루고자 했던 수단으로써의 자신.

그렇게 스스로 자신에게 확실한 것을 줄 수 없는 만큼, 자신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했다.
자신이 너무나도 무가치했기 때문에.
무가치한 것을 가치있게 대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물건'을 막 다룬다거나, 상처를 입힌다고 하더라도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으니까.

이미 자신의 그릇이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가져버렸다면, 없애버릴 수 밖에.
이건 서로의 가치를 저울질해가며 이루어지는 살인 행위가 아니다.
타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잘못된 것은 오직 나 하나. 소멸하는 건 무가치한 자신 하나면 되니까.
나는, 무엇하나 이뤄낼 수 없었기에..
그래서 소멸하기로 했다.

영원한 꿈은.. 행복할까. 부디, 그랬으면.
내가 소멸한 세상에서, 남겨진 당신들은 행복해질 수 있기를..


가면은 자신의 껍질을 깨지 못하고 자신만의 꿈 속에서 죽었다.
이면은 이룰 수 없는 꿈의 무한함 속에서 죽었다.
살아있다고 믿었던 건, 그저.. 내 착각이었던 거다.
그리고.. 허망한 흥분과 광기에서 깨어난 후, 분노에 찬 경멸만을 가진 나만이 남아있다.

허무를 향한 병적인 환희도 없다. 가면처럼 죽고싶지는 않으니까.
그저 내면의 허무는 여전히 존재해서 현실을 침식할 뿐.
더 이상 나은 것을 바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이면처럼 죽고싶지는 않으니까.
단지 그릇에 넘쳐 흐르던 감정은 모두 소멸해서,
근원조차 잘려나간 것처럼 무미건조함만이 남아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죽음 속에서, 허무의 나락으로 소멸해간 시간.
가면은 죽어서도 거짓된 채로 부정당하고, 이면은 죽어서도 행복에 다다를 수 없었다.
...그야말로, 허무한 몸부림이었다.
어디까지나 기억으로써, 그것도 오직 나만의 기억으로써 기억될 그들은..
존재했다는 의미조차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최소한 나만이라도, 끝까지 그들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랬다.
하다못해 흔적으로나마 기억될 수 있기를.
이런 무의식적인 투영만이 그들이 살았던 현실과 나의 유일한 끈이니까.

그래서 용서할 수가 없다.
그래서 환멸할 수 밖에 없다.


...그런 하찮은 이야기다.
그저 혐오만이 침전될 뿐인 시간.
나는 결국 가면도, 이면도 될 수 없는 그들이 남긴 껍질일 뿐..
그저 비정상의 범주에 속할 뿐인 이레귤러.

그래서 언제라도 의미가 없어진 생존을 끊어버릴 수 있는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이것을 에피쿠로스적 자살이라 부르던가.
언젠가 소멸할 나 역시도, 그들을 따라 허무 속에서 죽겠지.
아니, 그러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일테니까.

그렇기에 하찮은 날이다, 오늘은.
의미 없는 날을 의미 없게 하는 것만큼은.. 최소한의 의미가 있을테니.

Posted by sey :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살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병적인 욕망을 일시적으로 억누를 수 있다고.

무언가를 죽이는 것 이외에는 의미를 가질 수 없었던 존재의의와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살인 충동만이 남은 강박.
그걸.. 대체 누가 이해해줄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이해받지 못하고 끝날지라도, 그걸로 괜찮았던 거냐.
이제는 물어볼 수도 없게 되었지만.. 너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그런 일을 겪었으니까 이제는 행복해져도 된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죽지않고 살아남았으니까 그걸로 된거냐?

이면은 죽었다. 내가 아니라, 오직 이면만이.
그리고 일시적으로는 그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
왜냐면, 병적으로 죽음에 집착했던 건 이면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나에게는 나를 죽이려는 충동만이 잔류해.
당신들이 그렇게 비난하고 죽여없애려고했던 이면이 죽었는데도, 왜 나는 그대로인 걸까.
나는.. 여전히 당신들을 미워하고, 죽이고 싶어.
이상하잖아, 그건.
어쩌면 죽었어야 할 쪽은.. 내가 아니었을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그저 다시 어긋나기 시작했던 출발선으로 돌아왔을 뿐.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멈춰서서 죽어갈테니.
운 좋게 일시적으로 충동을 억누를 수 있게 되었을지라도
결국은 또 같은 결말을 향해갈 뿐이야.
나를, 죽인다-는.

