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1.11.28 잊을 수 없는,
  2. 2010.05.02 이해
  3. 2010.01.28 고장
  4. 2009.11.04 자만
  5. 2009.10.31 기쁨
  6. 2009.10.29 경고
  7. 2008.09.12 경멸 1
  8. 2008.09.08 소중한 것
  9. 2008.08.27 치유 불능 2
  10. 2008.08.12 이중인격
또 하나의 끝. 그리고 그 3 번째의 날.
그 모순을..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죽어가는 감정들만큼.. 실감 또한 죽어간다.
생의 실감이 없다는 말은 분명 그 변명이겠지.
실감이 없어도 괜찮아.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슬프지도, 불행하지도 않을테니.
허무로부터 얻는 것이 허무 뿐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채울 수 있는 그릇조차 없었으니까.

그것이 당연한 일,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구원..
그걸..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치고 또 도망쳐도.. 다시 심장이 죄여온다.

나는.. 용서받지 못하니까.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죽여왔어야만 했던 걸까.
그거 알고있어? 그 한 마디, 한 마디 따뜻한 위로가 날 죽여가고 있었다는 걸..
그 빛이, 그 미래가.. 나의 환상일 뿐이었다면-
지켜주지도 못할 그 환상들을.. 왜 내게 보여준거야..

그렇기에 잊어버릴 수가 없어..
그 증오를, 그 허무를..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겠어.
존재하는 것조차 용서할 수 없었기에 지우려고 했던.. 그 증오의 절실함을.
포기하고 또 포기하고, 따스함을 죽여야만 했었던 절망을.
당신들이 보여주었던 환상이, 그리고 그것이 깨져버린 거짓의 추악함이 얼마나 날 목졸라왔는지.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기쁘다고 말해주었던 그 순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소중하다고 했었던 그 말이 얼마나 기뻤었는지..
그 상냥함이 얼마나 나의 희망이 되어주었는지..
당신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어?

지금은 비록 그저 껍데기일 뿐일지라도, 흉내라고 하더라도.. 괜찮아.
살을 찢는 차가운 고통과 나를 태우며 흘러내리는 피는 최소한 내겐 환상이 아닐테니.
무엇이든 죽여왔다면, 그 환상마저도 죽이면 돼. 그 위로마저도 죽이면 돼.

잊지 않았겠지? 한 번 죽어버린 건, 다시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자신을 죽여버린 나는.. 나를, 그리고 당신들을 용서한 적이 없어.
Posted by sey :



그건, '거짓' 이 아니냐고.. 내게 물었다.

끊임없이 나를 죽여가며 얻어낸.. 공허한 가면극.
어차피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잖아.
처음부터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처럼 착각하고 공감하는 연극처럼
가면이라는 연출로도 당신들을 속이기에는 충분했으니까.

어차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당신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러니까.

내가 같이 죽어달라고 했냐?
같이 피를 흘리고, 상처를 내자고 했냐?
아니잖아. 그런데 왜 당신들은 내게 자꾸만 강요를 해?
왜 자꾸 날 없애려고 해?

내가 어떤 기분으로 나를 그어내는 지,
그럴 때마다 잔류하는 죽음이라는 강박과 고통이라는 공포를 이해해달라고 한 적 없잖아.
언제나 형식적인 질문과 답이 오갈 뿐, 결국은 무엇 하나 직시하지 않아.
일방적인 걱정이라는 보살핌 속에서 나는, 이렇게나 망가지고 있었다는 걸..

그 누구도 누군가를 이해할 수는 없어.
지식으로 아는 것과 경험으로 아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이해한다는 그 상냥한 거짓말을 경험한 이제는 알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속일 수 밖에 없는 거야.
그걸로나마 당신들 혼자서만은 타협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상처내도 상대가 인식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내 상처는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
그렇게 당신들은 내 가면만이 '나' 라고 착각하고 그거에 만족하면 돼.
아무리 상처내고 피를 흘려도 보여주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이제까지 그렇게 만족해온 것처럼, 그렇게 내가 죽을 때까지.
내가 다시 한 번 죽어줘야 만족할 당신들이니까.

