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3.01.31 종말
  2. 2009.02.12 복수, 속죄 1
  3. 2008.11.19 가면 1
  4. 2008.06.07 거짓말쟁이 3
  5. 2008.05.04 이제는, 괜찮아. 2
  6. 2008.04.09 guiltiness.. 1
  7. 2007.12.07 if I could hold..
  8. 2007.09.23 unser blut flügel..
  9. 2007.09.09 it's time to stop..
  10. 2007.08.31 fake words

내가 알던 세계는 이렇게 조용히 무너져내려 종말을 맞이했다.


외면했던, 알려고하지 않았었던 현실을 직시한다.

이해하고싶지 않았던 세계를 이해해야만 하는 순간이, 결국은 찾아온 거다.

어쩔 수 없이 지속되던 거짓의 끝.

그런 거짓을 이렇게나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어쩌면 이미 알고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 역시도..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인간인 거다.


이것이 내가 알고있던 세계의 종말. 나는 또 이렇게 무언가를 죽여간다.

Posted by sey :
병원에 다시 입원하러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죄책감이 앞섰다.
앞으로도 살아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수술.
...난 이 수술을 받을 자격이나 있을까.

수술은 내가 중환자실에 있었던 병원이 아닌, 다른 대학 병원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보다 좋은 교수한테 수술을 받자는 제안이었지만,
내가 약물로 자살을 시도한 D.I 환자라는 것이 부담스러웠겠지.
호흡기 내과, 순환기 내과, 정신과.
나는 이 세 곳에서 모두 전신마취 승인이 받아야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라면 이런 복잡한 절차 따위 필요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결국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어차피 나 역시 귀찮은 건 질색이었으니.

2 차로 나뉘어진 수술은 1 차 수술에서 괴사된 피부 조직을 모두 제거하고
2 차 수술에서 피부 이식을 통해 제거한 부위를 봉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 차 수술은 일반적인 피부 이식과는 조금 다른 방법이라고 했다.
피판술이라는, 피부 조직을 잘라내어 이식하는 것이 아닌 끌어와서 이식하는 방법.
나한테는 결과적으로 피판술이 적합하지만 조금 더 큰 수술이 될거라고 했다.

병실에서 맞이하는 수술 전 날의 밤은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낯선 병실과 아직도 혼란스럽게 죄여오는 기억들.
수십 번씩 잠에서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보이는 병실의 천장은 더욱더 현실과의 이질감을 가중시켰다.
의식을 되찾자 눈에 스며들었던 중환자실의 천장처럼.

1 차 수술은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로, 그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전혀 고통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익숙한 고통이 아니던가.
살 속을 파고드는 칼날의 차가움, 고통.
그래, 마취가 되지 않은 상태로도 수 없이 해왔던 반복이다.
하물며 마취가 되어있는 지금은 고통이라고 할 수 조차 없겠지.
그렇게 포르말린 냄새 가득한 수술실을 뒤로 하고 1 시간의 1 차 수술이 끝났다.

1 차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그때부터 난 항상 엎드려있어야 했다.
고정된 자세로부터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지속됐다.
수술 부위를 짓누르고 있는 저 모래 주머니도 한 몫을 하고 있겠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저 참는 것 밖에는.

1 차 수술 다음 날, 아침부터 수술 부위에서 계속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4 시간 동안 지속되는 출혈. 지혈이 안되고 있었다.
간호사의 호출로 급히 레지던트가 상처 부위를 압박했지만 여전히 지혈은 되지 않았다.
더구나 성인 남자의 몸무게가 실린 압박은 엎드려있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더욱더 가중시켰다.
하지만 지혈은 생명이 직결된 최우선 과제였고, 내 고통은 그 이후의 문제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이 전제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또 다시 참는 것 뿐이었다.

30 분씩 두 번으로 나뉘어진, 1 시간이라는 시간은 영원이라 느껴질만큼 길었다.
하지만 지혈을 위한 압박은 심장까지 압박했고 결국 심장 발작과 호흡 곤란으로까지 이어졌다.
다시 산소 호흡기를 써야했고 급히 산소 포화도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압박을 지속할 수 없었다.
치솟은 맥박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잠시간의 휴식이 주어졌고
지혈은 임시적으로 압박 붕대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5 시간이 지나서야 피가 멎기 시작했다.