뻔해.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하겠지.
아아, 고결하신 당신들께서는 자신의 모든 가치관과 세계관을 한 순간에 바꿀 수 있는 모양이지?
이미 그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버린 죽음의 관념을, 이제와서 바꾸라고?
그거 알아? 인간은 한 번 무언가를 알게 되면 그걸 알기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나도 아무런 합리적인 동기나 이유가 없다는 걸 알아.
틀렸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저항할 수도 없어.
왜냐고?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으니까.
어차피 당신들은 이해하지도, 최소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겠지.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 자신들의 일이 아니니까.
그저 나를 비정상이라는 범주에 넣어두고 안식하며 부정해버리면서.
너희들은.. 알고있었으면서도 막지 않았던, 나와 같은 공범이야.

그렇게 또 다시 나는 가면과 이면으로 어긋나서
복수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행복을 위해 서로를 죽일 거다.
그 쌓여가는 증오로 또 언젠가는 이 충동에 저항할 수 없게 될 거라는 걸 안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저항을 포기하는 순간 찾아오게 되는 그 불안의 소멸을,
내가 바라는 안식이라는 건.. 그것 뿐임을.

죽기 전까지 끊나지 않을 가면극이자, 복수극.
이번에도 내가 죽지 않는다면, 나는 또 다시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
언젠가 내가 죽을 수 있을 때까지 이 반복은 끝나지 않을테니까.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기계적으로 칼날을 밀어내고, 튀긴 피가 벽면에 새겨질 뿐.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칼날을 흐르는 피가 투두둑 떨어진다.
...다시 밀어낸다. 또 밀어낸다.
이제는 예전처럼 스스로를 다그칠 필요도 없다.
알고있으니까.
인간은 한 번 무언가를 알게 되면 그걸 알기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그저 난, 침묵하며 방관할 뿐.

이제서야, 두 번째에서야 알 것 같다.
이런 내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걸.
그런 길을.. 같이 걸어가줄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걸.
실망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누구라도 그럴테니까.
한 가지.. 조금 슬픈 게 있다면,
오직 사람만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줄 수 있다는 말.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겠지..

하하, 타인에게서 의미를 찾는다니..
웃기지도 않는군.
Posted by sey :
...왜, 내가 불쌍했냐?
그래서 말을 걸어주고, 마치 아는 사람인 것 처럼 지내줬던 거냐.
속으로는 그렇게 이질감을 느꼈던 주제에,
겉으로는 괜찮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해줬던 거냐.

...괜찮다고 했었지. 하하,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그런데도 그렇게 선을 그으며 당신들과 나를 구분했던 거냐.
정상과 상식이라는, 너희들의 범주와
비정상과 비상식이라는, 나의 범주로.

그동안 그 역겨운 이질감을 참으며 잘도 연기해왔구나.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워.
그러니 내가 말을 걸었던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그 선을 넘으려고 하는 내가, 얼마나 역겨웠을까.

당신들이 느꼈을 그 혐오감이 나한테도 전해져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다.
그걸 지켜보는 건, 어떤 기분이었을까.
얼마나 구역질이 나오는 병신 같은 기분이었을까.

자기 주제를 모르고 미쳐 날뛰는 것만큼 역겨운 것도 없겠지..
봐주고 있는 줄도 모르고 기어오르니까.

그래서 당신들을 끝까지 믿지 않은 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걸 끝까지 잡아준 이 어긋남과 상처들이 너무나 고마워.

당신들의 말, 당신들의 마음을 믿지 않을 수 있어서,
믿지 않게 되서.. 정말 다행이야.
Posted by sey :



그건, '거짓' 이 아니냐고.. 내게 물었다.

끊임없이 나를 죽여가며 얻어낸.. 공허한 가면극.
어차피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잖아.
처음부터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처럼 착각하고 공감하는 연극처럼
가면이라는 연출로도 당신들을 속이기에는 충분했으니까.

어차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당신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러니까.

내가 같이 죽어달라고 했냐?
같이 피를 흘리고, 상처를 내자고 했냐?
아니잖아. 그런데 왜 당신들은 내게 자꾸만 강요를 해?
왜 자꾸 날 없애려고 해?

내가 어떤 기분으로 나를 그어내는 지,
그럴 때마다 잔류하는 죽음이라는 강박과 고통이라는 공포를 이해해달라고 한 적 없잖아.
언제나 형식적인 질문과 답이 오갈 뿐, 결국은 무엇 하나 직시하지 않아.
일방적인 걱정이라는 보살핌 속에서 나는, 이렇게나 망가지고 있었다는 걸..

