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이렇게나 마음 먹은대로는 되지 않아..
빛으로 가득할거라고 생각했었던, 내가 바래왔던 현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힘을 원했어..
아주 조금일지라도, 그런 현실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난 현실을 바꿀 수 없었어..
현실을 바꾸기보다는 그런 썩은 현실과 같이 썩어가는 게 더 편하다는 걸..
그리고 그것만이 답이라는 걸 알아..

아무리 폭력을 휘둘러도 언제나 현실은 그대로일 뿐..
그래, 나한테는 처음부터 없었던거야.. 현실을,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 따위는..
소중한 것을 버리고, 미래까지 버리고 내가 얻어낸 힘이라는 건..
그런 강함이 아니니까..

나약한 건 죄악이야.
나약하기 때문에 짓밟히고 현실로부터 도태된거야.
그러니까, 나약했던 자신을 증오했어.
증오만이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구원이었으니까.

증오로 현실을 바꿔냈어.
나를 괴로운 현실로부터 구해줬어.
아무도 잡아주지 않았던 내 손을 잡아줬어.
다른 사람에게 기대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나약함을 버리게 해줬어.
나를 위로해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증오 하나 뿐이었어.

거울에 비친 네 웃음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아..
그러기엔 너무 먼 길을 걸어왔어..
터져나오는 증오가 광기가 되어 날 잠식한다..
이제는 증오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어..

난 여전히 나약해.. 너무나 나약해서 화가 치민다..
그러니까.. 그때처럼 다시 현실을 바꿔줘..
다시 한 번, 나를 구원해줘..
언제나처럼 그 대가라면 얼마든지 피를 흘려줄테니까..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