수간호사는 비정상적인 출혈 상태와 내 손목에 선명히 새겨진 흉터를 의심했고
결국 이 병원에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내가 처음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던 당시, 위세척으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남기없이 내 몸으로 모두 흡수된 62 일치의 약물.
수간호사는 그 약물의 이름을 물었고 과다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의심했다.
그 이후로 나는 간단한 소독마저도 수술실에 가서 받아야했고
기록을 감추기 위해 온 이 병원에서도 D.I 라는 병명이 내 차트에 기록되었다.

결국 지혈 때문에 2 차 수술은 조금 뒤로 미뤄져 4 일 뒤에 받게 되었다.
수술 하루 전부터 금식에 들어갔지만 겨우 하루의 금식으로는 나에게 평상시나 다름없었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또 한 번 지나갔고 2 차 수술 당일이 되었다.
수술실에서 마취사와 교수는 내 과거 기록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약물에 의한 자살 기도.
하긴, 잘못 마취했다가 약물을 모두 흡수한 내 몸이 다시 깨어나지 않으면 곤란하겠지..
곧 링거 주사를 통해 마취액이 흘러들어왔고, 그 순간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내가 다시 눈을 뜬 건 4 시간이 지난 후였다.
어떻게 다시 병실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의문보다 고통이 먼저였다.
곧 진통제가 주사되고 덕분에 한동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하루하루를 진통제로 버텨가기 시작했다.
진통제는 대단히 효과적이었고, 난 의도적으로 그것을 남용했다.
일시적일지라도 내가 소망했던,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었으니까.

중간 고지서를 통해 2 차 수술에서 내게 꽤나 많은 양의 수혈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사에서 내 지혈 상태는 정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1 차 수술에서도, 2 차 수술에서도 난 지혈이 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에 걱정보다는 오히려 흥미가, 작은 조소가 앞섰다.
만약 이게 과다복용의 부작용이라면, 살아남은 이 현실에서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될테니까.
왼손목의 인대를 찢어놨을 때도, 오른손의 뼈를 상하게 했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
점점 죽어가는 내 몸은 나에게 있어서는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걷지도, 앉지도 못하고 그저 엎드려만 있는 생활이 지속되었다.
식사조차 엎드려서 해결해야했고 그 때문에 더욱더 식욕은 떨어져만 갔다.
하루, 이틀, 1 주일, 2 주일, 3 주일 그리고 한 달.
그리고 어느새 내가 입원해있는 사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49 제 날이 되었다.
내가 약을 먹은지 50 일이 된 것이다.
그리고 50 일이 지난 그 시점에서도 난 병원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날까지도 난 퇴원을 할 수 없었고 걷는 것조차 부자연스러웠다.
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할머니의 손자라는 나는 임종도 지키지 못했고
장례식에도, 49 제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만약 나라면,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이미 스스로를 용서할 수가 없다.
...함께 살아왔던 그 시간 모두를 배신해버린 나였으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내 이력을 알게 된 병원에서는 그날부터 나에게 안정제를 투여하기 시작했다.
진통제만큼이나 안정제도 효과적이었고, 난 굳이 그 효과를 거부하진 않았다.
어차피 매일매일 투여되는 안정제가 아니었다면 버티지 못했을테니까.
그렇게 안정제에 의지해 잠을 청할 수 있었고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잠이 들기 전까지, 병실에서 맞이하는 밤은 괴로웠다.
병실에 불이 꺼지면 어김없이 기억들이 뒤엉켜 무겁게 짓눌러왔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혹은 진지하게 내뱉던 그 말들로 복수를 위해 희생했던 많은 것들.
그것들에 대한 후회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복수의 끝에서 다시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비참했다.
그렇게나 잃어왔는데, 지키지 못했었는데.. 난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어.

이제는 이질적인 기억이 되어버린,
복수라는 광기에 휩싸여 괴로워했던 또 다른 나는 이미 죽어버렸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피 묻은 손으로 스스로를 죽여가던 너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구원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누구보다도 희망을 바랬지만 복수와 계약에 사로잡혀 어긋날 수 밖에 없었던 너는..
항상 심한 말들로, 행동으로 사람들을 튕겨냈었다.
언젠가 내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 희망이 되어줄 사람들이 고통 받지 않기 위해서.

