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4.11 이런 날
  2. 2008.10.24 증오
  3. 2008.08.18 증오 1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내일.
그 속에서 다시 눈을 뜨고 마주하는 건, 나를 부정하는 현실뿐임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건 언제부터였을까.
다시 깨어난 그 순간부터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고통과 공허함 그리고 쓸쓸함.
한 번도 추구한 적이 없는 행복을, 미래를 이제 와서 기대하지도 않는데.
전보다 더 괴롭고, 더 불안하고, 더 힘든 현실만이 날 감싸 안아.

그렇게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결국엔 날 더 괴롭게 해.
어쩌면 이것마저도 내가 준비해놓은 복수의 굴레인 걸까.
그러니까 이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이렇게 무엇 하나 바뀌지 않잖아.

혼자임을 자각한다.
혼자서 걷는 길, 혼자서 먹는 식사, 그리고 나 혼자서만이 기억하는 약속.
비웃음이 나온다. 당신한테는 그렇게 쉽게 잊혀져버린 약속인데도.
기억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데도.

차라리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그랬다면, 이렇게 일그러진 현실을 마주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놓아버린 것들이 이렇게 괴롭다는 걸 알게 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렇게 하나씩 나를 잃고, 당신을 잃고, 또 잃어버린다.


그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이렇게 당신마저도 나를 경멸하게 될 날이 올 거라는 걸..

결국은 이렇게 닿지 못하게 될 거라는 걸..

Posted by sey :
현실은 이렇게나 마음 먹은대로는 되지 않아..
빛으로 가득할거라고 생각했었던, 내가 바래왔던 현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힘을 원했어..
아주 조금일지라도, 그런 현실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난 현실을 바꿀 수 없었어..
현실을 바꾸기보다는 그런 썩은 현실과 같이 썩어가는 게 더 편하다는 걸..
그리고 그것만이 답이라는 걸 알아..

아무리 폭력을 휘둘러도 언제나 현실은 그대로일 뿐..
그래, 나한테는 처음부터 없었던거야.. 현실을,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 따위는..
소중한 것을 버리고, 미래까지 버리고 내가 얻어낸 힘이라는 건..
그런 강함이 아니니까..

나약한 건 죄악이야.
나약하기 때문에 짓밟히고 현실로부터 도태된거야.
그러니까, 나약했던 자신을 증오했어.
증오만이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구원이었으니까.

증오로 현실을 바꿔냈어.
나를 괴로운 현실로부터 구해줬어.
아무도 잡아주지 않았던 내 손을 잡아줬어.
다른 사람에게 기대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나약함을 버리게 해줬어.
나를 위로해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증오 하나 뿐이었어.

거울에 비친 네 웃음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아..
그러기엔 너무 먼 길을 걸어왔어..
터져나오는 증오가 광기가 되어 날 잠식한다..
이제는 증오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어..

난 여전히 나약해.. 너무나 나약해서 화가 치민다..
그러니까.. 그때처럼 다시 현실을 바꿔줘..
다시 한 번, 나를 구원해줘..
언제나처럼 그 대가라면 얼마든지 피를 흘려줄테니까..
Posted by sey :

어째서, 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없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까,

...나는, 날 죽이고 싶어.

.

기대하지 않으려고 해.
기대하면 실망할 뿐이니까.

봐,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기대를 하잖아?
내가 널 좋아하니까, 너도 당연히 날 좋아하게 될거라는 기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너도 당연히 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

하지만 그건 틀렸어.
누구도 당연히 좋아하게 될리 없고,
누구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건 없어.

그걸 깨닫는 순간은 괴롭다.
자신만의 꿈에서 깨어나는 환멸.
당연함이라는 껍질 속에서 보호받던 상식이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그러니까..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나를, 기대를 죽여왔어.
내 기대가 어린 아이처럼 무조건적이라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실망으로부터, 그 괴로움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아직 약했던 나는 힘이 없었으니까.
잘못된 힘을 빌려서라도 강해져야 했으니까.
피와 저주, 증오.
나는 그걸, 두 번째의 내게 건넸어.

방법이야 어찌됐든, 기대하지 않는 시간은 평온했다.
두 개의 내가 서로 충돌하는 일 없이,
상처 받을 일도, 괴로울 일도 없었어.
거기엔 어떤 기쁨도, 슬픔도, 애정도 없이 그저 텅 비어있는거야.

기대하지 않는 한, 누구라도 타인이 되어버려.
기대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의미가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내 자신조차 무가치해졌어.

설령 그것이 내 감정마저 죽이는 것일지라도,
나를 외로움으로 고립시키는 것일지라도 괜찮아.
존재의 실감도 없겠지만,
그런게 내 행복의 의미라면.. 난 그걸로 충분하니까.


그런데 어째서 당신들은 내게 다가온걸까.
벽 너머로 들린 그 상냥한 한 마디로 조금씩 기대가 되살아나,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서서히 날 잠식해 가.
그건 분명 나를 망가뜨릴거야.
이미 반복된 수 차례의 기억처럼
또 다시 실망하고, 괴로워할게 분명한데.

내가 무너져내린다.
지금까지의 내가 모두 부숴져버려.
자각조차 할 수 없었겠지만,
그 행동 하나 하나로, 그 말 한 마디로,
기대를 죽여온 날 비참하게 만들어.
그건 너무나 한심해서 날 경멸하고만 싶어져.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 날 대신해서 스스로를 죽여온 나는..
이대로 존재조차 부정당한 채 죽어야만 하는걸까.
나 역시 원하지 않았음에도 참아가며 힘껏 노력해온 것 뿐인데.
왜 내가 그런 역할을 맡았어야 했을까.
누구도 자신의 소멸을 원할리, 없어.
아무리 망가졌어도, 아무리 잘못됐어도 남고 싶어.

구원 받고 싶은 나와 일그러져버린 나.
서로가 어긋나고, 서로를 죽이고 싶을만큼 증오해.
그건, 분명 그 누구의 탓이 아님에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나는, 그렇게 모순될 뿐이야.

그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었는데.
마음 한 구석에는 뼛속까지 시린 미움이 퍼져간다.

.

미안해.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만,
또 다른 나는.. 당신을 증오해.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