그 누구도 누군가를 이해할 수는 없어.
지식으로 아는 것과 경험으로 아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이해한다는 그 상냥한 거짓말을 경험한 이제는 알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속일 수 밖에 없는 거야.
그걸로나마 당신들 혼자서만은 타협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상처내도 상대가 인식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내 상처는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
그렇게 당신들은 내 가면만이 '나' 라고 착각하고 그거에 만족하면 돼.
아무리 상처내고 피를 흘려도 보여주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이제까지 그렇게 만족해온 것처럼, 그렇게 내가 죽을 때까지.
내가 다시 한 번 죽어줘야 만족할 당신들이니까.

언젠가 당신들은 내가 변하길 원한다고 했었지.
좀 더 밝은 방향으로, 과거에서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기를.
하지만 그게 당신들과는 무슨 상관인데.
내가 변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기뻐할 거라는 헛소리라면 집어치워.
그래서 뭐가 기쁜 건데? 기쁜 게 있기는 하냐?
아니면 자기만족인가? 죽어 마땅한 쓰레기 한 명의 인생을 구제해주었다는.

이해할 수가 없어.
웃으면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당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도일지라도 나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잖아.
당신들이 원하는 건 나와의 공존이 아니라 오직 완전한 가면 뿐이니까.

그런 가면 뒤에서 내 연극에 함께해준 당신들을 얼마나 경멸하고 있는지 모를테지.
내가 얼마나 당신들을 증오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끝날 거라고 생각해.
그 타인이라는 존재에 수 없이 절망하고 환멸했던 나 또한
누구도 알아주지 못한 채 사라져갈 거라는 걸..

그래, 당신들과 나, 우리들이 키워 낸 증오가 결국 날 잠식해가는 거야.
'가면' 과 '이면' 이라는 모순으로.. 또 저주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가엾고 역겨워서
하루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Posted by sey :

복수, 복수, 복수.
복수를 한다고.. 언제나 그럴 듯하게 지껄이기만 할 뿐이지, 넌.
가면을 쓰고, 그 가면으로 평생동안 타인을 속이는 것이 네 복수의 전부냐?
그렇다면 단지 그것만을 위해 지금까지 잃어온 것들은 대체 무슨 의미인건데?
아니, 애초부터 그런 걸 '복수' 라고 말할 수나 있는 건지.
만약 네 복수가 겨우 그 따위 것 밖에 되지 않는 거였다면,
복수라고 말하는 그 입부터 찢어발겨줄게.

가면을 쓰는 게 복수라고? 하하.. 이 병신 새끼가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냐?
약 처먹고 깨어나서 한동안 편하게 지내더니 이젠 아예 살만한가봐?
복수하지 않는 너는, 피를 흘리지 않는 너는 살아갈 자격이 없어.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죄인이니까.
하다못해 그 죄를 속죄할 수 있도록 기꺼이 스스로를 죽일 기회를 주고 있는데
그걸 거부한다면 너는 그저 악취나는 오물일 뿐이야.

네가 왜 나약한 줄 알아? 증오가 부족하기 때문이야.
기억해봐. 복수에 미쳐있던 과거의 너는 누구보다 강했어.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을만큼.
하지만 지금 네 모습은 어떤 것 같아?
이제와서 미안하다며 또 다시 타인의 따뜻함을, 손길을 구하려고 하지.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돌아오는 건 침묵 뿐이야.
왜? 지금이라면 그때처럼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할 자격조차 없는 주제에.

소중한 것을 스스로 버려야 했던 그때를 다시 반복하고 싶냐?
나약한 것은 죄니까, 그 죄값을 받아들여야 했던 시간들로?
또 다시 타인이란 존재에 의지하고, 손을 내밀며 잡아달라고 빌거냐?
그러고 싶다면 한 번 그래봐. 누가 네 손 따위 잡아줄 것 같냐?
쓰레기 같은 개새끼 주제에. 부탁이니까, 그만 좀 뒈져주면 안될까?

