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불쌍했냐?
그래서 말을 걸어주고, 마치 아는 사람인 것 처럼 지내줬던 거냐.
속으로는 그렇게 이질감을 느꼈던 주제에,
겉으로는 괜찮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해줬던 거냐.

...괜찮다고 했었지. 하하,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그런데도 그렇게 선을 그으며 당신들과 나를 구분했던 거냐.
정상과 상식이라는, 너희들의 범주와
비정상과 비상식이라는, 나의 범주로.

그동안 그 역겨운 이질감을 참으며 잘도 연기해왔구나.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워.
그러니 내가 말을 걸었던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그 선을 넘으려고 하는 내가, 얼마나 역겨웠을까.

당신들이 느꼈을 그 혐오감이 나한테도 전해져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다.
그걸 지켜보는 건, 어떤 기분이었을까.
얼마나 구역질이 나오는 병신 같은 기분이었을까.

자기 주제를 모르고 미쳐 날뛰는 것만큼 역겨운 것도 없겠지..
봐주고 있는 줄도 모르고 기어오르니까.

그래서 당신들을 끝까지 믿지 않은 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걸 끝까지 잡아준 이 어긋남과 상처들이 너무나 고마워.

당신들의 말, 당신들의 마음을 믿지 않을 수 있어서,
믿지 않게 되서.. 정말 다행이야.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