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밖에 말할 수 없는 말들이,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들을 수 밖에 없는 말들이 있어..

나는, 그 말들을 얼마나 할 수 있었고..
그 말들을 얼마나 들어줬을까..
어렵게 어렵게 꺼낸 그 말들을.. 난 얼마나 간직하고 기억할까..

.

잃어버려야만 했던 것.. 그리고 잃어버린 것..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하지만..
언제나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

하지만 이제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는 말..
이걸.. 말하고 싶었던거였지?

그래, 역시 난 타인을 좋아할 수가 없었던거야..
내가 알고 있는 감정은 '미움' 과 '불신' 일 뿐..
단 한 번도 '좋아함' 이나 '고마움' 같은 감정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그렇게 변명해왔지만..
이건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배워가는 것일거야..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만큼 타인을 좋아하고..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믿는 만큼 타인을 믿을 수 있을거야..

하지만 난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싫으니까..
스스로 상처입힐 만큼 싫어하니까..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니까..
누구보다 거짓으로 행동하고, 가면으로 밖에 대하질 못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타인에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은 '미움' 과 '불신' 뿐..
아무리 가면으로 가리고 가려도.. 아무리 착각해도..
그래, 지나간 시간들 만큼의 내 착각은 모두 거짓 뿐이야..

어긋나고, 튕겨내고, 거절 하는건 타인인걸까..
어긋나지고, 튕겨지고, 거절 당하는건 나인걸까..

타인을 탓하지 말라는건.. 동감해줄 수 없다는건..
그래, 분명 이 말을 하고 싶었던거라고 생각해..
난 누구도 좋아할 수 없다는 걸,
그건-.. 스스로조차 속았던 거짓말이었다는걸..

.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들도 그 책임을 인정하면 안되는거야?
내가 바랬던건.. 그 모든 책임을 당신들이 짊어지길 바랬던게 아니잖아..
나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었는데..
나도 미래를 향해서 걸어가고 싶은데..
나도 포기하고 싶어서 잃어버린게 아닌데..
왜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져야만 하는걸까..

그러면 당신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이제라도 그만두고 자기 자신을 좋아해보라' 고..
타인이니까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거잖아..
아무런 책임도, 고통도 나눠갖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는거잖아..

그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앞으로도 얼마나 죽고 싶어할지..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얼마나 상처 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상처낼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는건 쉬워..

어차피 어긋날 것이라면.. 처음부터 다가오지 마..
헛된 기대감을, 허황된 미래를.. 또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
누군가를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거야..
이렇게 모두 다 나약한 인간들이니까..

그러니까.. 우린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아..
나도 언제까지고 누군가를 좋아할 수 없고 언젠가는 미워할 뿐이야..
당신들도 날 좋아할 수 없고 언젠가는 미워할테니까..
만약, 아주 만약에.. 진심으로 다가온다고 할지라도..
난 이미 당신들을 믿지 못해..

그래.. 지금 이 시간, 이 장소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말..
그건..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