그러니까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당신이 희생해.
그래, 점점 날 의지하게 만들어서 내가 아니면 안될 때까지. 철저하게 가면 놀이를 해줄게.
구토가 나올 만큼 역겨워도, 당장이라도 목졸라 죽여버리고 싶더라도
당신 앞에서의 내 가면은 웃고 있을테니까.
그렇게 서서히 당신의 팔과 다리를 잘라주겠어.
그리고 마지막에 내게 도움의 손을 내밀 때, 그 손마저도 잘라버릴테니까.
맞아, 당신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해줄거야.
그때쯤이면 아무리 병신 같은 당신이라도 깨달을 수 있겠지.
당신이 살아온 궤적이라는 게, 얼마나 무가치하고 무의미한지.
길지는 않겠지만, 내 발밑에서 그때까지 살아왔다는 죄를 뉘우칠 시간은 있을테니.

아아, 내 수고가 덜도록 도중에 자살이라도 해주면 고마울텐데 그건 기대하지 않아.
자신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자각조차 못하고 있으니까.
그걸 알았다면 지금 이렇게 그런 개 같은 낯짝을 들이밀고 있지는 않을테니.
둔한 건지, 아니면 삶에 대한 미련이 넘쳐 흐르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였다면, 숨쉬기조차 미안할텐데. 하하, 미안. 당신한테는 그런 죄의식조차 없겠다.
나와 마찬가지로,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죄인 당신 따위가 무슨 죄의식이 있겠어.

웃기지 않아?
내가 그토록 죽여버리고 싶어하는 나는, 당신을 닮았어.
나는 나를 혐오하니까, 당신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언젠가 당신이 내게 말했었지. '이해할 수가 없다' 라고.
그래, 살아있어서 죄를 느끼고, 죄책감을 느끼는 나를 이해할 수 없겠지.

난 당신처럼 역겹게 사느니 차라리 스스로를 죽여버리고 싶었으니까.
그게 당신과 나의 차이야.
그리고.. 살아있다는 사실에 증오로 가득 찬 나를 보지 못하고
내 빌어먹을 가면만을 보는 당신의 우둔함이 또 그래.

그건 나의 죄일까. 아니면 당신의 죄일까.
그러니까.. 당신이 내 복수를 막을 수가 없는거야.
그러니까.. 할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당신에게 복수하겠어.

Posted by sey :

다시 깨어난 그날, 그곳에 이미 너는 없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서로를 죽이려 할 뿐이었을 우리는
이제는 그렇게.. 과거라는 단어 속에서만 존재하는 괴로운 기억이 되어버렸다.
나를 대신하여 희생한 너에게도, 대신 살아남은 나에게도.. 모두.

가면이라는 복수와, 이면이라는 광기.
어느사이엔가 우리들은 서로를 그런 이름으로 불렀다.
원하지 않았어도 필요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진 너와 나는
그렇게 가면을 통해 타인을 속이고 복수하며, 이면을 통해 서로를 죽여왔다.
하루하루 죽어가는 나날들이 괴로웠어도, 죽음이라는 끝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언젠가 죽음이라는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그리고 그건.. 저주이기도, 동시에 구원이기도 했다.

항상 주변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외롭지는 않았다.
언제나 나에게는 '너' 라는, '이면' 이라는 죽여야 할 대상이 있었으니까.
그건 결과적으로 증오하는 것도 대상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혼자라도 살아갈 수 있었다. 타인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혼자가 되어버렸음을 깨닫는다.

이면이라는 네가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면서도 내게 양보했던 미래이기에.
나는 네 행복을 대신할 만큼의 미래를 가질 수 있을까.
혼자서 짊어지는 희생의 가치가 너무나 무거웠다. 혼자라는 것이 괴로웠다.
손을 내밀어도 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차라리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좋았을텐데.
아니, 어쩌면 거절당하는 것을, 뿌리쳐지는 것을 몰랐다면 더욱더.
그렇게 또 다시 과거의 어긋남을, 반복을 현재에서 바라본다.

이면을 잃고 혼자서 살아가는 나날들.
나를 부정하는 현실만이 가득한 곳에서,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혼자서 발버둥쳤다.
경멸받지 않기 위해, 나를 경멸하는 타인을 부정하지 않았다.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면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결과를 가지고 싶었다.
결과를 가질 수 없다면, 결국 너의 희생도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릴테니.

하지만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약해빠진 나는 혼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항상 '이면' 이라는, '살인' 이라는 힘을 빌려왔었기에.
나를 죽이고 또 죽여가며 뒤쳐지지 않기 위해 몰아세웠다.
스스로가 정한 최소한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그런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까지.
그럴 때마다 광기로 뒤틀려버린 '이면' 을 이용해 어김없이 피를 흘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빛나는 당신들 속에서 서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존재 가치를 부정당한 채, 한 순간도 살아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이면' 이 없었다면 쓰레기인 지금에조차 이르지 못했을테니.