언젠가 당신들은 내가 변하길 원한다고 했었지.
좀 더 밝은 방향으로, 과거에서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기를.
하지만 그게 당신들과는 무슨 상관인데.
내가 변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기뻐할 거라는 헛소리라면 집어치워.
그래서 뭐가 기쁜 건데? 기쁜 게 있기는 하냐?
아니면 자기만족인가? 죽어 마땅한 쓰레기 한 명의 인생을 구제해주었다는.

이해할 수가 없어.
웃으면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당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도일지라도 나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잖아.
당신들이 원하는 건 나와의 공존이 아니라 오직 완전한 가면 뿐이니까.

그런 가면 뒤에서 내 연극에 함께해준 당신들을 얼마나 경멸하고 있는지 모를테지.
내가 얼마나 당신들을 증오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끝날 거라고 생각해.
그 타인이라는 존재에 수 없이 절망하고 환멸했던 나 또한
누구도 알아주지 못한 채 사라져갈 거라는 걸..

그래, 당신들과 나, 우리들이 키워 낸 증오가 결국 날 잠식해가는 거야.
'가면' 과 '이면' 이라는 모순으로.. 또 저주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가엾고 역겨워서
하루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Posted by sey :
...그저, 조금 화가 났을 뿐이야.
이런 상처들이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아무런 실감조차 없는 나에게
'오늘은 할 일이 있으니까, 이 정도면 그만해도 되겠지..' 라던가,
이제는 상처를 낸다는 것이 그저 매일 양치질을 하는 것과 같은 부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그저 나를 죽이기 위해, 자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를 죽여온 게 10 년이 되었다.
9 년이 되기 전에 죽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지금까지.
어쩌면 일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고통.
거기엔 어떤 감정도, 의미도 없으니까.
그렇기에 화가 났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칼을 잡는다.

내 곁에서, 수 없이 나를 죽여오고 지켜줬던 칼.
모두가 떠나도 언제나 내 옆에 있어줬던 유일한 존재.
그 칼을 고쳐잡고 상처를 내기 직전, 아무리 익숙하다고 할지라도 두려운 건 변함이 없다.
이대로 그만둘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그저 익숙해졌을 뿐.. 고통이 두려운 건 너무나 당연하기에.

'앞으로도 살아갈 자신이 있어?'
두려움에 칼을 놓으려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살아간다는 의미, 앞에 놓여진 수 많은 고통과 싸워나갈 수 있겠냐-고.
...자신이 없다. 분명, 자신이 없어.
앞으로를 살아간다는 것이 지금 나를 그어내는 고통보다 훨씬 더 두렵다.
그렇기에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나를 죽이는 것을 택할 것이다.

칼날이 지나가고 벌어진 상처 사이가 충혈된 안구에 붉게 스며든다.
손목을 관통하는 하나의 선과 그 선이 새하얗게 사라져가는 느낌.
그 느낌을, 잊을 리가 없다.
그 상처 때문에 응급실로 끌려가 한동안 왼손을 쓰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상처는 그때보다 더 심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아, 이 정도로 상처를 내는 건, 얼마만일까.


고통으로 울부짖는 왼팔을 억누르고 처음으로 확인한 것은 '손가락이 움직이는가' 였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힘겹게나마 움직여지는 모습에 안도감과 한심함이 뒤섞인다.
이번에도 결국.. 이 정도 밖에 상처내질 못하는 나약한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기에.

만약 상처를 내지 않고 칼을 내려놓았다면, 더 화가 났을 것이다.
내일을 살아갈 자신도 없는 주제에 자신을 죽이는 것조차 하지 않는 나약함을,
계약을, 복수를 포기한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니까.
...앞으로를 살아갈 자신이 없으면서 오늘을 살고 싶다는 건.. 죄야.

살아있으면 안되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추악한 자신을 죽이는 것 뿐.
나를 죽여가기에 아직은 살아있어도 괜찮을테니까.
그걸로 의미를 부여받고, 그 존재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게 나를 죽여가며 조금이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나를 죽여가며 조금씩 희미해지는 내 내일에 안도해왔으니까.
오늘을 살아있기 위해서는 날 죽여야만하는 모순이 나를 죽이고 나를 살아있게 해.