생각해보면, 사람들을 좋아했던 것도 내가 아니라 너였을거야.
언제나 피 묻은 칼과 혼자라는 괴로움 속에서 울부짖던 너였기에
사람만이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그 말을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사람이라는 따뜻함에 위로 받고 싶었겠지. 희망이라는 미래 속에서 살아가고 싶었겠지.
피 묻은 손을, 두려움과 고통에 떨리는 그 손을 누군가 잡아주길 바랬을거야.
하지만 네가 그 무엇보다 바랬던 것은 거창한 희망이나 구원이 아닌,
그저 '같이 살아가자' 라는 말 한 마디였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하지만 그런 너는, 결국 너만의 복수를 완성해버렸구나..
곁에 있던 사람들을 튕겨내고, 혼자서만 죽어갔어.
언제나 나 대신 버림 받고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던 너는 언제나 혼자였다.
누구보다 살고 싶어했었으면서,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어했었으면서
그런 네가 끝끝내 선택한 미래는 죽음이라는 복수였다.
그런데도 너는 그 마지막 순간조차 자신의 복수를 밝히지 않았지.
그건 너의 행동에 대한 속죄였을까, 아니면 너를 이렇게 만든 현실에 대한 용서였을까.

살아남은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고통 속에서 목숨을 연장해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중압감을 짊어진 채로.
살아남은 나는 너라는 끝의 연장선을 그리며 관계의 거짓이라는 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들이 만들어낸 미래. 그리고 나 혼자서 살아가야 할 미래.

병실에서 일어서던 날,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죄의 선고를 받은 날,
나에게 남겨진 건 새롭게 새겨진 흉터와 대상을 잃어버린 경멸에 가까운 분노였다.
약을 먹은 순간부터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던 상실감과 외로움.
네가 끝까지 믿고 기대해왔던 사람이라는, 빛이라는 존재에 대한 대답이 겨우 이거였냐.
이렇게나 너를 등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혼자서만 괴로워해왔던거냐.
...'같이 살아가자'는 그 한 마디조차 듣지못했으면서.

복수를 완성시킬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지 않았었던 사람들.
언젠가는 스스로를 죽이게 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관했던 사람들.
몰랐다는 변명을 할 거라면 그냥 조용히 닥치고 있어.
몰랐다면 왜 그렇게나 날 걱정하는 척 지껄였어?
그래, 최소한이나마 내뱉었던 말의 일관성을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겠지.

아무리 네가 용서했다고 하더라도, 난 너를 등진 사람들과 현실을 용서하지 않아.
고통 속에서 혼자 남겨졌다는 것은 너와 나 둘 다 마찬가지지만, 난 결코 네가 아니야.
그러니까 네가 했던 선택은 하지 않아.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장났던 건 사실 네가 아니라, 나였을테니.
일그러짐을 가면 뒤에 숨긴 채 숨죽이고 있었을 뿐,
'같이 살아가자' 라는 말 한 마디에 치유될 수 있었을지도 모를 너와는 달라.
난 모든 잘못을 혼자 떠안고 죽어갔던 너처럼 어리석지는 않으니까.
복수의 피는 이제 내가 흘리겠지만, 칼날은 날 향한 것이 아닐거야.

남겨진 나에게 언젠가 왜 아무런 유서도 남기지 않고 그런 일을 시도했냐는 질문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에야 그 선택마저 복수의 연장선임을 깨닫는다.
그대로 죽어버린다면 난 복수를 완성하는 것이 될테고,
만약 내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그건 복수의 끝이 아닐테지.
그리고 남겨진 나는 누가 너를 등졌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테니까.
복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
그래, 너의 복수는.. 내가 이어갈게. 나의 복수도 함께.

죄인으로서, 복수자로서 그리고 배신자로서.
그것이 살아남은 내 죄에 대한 속죄야.
Posted by sey :

거짓 속에 둘러싸인 평온한 날들이 지나간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지금 이대로도.
어차피 진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잖아?
내게 바랬던 건 오직 가면 뿐일테니까.