'이면'을 잃어버린 지금의 나는 조금도 나아갈 수가 없어.
타인으로부터, 현실로부터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는 어떠한 결과조차 만들어 낼 수가 없다.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다시 혼자서 걸어가야하는데,
혼자서는 할 수 없는데, 아무도 없잖아.
돌아오는 건 말 없는 침묵 뿐이니까. 언젠가는 그렇게 또 나를 버릴테니.
이제 기대하는 건, 아픈 건 충분하잖아.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새로운 '이면' 을 필요로 해.
그건 언젠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면 그때도 이면을 선택할 것이라는,
복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먼 지난 날의 맹세.
이 선택이 결국 다시 깨어나게 된 나를 죽이는 것일지라도,
나를 대신해 희생한 과거의 이면을 배신하는 것일지라도, 상관없어.
현실이 결과만으로 판단한다면,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아.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면 그 희생마저도 헛된 것이 되어버릴테니까.
무가치하게 살아남는 것보다, 다시 피를 흘리더라도 나아가는 게 모두가 나에게 바라는 일이잖아.
다시 깨어난 그날 이후로, 그 누구도 내가 다시 깨어났음을 기뻐하지 않았던 것처럼.

차라리 넌 깨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아니,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것이 죄인인 너의 죄.

살아있는 한, 살아있기 위해 날 죽여야만 하는 모순과
복수라는, 살인이라는 나를 숨쉬게 하는 이유.
그래.. 그것이 너와 나의 계약이자, 대가.

지금의 나는 복수라는 이름의 가면일 뿐이니까.
죄인이자, 복수자로서 타인의 도움 따위를 기대할 바에는 차라리 날 죽이겠어.


봐, 결국에는 다시 피를 갈구하게 될 거라고 했잖아?
절대로 넌 '계약' 이라는 굴레에서, '살인' 이라는 증오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
넌 '살인' 이라는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병신이니까.
애초부터 그게 너를 살리게 하고 있는 힘이자, 살아가는 원동력이었잖아?
사실은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으면서.
아니, 벗어날 수가 없겠지.
그것들이 없는 넌 결국 그 더러운 목숨을 추악하게 연명하고 있을 뿐일테니까.

그래, 언제나 넌 어긋날 뿐이었어.
누군가가 너를 변화시키려고 하면 할 수록 넌 더욱더 어긋났지.
웃기지 않아?
칼을 내려놓게 만들고자 했었던 사람들 덕분에 이제는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서는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내고 있다니.

당신들은 한 번도 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지껄일 수 있는거야.
가면이라는 복수의 냉혹함을, 이면이라는 광기의 저주를.
아아.. 그래. 기괴하고, 추악하고, 역겨워.
억지로 들춰냈으면서, 결국 스스로 그 더러움에 고개를 돌리지.
그게.. 나와 당신들의 거리야.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다시, 눈을 뜨고 기억해 내.
'이면' 이라는 광기를, '죽음' 이라는 안식을.
두 번 다시 실수 같은 건 없어.
이번만큼은 정말로 죽여버릴테니까.

...지금 살아있는 걸, 그때 죽지 못할 걸 후회하게 해줄게.
곧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저주하게 될테니.

Posted by sey :
다시 복수의 눈을 뜨고, 계약을 기억해 내.
복수와 계약.. 그리고 가면.
언젠가는 그 모순이 널 죽일테지.

혼자서 걸어가는 시간 속에 추억이라는 괴로움만 쌓여간다..
함께 살아갈 수가 없었던 순간들과 일그러진 기억..
결국 끝나지 않은 거짓에 차마 바라볼 수 없는 건, 나 혼자일 뿐이야..

망가져 고장나버린 인형 따위에 가치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단순한 호기심으로, 혹은 순간의 동정심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왜 내게 다가왔어?
역시 불쌍해서였을까. 아니면 신기해서?
아무 것도 아닌 그 같잖은 관심에 혼자서 구원 받고 또 절망해..

처음부터 거절했어야 했어..
내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마주했었는지.. 모를테지..
기대 따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또 기대를 하고 있는 나약한 자신을 보게 돼..

...즐거웠었어?
하긴,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껏 수 없이 어겼던 계약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줄 알았냐.
그럼 그만 닥치고 다시 칼을 집어들어.
제대로 살아가지도 못하는 병신 주제에 살아간다는 걸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죄악이야.
그렇다면 그 죄값을 속죄해야지. 안 그래?

