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얼룩진 내 손은,
언제나 피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서 역겨웠다.

이런 내 손을 누군가가 잡아준다면,
그 사람의 손에서도 피 냄새가 나게 되는걸까..
그런 건 너무 꼴 사납잖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바라보게 되는 건 고통 뿐.
몸의 상처와는 관계 없이 그건 어느새 괴로운 일이 되어버렸다.
안구로 스며드는 푸른 하늘 빛이 시리다.
아아, 오늘도 살아있구나. 오늘도 버텨내야 하는거구나.
그건, 너무나도 절망적인 일.


밤새 피가 스며들어, 더 이상 본래의 색을 찾아볼 수 없는 거즈와
피부 위로 검게 얼룩진 핏자국을 본다.
거즈가 출혈을 감당해내지 못한 탓이겠지.
옷에도 스며든 피를 보며 한숨이 나온다.
피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 역겹다.

염증과 들러붙은 거즈를 떼어내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그것을 피로 얼룩진 스스로의 손으로 해야된다는 모순과,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욱더.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과가 되어버렸지만,
어째서 고통에는 익숙해지지 못하는걸까.


물은 어느새 진홍색으로 물들어 흘러내려간다.
피.. 그래, 그건 피를 닮았다.
아니, 정말로 피인가.
거즈를 떼어내면 다시 출혈이 시작된다.
응고되었던 피가 같이 떼어졌기 때문이겠지.

거즈를 사용하고 싶진 않지만, 거즈를 사용해도 이 꼴이다.
밴드만으로는 이미 출혈을 감당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거즈를 붙인다.
아아, 떼어낼 때는 다시 고통스럽겠지.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하루 하루 깨어날 때마다 고통 속에서 눈을 뜨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이기를 바래왔는데.
살아간다는 그 사실 자체가 고통이 되어버렸다.
존재한다는게, 그리고 숨을 쉰다는게 너무나 괴로워서 안식을 원해.

하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걸 알고 있다.
또 다시 그걸 반복하고 싶지 않아.
그럴바에야 치유하고 싶지 않아. 아니, 치유할 수 없어.

그러니까 치유하지 않아.
이 상처도, 이 시간도, 과거도 모두.

주위를 감도는 피 냄새만이 안식이 되어버렸어.
...이미 치유 불능이야, 이건.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