이용당해도 괜찮았어.
필요로만 해준다면 날 희생해도 상관없었어.
그렇게라도 내 존재를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 모습을 잃고싶지 않았던 거겠지.
내가 가면을 벗어버리면 더 이상 날 이용할 수 없을테니까.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마치 나를 걱정하는 것처럼 요구만을 내게 떠넘겨.
차라리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 말해주지 그랬어.
'난 너의 가면을 원해' 라고.
그 편이 날 위한답시고 내뱉는 그 역겨운 위선 따위보다 훨씬 나았을텐데.

처음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어.
어디까지나 그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일 뿐.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실망하지도 않았을거야.
혹시 모르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줬다면 기쁜 마음으로 이용당해줬을지도.

Posted by sey :
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관계의 삐걱거림과 따뜻하게 감싸주던 온기..
복수의 굴레, 그리고 미래로의 미련..
그 어긋남 속에서 생겨나는 건 거짓 뿐..

어떻게 믿을 수가 있을까..
나에겐 미움 밖에 보이질 않는데..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괴리감 밖에는 없는데..
어쩌면 날 위한 그런 말들이 더 거짓말로만 느껴져..

너무나 뻔한 거짓일지라도
타인을 속이며 결국, 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게 된건 언제부터일까..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었어, 라고 말한다면..
어떤 표정으로, 어떤 기분으로 날 바라보고 있을까..

어떤 말을 내뱉더라도 상관 없어..
아닌척 하면서 '싫어' 라고 말하다보면 정말로 그렇게 될지도 모르니까..
적어도 타인에게 그렇게 말하게 되면
좋든 싫든, 그런 척 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약해 빠진 예전의 내 모습이 어느새 되살아나서,
또 다시 기대를 바라게 될 자신이 싫어..
잃어버리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 따스함을 안고 싶은 자신이 추하다..
다시 한 번, 내 피 묻은 손을 잡아주길 바라게 될 자신이 한심해..

너무 미워해서 결국 나에게도 스며든 것인지,
아니면 나를 미워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모습인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가면과.. 그 가면의 지독한 괴리감..
이제는 어떤 것이 진짜이고 거짓인지 나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원하지 않았는데도 가면이 들러붙어 거짓을 만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거짓을 지켜야만 해..

하지만,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같은거..
어느새 나와는 관계가 없는 것들이 되어버렸는걸..
너무나 익숙해져버려서, 체념해버리게 됐으니까..
그게, 내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문득.. '우리는 엄청난 거짓말쟁이일거야..', 라고 언젠가 내게 말했었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라고 말한다면.. 분명 같잖은 변명일거야..

아무리 무서워해도 괜찮았어..
아무리 싫어해도 괜찮았어..
그건, 날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일테니까..
하지만 언제나 자신들이 바라보고 싶은 모습만 바라보고..
내 모습을 인정하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어..

싫었겠지.. 부정하고만 싶었겠지.. 보고 싶지 않았을거야..
그런데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어?
날 이해한다고, 그렇게 애쓰는 것처럼 말해놓고서는..
왜 언제나 억지로 날 밀어넣으려고만 한건데..

그래, 나에게 거짓을 요구한 것처럼..
언제나 튕겨지고 부정당하는 모습 따위.. 무의미한거니까..
그러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었어..

그래도 말이야..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랬던건, 그 속에서도 날 바라봐주길 바랬던건..
거짓 속에서도, 이런 굴레 속에서도 차마 놓을 수 없었던 미련인걸까..
하지만, 그건 너무나 큰 욕심이고 착각이었다는걸 알아가고 있어..

어쩌면 그 모순이 결국 타인을 속이게 만들 뿐이었을까..
결국 다시 한 번, 또 거짓을 말하게 될 뿐이었을까..

나는 왜.. 수 없이 반복해온 그 무의미함을 잊어버리고 있었던걸까..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피를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치던 너는 어디로 가버린건지..
그런데도 이루어지지 않을걸 알면서도 또 그런 기대를 갖고 있었던거야?

결국 그렇게 넌.. 또 끝 없이 자신을, 타인을 속일 뿐이야..

환멸이다.. 너..
Posted by sey :
지워졌다고 생각했었던 흉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어..

깃들여진 원한도, 복수도.. 사무친 그리움도..
어느 것하나 받아들이지 못한 채..
소멸해가는 시간만이 초조하게 느껴져..