그렇기에.. 익숙함이라는 변명으로 날 죽이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났을 뿐이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저주하게 만들어줄거란 경고를 무시한 결과이기도 하니까.

차갑게, 그리고 서서히 뻣뻣하게 굳어가는 왼손.
손가락에 힘을 주는 일이나 단순히 타자를 치는 것조차
벌어진 손목의 상처 사이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왼손을 무리하게 사용할 때마다 지혈이 되지 않아
거즈조차 감당할 수 없을만큼 피가 흘러내렸다.
피가 소매에까지 스며들어 붉게 얼룩진 옷과 멈추지 않는 피.
그럼에도.. 나는 다시 상처를 벌리고 칼날을 쑤셔넣는다.
이걸로, 화는 조금 누그러진걸까.

언젠가 의사가 나에게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곧 왼손을 쓰지 못하게 될 거라고, 말했었다.
단순히 주먹을 쥔다거나 펜을 잡는 것조차 힘든 지금 내 왼손을 보면,
그 언젠가가 그리 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최소한 지금은.. 평소처럼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동안은 왼손을 자유롭게 쓰지는 못할테니..

손에 배긴 피 냄새에 구토가 나올 것만 같다.
아니, 오히려 역겨운 건 피 냄새가 아니라 내 자신일거다.
무언가를 죽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내가.

그렇게 언젠가는 이 정도의 상처에 익숙해지고,
그때는 또 다시 그 이상의 상처를 내야겠지..
상처를 내는 그 순간에.. 언제나처럼 망설이겠지만,
또 언제나처럼 결국에는 칼을 쥔 손을 움직일 거라는 걸 안다.

'앞으로도 살아갈 자신이 있어?'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기에,
그리고 앞으로를 살아간다는 것이 훨씬 더 두렵기에.


그렇게 난.. 역시나 복수를 선택할거라고, 말했었다.
복수라는 그 말의 의미를, 결과를 알면서도 선택한 길이기에.
그 말을 듣고, 화를 냈었던 것 같다.
여태까지 내가 했던 말들 중에서 가장 진심이 담긴 말 같다, 면서..

무언가를 죽이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나는, 무엇이든 죽여왔다.
소멸이라는 이름 그대로..
그것이 칼로는 죽일 수 없는 나의, 그리고 타인의 마음이나 감정, 기대라고 할지라도.

그렇기에 나를 죽여가는 것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질 않아.
조금의 미안함도, 안쓰러움도 없다.
만약 고통이라는 것이 내 몸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 절규라면,
언제나처럼 그 고통도 힘으로 억눌러 죽일 뿐이다.

그건.. 타인의 걱정이나 진심 따위도 마찬가지.
그런 것들, 한 번도 느껴본 적도 없다.
그저 내뱉는 단어 그대로의 자각 뿐.
만약 거기에 진심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미 죽였을테니까.
그리고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죽여왔기에 더이상 내겐 어떤 것도 들리지가 않아..

걱정한다, 라..
그래, 그래서 그 걱정이라는 보살핌 속에서 10 년 동안이나 날 죽여왔다.
최소한 나에게 '걱정한다'와 '걱정하지 않는다'는 아무런 차이도 없었으니까.

그만하라, 고?
나를 죽이는 걸 그만두면, 나를 대신해 살아줄 것도 아니잖아?
앞으로를 살아간다는 그 공포를 대신 짊어져줄 것도 아니잖아?
어차피.. 그렇다고 하더라도 타인인 이상 그 무엇도 나를 대신해줄 수는 없어.
슬픔을, 고통을 나눈다던가 하는 말들은 겉치레일 뿐..
처음부터 그런 건.. 나눌 수 있는게 아닌거야..
결국은 타인이기에, 언제나처럼 허울 좋은 말만 내뱉어버리고
자신의 인생이 아니니 나중에 쉽게 발만 빼버리면 되니까.