넌 나와 약속했어.
평생을 복수할 것을, 죽을 때까지 짓밟을 것을.
그 저주 받은 말의 의미를 잊은 건 아니겠지.
누구도 선택을 강요한 적은 없어. 하지만 넌 결국 복수를 선택했지.
또 반복한다면, 계약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하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거야.

저기, 기억해?
네가 점점 죽어가면 죽어갈 수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커진다는 거.
'아.. 최소한 나는 저런 쓰레기 새끼보다는 낫구나..' 라며 말이야.
이만큼 반복해왔으면 좀 알아 처먹을 때도 됐는데.
네가 생각하는 만큼, 기대하는 만큼, 너에게 되돌아오지는 않아.
이용당할 가치도 없다면 더욱더.
그렇다면 쓰레기 주제에 어차피 네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잖아?
상처 내며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위안을 받는,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게나 도움이 되고 싶다면 그어버리기나 해. 이 낙오자 새끼야.

봐, 그렇게나 네가 찾고 싶어하던 답. 
이미 오래전에 찾았잖아? 살아갈 가치가 없으면 뒈져버리면 돼.

언젠가 물었었지.
피와 약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잖아.
이제는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지 않으니.
Posted by sey :
작별이라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가 않아..
가면이라는 거짓과 함께 공유했던 시간들도,
그렇게 증오했던 순간들마저도..
어째서 이제와 날 죄여오는걸까..

끝끝내 지켜낸 가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건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복수는, 나는..
결국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주저하게 되는걸까..
언젠가는 이 순간이 찾아올 것을 알고있었는데도..

떠나는 것보다 남겨지는 쪽이 더 괴롭다는 것을..
남겨진 빈 흔적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떨군다..
어쩌면 많이 좋아했었던만큼 증오 또한 컸던 것인지..

함께해왔던 그 순간들은, 나는.. 정말 가면이었을까..
Posted by sey :

거짓 속에 둘러싸인 평온한 날들이 지나간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지금 이대로도.
어차피 진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잖아?
내게 바랬던 건 오직 가면 뿐일테니까.

이용당해도 괜찮았어.
필요로만 해준다면 날 희생해도 상관없었어.
그렇게라도 내 존재를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 모습을 잃고싶지 않았던 거겠지.
내가 가면을 벗어버리면 더 이상 날 이용할 수 없을테니까.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마치 나를 걱정하는 것처럼 요구만을 내게 떠넘겨.
차라리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 말해주지 그랬어.
'난 너의 가면을 원해' 라고.
그 편이 날 위한답시고 내뱉는 그 역겨운 위선 따위보다 훨씬 나았을텐데.

처음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어.
어디까지나 그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일 뿐.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실망하지도 않았을거야.
혹시 모르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줬다면 기쁜 마음으로 이용당해줬을지도.

Posted by sey :

같이 있는 것조차 구역질이 날 만큼 증오하는 상대 앞에서
친한 척 먼저 말을 건네고, 걱정하는 척 배려하며,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환멸의 말들을 몇 번이고 삼켜낸다..

나는.. 언젠가 가면을 벗을 날만을 기다렸어..
좀 더 비참하게, 좀 더 잔인하게 복수하고 싶었으니까..
너무나 싫어서, 너무나 미워해서..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 역겨웠다..

왜? 라는 말은 이미 무의미해..
이유는 필요 없어, 만약 이유가 필요하다면-
그 존재 자체였으니까..

나는.. 결국 복수를 하지 못할거라고 했다..
자신을 어디까지고 복수로 몰고가도
결국 복수의 순간에 무너져내릴지도 모를 자신이 한심해..

얼마나 무의미할지, 또 얼마나 허무할지..
그런 각오조차 없이 선택하진 않았을텐데..

점점 타인이 되어간다..
화를 낼 이유조차도, 복수할 의미조차도 없는, 타인..
점점 희미해져가는 방향 속에서, 남아있는 대상은 나 자신 뿐..

그렇지만, 무엇 하나 끝나지 않았어..
자신을 저주하던 날들도, 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선택하던 날들도..
좀 더.. 망가뜨릴 수 있어, 좀 더 부숴질 수 있어..

이젠 가면을 벗지 않아..
그 시간 동안 내가 가면 뒤에서 얼마나 경멸하고
또 얼마나 증오했는지.. 알 수도 없을테지..

비록 복수가 아닐지라도-
그래, 그만큼 비참한 것도 없을테니까..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