그래, 용서할 수 없겠지.. 나라도 그랬을테니까..
절대로 다가가서는 안될, 다가갈 수 조차 없었던 미래..
거짓으로나마 어긋나버린 지금 이대로가 편해..
순간일지라도, 다시 없을 그 예외가 기뻤어..

하지만.. 너도 알고 있겠지,
언제까지 이대로일 수는 없는거야..
아무리 아닌 척 해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지금 이곳이 아니니까..
그렇게 언젠가, 라는 말로 포장된 미래는 언제나 곧 현실이 되어버려..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지금을 그리워하게될까..

미래를 말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
언제부터인가 미래를 고민하는 자신에게 깊은 환멸을 느꼈어..
지금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은 아닌데..
익숙함과 그 익숙함을 배신하는 괴리감..
아직도 익숙해지질 못하겠어..

이상한 일이지..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걸 알아..
어차피 가능성일 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
그런데도 처음으로, 그리고 어쩌면 끝으로..
한 번 보고 싶었어..

아무도 잡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구원을 바라고 기대한 것이 아니니까..
미래를 그리며 찾아온 것이 아니니까..
꿈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게 아니야..
그러니까, 이제는 상관이 없는거야..

어떤 모습이든, 어떤 실망이든..
이게 마지막이길 바라고 있으니까..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어-
Posted by sey :

모든 것을 부정해버리고 싶다- 고 생각했어,
나도, 현실도, 기억도 모두..

그저 화가 날 뿐이야..
그건 누구를 향한 분노인걸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
변화의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언제나 절망만을 안겨주는 현실..?

결국.. 언제나 난 말 뿐이었어..
어떻게든 잡고 싶어서, 날 봐주길 바래서..
어떤 말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걸 알게 돼..

거짓에 기뻐서 착각을 하고.. 그 착각이 또 거짓을 불러와..
그래.. 난, 한 번도 알아주질 못했어..
언제나 자신을 거짓으로 꾸미고 관심받길 바래..
그리고 끝내 왜곡시켜버려..

스스로는 만족했겠지.. 속으로는 웃고 있었을거야..
그런데 말야,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어?
그런 너를 지금의 나처럼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걸..

추하다..
너무나 추해서 부끄럽고 역겨움을 느껴..
난.. 무슨 짓을 한걸까..

끝끝내 위선자일 뿐이야, 난..
.....
입 닥쳐..
너 같은건.. 절대 용서하지 않아..

평생을 스스로에게 복수하며 짓밟아줄테니까..
아무리 애원해도 그만두지 않아..
웃는 낯짝은 피로 일그러지게 만들고,
착각은 살을 찢는 괴로움으로, 자만은 절망의 미소로 갚아줄게..

너 따위는.. 네 고통과 피로 속죄할 수 밖에 없어..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러니까 좀 더 절망해.
좀 더 괴로워하고 울부짖어서 죄를 갚아.

Posted by sey :


과거를 잡고 싶어..
다시는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렇게하면 난..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난 기억했던 것 만큼 그리운 것이 많아..
기대했던 것 만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아..
어떻게 한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게 눈부셨던 시간들을, 그렇게 괴로웠던 시간들을..
구원받고.. 절망하고..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고통에 절규했던 날들을..

언제나 이미 늦은 후에야 알게 돼..
알고 있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더 한심해..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후회하고 있나봐..
과거 속에 시간이 멈춘 채로 사로잡혀서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매일매일이 현재와 이별하는 시간..

만약 지금이 거짓과 피로 만들어낸 헛된 시간이라도 괜찮아..
왜곡된 기억이라도 상관 없어..
여기까지 오는데도 너무나 많은 괴로움이 스며들었어..
저주와 절망의 연속이었던 시간들..
그렇게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상처내면서.. 가까스로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내가 왜 그토록 괴로워했었는지.. 이제서야 기억났어..
미안해.. 역시, 난.. 용서받고 싶어..
이렇게 거짓된 채로.. 남아있는 시간을 죽어가고 싶어..

다행이야, 내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으니까..
괴로운건.. 내 몫으로 남겨줘서..
더 이상.. 내 삶에 개입되지 않을 수 있어서..
Posted by sey :
 



새겨지지 않는 기억.
거짓된 과거.
사라지는 순간.

존재하지 않는 추억.
꿈을 꾸고 있던 시간.

상냥했던 거짓.
진실된 고통.