그래, 어쩌면 한 번에 죽는 건 두려워서 이렇게 발악하고 있는 게 짜증나는 건지도 모르지.
죽어버릴 거면 한 번에 죽어버리던가, 하고.
그렇다면 미안해. 그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 원하는만큼 비난하면 돼.
결국에는.. 언젠가 나를 증오하게 될테니까.

그렇게 나는 나를, 타인을 마음 깊이 불신하고 증오하고 있음을 안다.
그 불신을, 증오를 가면이라는 무기로 죽여가고 있을 뿐..
그러니 이기적이라던가.. 그런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어떤 비난이라고 할지라도.. 분명, 잘못되어있는 건 나일테니.
그래, 나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나를,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진 않아.
또 다시 그것들을 죽여가는 것을 계속하리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만약 인간이 고장날 수 있다면, 난 이미 손을 쓸 수도 없을만큼 고장나버린 게 아닐까..
자신의 어디가 고장나있는지 알면서도 이미 고칠 수조차 없는.

그렇다면.. 남은 건 폐기 뿐이라는 걸, 고장난 나도 알고 있는 것 뿐..
Posted by sey :


-즐거웠어?
복수를 멈추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
스스로를, 타인을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만이.
...봐, 그 결과가 이거야.

-말했었지.
타인보다 우월할 수 없다면, 내가 죽여버리겠다-고.
자만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 거라고, 경고했을텐데.
...이제는 '복수'라는, '살인'이라는 증오가 장난처럼 들리냐.

너.. 그럼, 다시 깨닫게 해줄게.
걱정마, 그때 죽지 않고 살아났다는 걸 미친 듯이 후회하게 될테니.


    ...다시 한 번, 살아있다는 사실을 저주하게 만들어 줄게.
                                                                                ┘
Posted by sey :


...다시 일 년, 만이지.
죽음이라는 공포와 마주하는 건.

칼을 잡을 때마다 생각한다.
정말로 이제는 팔을 못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팔을 잠식하는 고통을.
...결국, 나도 나약한 인간일 뿐이니까.

상처를 낸다면 한동안 왼팔을 쓰진 못하겠지.
아니, 어쩌면 인대를 건드려서 다시는 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고.
기억하고 있잖아? 투두둑- 하면서 무언가가 끊어져가는 느낌을.
이미 한 번은 근접했던 정도라면 이번이라고 해서 못할 건 없으니까.

...무섭냐? 그렇다면 이대로 칼을 내려놓아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아.
아니, 사람들은 네가 상처를 내려고 했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걸.
하지만 잊은 건 아니겠지.
칼을 내려놓는다면, 넌 그저 쓰레기일 뿐이라는 걸.
피를 흘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병신이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살아갈 자신도 없는 주제에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그렇다면 남아있는 건.. 자신을 죽이는 것 밖엔 없잖아..

칼을 다시 고쳐 잡고 앞으로 몸을 덮쳐올 끔찍한 고통을 기다린다.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는 없으니까.
그리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팔이 떨린다.
오른손으로 왼팔을 부여잡고 고통에 신음하며
벌어진 상처 사이로 피가 배어나오는 것이 시야에 붉게 스며온다.

그런데 왜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까.
한 번도 소리내서 웃어본 적이 없는데, 왜 숨죽여 웃고있는 걸까.
거울에 비친, 나는 고통스럽지만, 기쁘다.
괴로움에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지만, 그래도 기쁘다.
...나는 이걸로 조금이나마 더 내 죽음을 앞당길 수 있으니까.
살아갈 자신이 없는, 가치 없는 내 삶을 조금이나마 더 빨리 끝낼 수 있으니까.
그러니.. 기뻐야만 해..
Posted by sey :


너 말이야.. 너무 지나쳤어.
자만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거야.

...내가 분명 경고했었지.
타인보다 우월할 수 없다면, 내 기대에 미칠 수 없다면
-죽여버리겠다고.

그래, 현실이 그렇게 이면을 다시 깨우길 요구해.
나만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면 된다고? 지랄하고 있네.
살아갈 가치가 없다면, 결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결과만 찾을 거잖아?
그럴 거면 차라리 더 그어서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라고 하지 그래?

