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세계는 이렇게 조용히 무너져내려 종말을 맞이했다.
외면했던, 알려고하지 않았었던 현실을 직시한다.
이해하고싶지 않았던 세계를 이해해야만 하는 순간이, 결국은 찾아온 거다.
어쩔 수 없이 지속되던 거짓의 끝.
그런 거짓을 이렇게나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어쩌면 이미 알고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 역시도..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인간인 거다.
이것이 내가 알고있던 세계의 종말. 나는 또 이렇게 무언가를 죽여간다.
내가 알던 세계는 이렇게 조용히 무너져내려 종말을 맞이했다.
외면했던, 알려고하지 않았었던 현실을 직시한다.
이해하고싶지 않았던 세계를 이해해야만 하는 순간이, 결국은 찾아온 거다.
어쩔 수 없이 지속되던 거짓의 끝.
그런 거짓을 이렇게나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어쩌면 이미 알고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 역시도..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인간인 거다.
이것이 내가 알고있던 세계의 종말. 나는 또 이렇게 무언가를 죽여간다.
거짓 속에 둘러싸인 평온한 날들이 지나간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지금 이대로도.
어차피 진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잖아?
내게 바랬던 건 오직 가면 뿐일테니까.
이용당해도 괜찮았어.
필요로만 해준다면 날 희생해도 상관없었어.
그렇게라도 내 존재를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 모습을 잃고싶지 않았던 거겠지.
내가 가면을 벗어버리면 더 이상 날 이용할 수 없을테니까.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마치 나를 걱정하는 것처럼 요구만을 내게 떠넘겨.
차라리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 말해주지 그랬어.
'난 너의 가면을 원해' 라고.
그 편이 날 위한답시고 내뱉는 그 역겨운 위선 따위보다 훨씬 나았을텐데.
처음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어.
어디까지나 그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일 뿐.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실망하지도 않았을거야.
혹시 모르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줬다면 기쁜 마음으로 이용당해줬을지도.
모든 것을 부정해버리고 싶다- 고 생각했어,
나도, 현실도, 기억도 모두..
그저 화가 날 뿐이야..
그건 누구를 향한 분노인걸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
변화의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언제나 절망만을 안겨주는 현실..?
결국.. 언제나 난 말 뿐이었어..
어떻게든 잡고 싶어서, 날 봐주길 바래서..
어떤 말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걸 알게 돼..
거짓에 기뻐서 착각을 하고.. 그 착각이 또 거짓을 불러와..
그래.. 난, 한 번도 알아주질 못했어..
언제나 자신을 거짓으로 꾸미고 관심받길 바래..
그리고 끝내 왜곡시켜버려..
스스로는 만족했겠지.. 속으로는 웃고 있었을거야..
그런데 말야,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어?
그런 너를 지금의 나처럼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걸..
추하다..
너무나 추해서 부끄럽고 역겨움을 느껴..
난.. 무슨 짓을 한걸까..
끝끝내 위선자일 뿐이야, 난..
.....
입 닥쳐..
너 같은건.. 절대 용서하지 않아..
평생을 스스로에게 복수하며 짓밟아줄테니까..
아무리 애원해도 그만두지 않아..
웃는 낯짝은 피로 일그러지게 만들고,
착각은 살을 찢는 괴로움으로, 자만은 절망의 미소로 갚아줄게..
너 따위는.. 네 고통과 피로 속죄할 수 밖에 없어..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러니까 좀 더 절망해.
좀 더 괴로워하고 울부짖어서 죄를 갚아.
새겨지지 않는 기억.
거짓된 과거.
사라지는 순간.
존재하지 않는 추억.
꿈을 꾸고 있던 시간.
상냥했던 거짓.
진실된 고통.
눈물겨운 여름.
찬란한 괴로움의 가을.
돌아오는 반복.
이렇게 난,
그렇게 당신은,
흘러가는 거리 속에서.
쌓여가는 거짓말 속에서.
분명..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밖에 말할 수 없는 말들이,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들을 수 밖에 없는 말들이 있어..
나는, 그 말들을 얼마나 할 수 있었고..
그 말들을 얼마나 들어줬을까..
어렵게 어렵게 꺼낸 그 말들을.. 난 얼마나 간직하고 기억할까..
.
잃어버려야만 했던 것.. 그리고 잃어버린 것..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하지만..
언제나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
하지만 이제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는 말..
이걸.. 말하고 싶었던거였지?
그래, 역시 난 타인을 좋아할 수가 없었던거야..
내가 알고 있는 감정은 '미움' 과 '불신' 일 뿐..
단 한 번도 '좋아함' 이나 '고마움' 같은 감정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그렇게 변명해왔지만..
이건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배워가는 것일거야..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만큼 타인을 좋아하고..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믿는 만큼 타인을 믿을 수 있을거야..
하지만 난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싫으니까..
스스로 상처입힐 만큼 싫어하니까..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니까..
누구보다 거짓으로 행동하고, 가면으로 밖에 대하질 못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타인에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은 '미움' 과 '불신' 뿐..
아무리 가면으로 가리고 가려도.. 아무리 착각해도..
그래, 지나간 시간들 만큼의 내 착각은 모두 거짓 뿐이야..
어긋나고, 튕겨내고, 거절 하는건 타인인걸까..
어긋나지고, 튕겨지고, 거절 당하는건 나인걸까..
타인을 탓하지 말라는건.. 동감해줄 수 없다는건..
그래, 분명 이 말을 하고 싶었던거라고 생각해..
난 누구도 좋아할 수 없다는 걸,
그건-.. 스스로조차 속았던 거짓말이었다는걸..
.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들도 그 책임을 인정하면 안되는거야?
내가 바랬던건.. 그 모든 책임을 당신들이 짊어지길 바랬던게 아니잖아..
나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었는데..
나도 미래를 향해서 걸어가고 싶은데..
나도 포기하고 싶어서 잃어버린게 아닌데..
왜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져야만 하는걸까..
그러면 당신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이제라도 그만두고 자기 자신을 좋아해보라' 고..
타인이니까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거잖아..
아무런 책임도, 고통도 나눠갖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는거잖아..
그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앞으로도 얼마나 죽고 싶어할지..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얼마나 상처 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상처낼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는건 쉬워..
어차피 어긋날 것이라면.. 처음부터 다가오지 마..
헛된 기대감을, 허황된 미래를.. 또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
누군가를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거야..
이렇게 모두 다 나약한 인간들이니까..
그러니까.. 우린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아..
나도 언제까지고 누군가를 좋아할 수 없고 언젠가는 미워할 뿐이야..
당신들도 날 좋아할 수 없고 언젠가는 미워할테니까..
만약, 아주 만약에.. 진심으로 다가온다고 할지라도..
난 이미 당신들을 믿지 못해..
그래.. 지금 이 시간, 이 장소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말..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