눈물겨운 여름.
찬란한 괴로움의 가을.
돌아오는 반복.

이렇게 난,
그렇게 당신은,
흘러가는 거리 속에서.
쌓여가는 거짓말 속에서.

Posted by sey :

분명..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밖에 말할 수 없는 말들이,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들을 수 밖에 없는 말들이 있어..

나는, 그 말들을 얼마나 할 수 있었고..
그 말들을 얼마나 들어줬을까..
어렵게 어렵게 꺼낸 그 말들을.. 난 얼마나 간직하고 기억할까..

.

잃어버려야만 했던 것.. 그리고 잃어버린 것..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하지만..
언제나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

하지만 이제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는 말..
이걸.. 말하고 싶었던거였지?

그래, 역시 난 타인을 좋아할 수가 없었던거야..
내가 알고 있는 감정은 '미움' 과 '불신' 일 뿐..
단 한 번도 '좋아함' 이나 '고마움' 같은 감정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그렇게 변명해왔지만..
이건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배워가는 것일거야..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만큼 타인을 좋아하고..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믿는 만큼 타인을 믿을 수 있을거야..

하지만 난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싫으니까..
스스로 상처입힐 만큼 싫어하니까..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니까..
누구보다 거짓으로 행동하고, 가면으로 밖에 대하질 못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타인에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은 '미움' 과 '불신' 뿐..
아무리 가면으로 가리고 가려도.. 아무리 착각해도..
그래, 지나간 시간들 만큼의 내 착각은 모두 거짓 뿐이야..

어긋나고, 튕겨내고, 거절 하는건 타인인걸까..
어긋나지고, 튕겨지고, 거절 당하는건 나인걸까..

타인을 탓하지 말라는건.. 동감해줄 수 없다는건..
그래, 분명 이 말을 하고 싶었던거라고 생각해..
난 누구도 좋아할 수 없다는 걸,
그건-.. 스스로조차 속았던 거짓말이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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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들도 그 책임을 인정하면 안되는거야?
내가 바랬던건.. 그 모든 책임을 당신들이 짊어지길 바랬던게 아니잖아..
나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었는데..
나도 미래를 향해서 걸어가고 싶은데..
나도 포기하고 싶어서 잃어버린게 아닌데..
왜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져야만 하는걸까..

그러면 당신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이제라도 그만두고 자기 자신을 좋아해보라' 고..
타인이니까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거잖아..
아무런 책임도, 고통도 나눠갖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는거잖아..

그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앞으로도 얼마나 죽고 싶어할지..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얼마나 상처 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상처낼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는건 쉬워..

어차피 어긋날 것이라면.. 처음부터 다가오지 마..
헛된 기대감을, 허황된 미래를.. 또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
누군가를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거야..
이렇게 모두 다 나약한 인간들이니까..

그러니까.. 우린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아..
나도 언제까지고 누군가를 좋아할 수 없고 언젠가는 미워할 뿐이야..
당신들도 날 좋아할 수 없고 언젠가는 미워할테니까..
만약, 아주 만약에.. 진심으로 다가온다고 할지라도..
난 이미 당신들을 믿지 못해..

그래.. 지금 이 시간, 이 장소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말..
그건..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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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istnat voice, our distance 에 이은 3 번째 동영상,
fake words 입니다..

a distant voice 와 our distance 가 마음의 거리에 관한 뮤비였다면
fake words 는 마음의 거리를 느끼는 거짓말에 관한 뮤비입니다..
굳이 lies 로 하지 않고 fake words 라는 제목을 사용한 것은
진심이 아니지만.. 타인, 혹은 스스로를 속이는 말들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B.G.M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뮤비였습니다..
처음으로 배경음 전환을 시도하다보니,
분위기가 비슷한 두 개의 음악을 고르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사운드 편집 기술이 부족해서 두 개의 음악을
어색하지 않게 이어주는 것도 꽤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our distance 는 비쥬얼 부분에 시도가 있었다면..
fake words 에는 사운드 부분에 시도가 있었다고 할까요..

많이 부족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라도, 메시지가 닿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할 것 같네요.. (웃음)

P.s, B.G.M 선정에 여러 분들이 도와주셨는데,
새벽까지 남아서 여러 음악을 추천해준
실버 님과 닭사죠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