...다 죽여버리고 싶을 뿐이니.
Posted by sey :
'여긴 왜 왔어?'
'그럼 죽으면 되겠네.'
'어차피 죽을 거면서 왜?'

경멸이 가득 섞인 그 한 마디, 한 마디.
미움 받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는데..
마주보는 사이로 차갑게 내려 앉은 공기가 무겁다.
그래서, 머리가 지끈거려..

귓가로 들려오는 말들은 마치 바늘 같아서,
체념해버린 나를 향해 날카롭게 찔러온다.
하지만 상관 없어.
아프지도 않으니까, 그런 거..
그럴수록 더 망가져버리고 싶을 뿐이야..

기대는 어느 사이엔가 분노가 되어버리고,
곧 경멸로 나를 마주한다.
현실을 놓아버린 날 경멸하는 것인지,
아니면 치유할 생각조차 없는 날 경멸하는 것인지..
어쩌면 그저 내 존재 자체를 경멸하는걸까..

하지만 그게 어떤 것일지라도,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어..
나는 그저 경멸의 대상인 채로 만족하니까..
그리고 너는, 그 모습마저도 경멸하겠지..
Posted by sey :

잃어버린 걸 되찾고 싶다는 생각은 애써 하지 않으려 했어..
다시는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는데,
왜 이제와서 후회 같은 걸 하고 있는걸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았던 빛,
아무리 바래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현실..
또 다시 그걸 바라게 될 스스로를 바라볼 자신이 없다..
그게 너무나 한심해서, 또 너무나도 추해서.

.

처음 얼굴에 상처를 냈을 때, 난 울지 않았다.
파고드는 쓰라림이 아팠지만 그 정도 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으니까..
떨어지는 핏방울을 그저 멍하니 쳐다볼 뿐..
아무런 죄책감도, 슬픔도, 후회도 없었어..

하지만 언젠가 한 번 운 적이 있었다.
힘껏 참고 참았는데.. 왜 언제나 내겐 아무 것도 없는지..
아무런 선택의 여지조차 남겨주지 않는 현실이 미웠어..

모두 다 그만두고 싶었다..
모두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다 무너져내리고 다 부서져서 고장나버렸으면 좋겠어..

하지만 날 비웃기라도 하듯 현실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어..
아무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쳐도 결국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 기다리고 있을 뿐..

그렇다면.. 그래, 나부터 고장나면 되는구나..
내가 고장나버리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모두 무너질테니까..
그래서 망가뜨렸어..
그리고 처음으로 울었다.

.

그날 이후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생겼다.
웅크려 울고 있을 때, 유일하게 내 곁에 있었고..
내 손을 따뜻하게 적셔주었던 피 묻은 칼..

내게는 사람의 온기라고 부르는 것들보다 피가 더욱 따뜻했다.
그 어떤 것들보다도 순수하게 날 위로해주었어..

또 다시 현실에 주저앉을 때에도,
괴로움에 지쳐 도망쳤을 때에도..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칼은 언제나 있어주었다.

그래서 칼을 내려 놓을 수가 없어.
그게 아무리 날 서서히 죽여가는 것일지라도, 괜찮아.
어차피 내게는.. 아무도 없는걸.
처음부터 그것 밖에는 없었으니까..
참을 수 없을만큼 아프더라도, 점점 죽음을 향해 걸어가더라도..
이렇게나마 위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변하지 않은 채 지금껏 함께한 칼과
내 바램대로 나를 망가뜨려 준 내 이면..
그렇기 때문에 외롭지는 않았어..
죽을 만큼 불행하지는 않았어..

.

소중하기에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들..
그래서 난, 당신들을 잃어버린 거겠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과..
당신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은..
대체 어떤 차이였던걸까..

Posted by sey :

피로 얼룩진 내 손은,
언제나 피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서 역겨웠다.

이런 내 손을 누군가가 잡아준다면,
그 사람의 손에서도 피 냄새가 나게 되는걸까..
그런 건 너무 꼴 사납잖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바라보게 되는 건 고통 뿐.
몸의 상처와는 관계 없이 그건 어느새 괴로운 일이 되어버렸다.
안구로 스며드는 푸른 하늘 빛이 시리다.
아아, 오늘도 살아있구나. 오늘도 버텨내야 하는거구나.
그건, 너무나도 절망적인 일.


밤새 피가 스며들어, 더 이상 본래의 색을 찾아볼 수 없는 거즈와
피부 위로 검게 얼룩진 핏자국을 본다.
거즈가 출혈을 감당해내지 못한 탓이겠지.
옷에도 스며든 피를 보며 한숨이 나온다.
피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 역겹다.

염증과 들러붙은 거즈를 떼어내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그것을 피로 얼룩진 스스로의 손으로 해야된다는 모순과,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욱더.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과가 되어버렸지만,
어째서 고통에는 익숙해지지 못하는걸까.


물은 어느새 진홍색으로 물들어 흘러내려간다.
피.. 그래, 그건 피를 닮았다.
아니, 정말로 피인가.
거즈를 떼어내면 다시 출혈이 시작된다.
응고되었던 피가 같이 떼어졌기 때문이겠지.

거즈를 사용하고 싶진 않지만, 거즈를 사용해도 이 꼴이다.
밴드만으로는 이미 출혈을 감당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거즈를 붙인다.
아아, 떼어낼 때는 다시 고통스럽겠지.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하루 하루 깨어날 때마다 고통 속에서 눈을 뜨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이기를 바래왔는데.
살아간다는 그 사실 자체가 고통이 되어버렸다.
존재한다는게, 그리고 숨을 쉰다는게 너무나 괴로워서 안식을 원해.

하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걸 알고 있다.
또 다시 그걸 반복하고 싶지 않아.
그럴바에야 치유하고 싶지 않아. 아니, 치유할 수 없어.

그러니까 치유하지 않아.
이 상처도, 이 시간도, 과거도 모두.

주위를 감도는 피 냄새만이 안식이 되어버렸어.
...이미 치유 불능이야, 이건.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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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가끔씩 또 다른 내가 눈을 뜰 때가 있다.

나는 너를 기억하고, 너는 나를 자각하지 못하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괴로워해야 했던건 언제나 네 역할이었니까.
그래, 난 내 슬픔도, 증오도, 광기도 모두.. 너한테 떠밀어버렸어.
그러면 나는 언제나 그대로 있을 수 있어.

나는 빛날테니까.
너는 내 추악한 면만을 가져가면 되는거야.
언제나 틀린 건, 잘못된 건 너이면 되는거니까.
너만 없으면 되는거니까.
너를 누구도 좋아하지 않아. 누구도 원하지 않아.
심지어, 나조차도.

그러니까 네가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해.
미칠 듯이 미웠겠지. 왜 언제나 괴로워해야 하는 건 너였는지.
왜 내 고통까지 네가 받아들여야만 하는지.
어째서 그 누구도 고립된 너까지 보려고 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왜 항상 너만 미움 받고 경멸의 대상이어야 했는지.

아아, 너는 항상 울고 있었어.
눈물이 흐르지 않으면, 핏방울이 대신 흘렀어.
그건 너에겐, 살고 싶다는 몸부림이었겠지.
구원받고 싶다는 절규.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너를 경멸하니까.
점점 어긋나며 폭력성으로 일그러져가는 너를 보며 안도했어.
좀 더 괴로워하기를. 좀 더 망가지기를. 좀 더 주저앉기를.
그러면 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그럴 수만 있다면, 너 같은 쓰레기는 어찌되든 상관 없으니까.

이상한 일이지?
언제나 희생양은 너였는데, 언제나 괴로워했던 건 너였는데.
나 대신 울고 있었던 건 너였는데.
사람들은 네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어.

그럴수록 너는 날 더 미워하고,
너 역시 살아가기 위해서 날 상처입혔지.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고 너에게 맹목적인 희생만을 요구할테니까.
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너는 언제까지고 그 괴로움 속에서만 살아가야 해.

그래, 우리는..
아무리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각자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서로를 죽일 수 밖에 없는거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지 않으면 한 순간도 공존할 수 없을테니까..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