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세계는 이렇게 조용히 무너져내려 종말을 맞이했다.
외면했던, 알려고하지 않았었던 현실을 직시한다.
이해하고싶지 않았던 세계를 이해해야만 하는 순간이, 결국은 찾아온 거다.
어쩔 수 없이 지속되던 거짓의 끝.
그런 거짓을 이렇게나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어쩌면 이미 알고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 역시도..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인간인 거다.
이것이 내가 알고있던 세계의 종말. 나는 또 이렇게 무언가를 죽여간다.
내가 알던 세계는 이렇게 조용히 무너져내려 종말을 맞이했다.
외면했던, 알려고하지 않았었던 현실을 직시한다.
이해하고싶지 않았던 세계를 이해해야만 하는 순간이, 결국은 찾아온 거다.
어쩔 수 없이 지속되던 거짓의 끝.
그런 거짓을 이렇게나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어쩌면 이미 알고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 역시도..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인간인 거다.
이것이 내가 알고있던 세계의 종말. 나는 또 이렇게 무언가를 죽여간다.
가면의 페르소나이기에, 나는.. 없다는 걸.
주제넘게 잊고있었던 걸까.
그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허상을 어떻게든 존재시키게 한 결과일 뿐임을..
과거를 마주할 때마다, 부정하려는 나를 죽여간다.
나는 어차피 이해받지 못하니까,
나는 어차피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몇 번이고 죽여도.. 괜찮을테니.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그런 무의미함의 반복일지라도,
어차피 거짓으로 부정될 가면일 뿐인데..
부정하려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면, 강제하지 못한다면,
허상으로조차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
분명, 욕심이 났던 거다.
내가 진짜이고 싶은, 오직 나만이 존재하고 싶은.. 욕심.
사실은 그런 나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행복을 부정하고 싶었다. 부정하고 또 부정해서 믿고싶지 않았다.
나야말로,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이번만큼은, 나도 받아들여지고 싶었으니까.
...한심했다.
행복을 추구했던 그 마음만큼은 절대로 부정하지 않기로 했으면서도,
내 욕심을 위해 그것을 부정하고 싶었던 거니까.
그렇기에 환멸하는 건, 소멸해야 하는 건.. 나.
행복을 지킬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빛나는 것이라면..
존재하지 않는 내가, 빛날 수 없는 내가 소멸하는 것이 옳으니.
가면의 페르소나이기에,
또 이면의 페르소나이기에.
소멸시킬 수 있고 또 그것을 강제할 수 있어.
다행이다, 잘못된 것은 나 하나라서.
소멸하는 것은 의미없는 자신 하나면 되니까.
그 상처가, 눈에 보인 건 언제부터였을까.
닿으면 그대로 부서져내릴 것만 같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위태로워서,
어쩌면..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걸까.
외면하려고 해도, 부정하려고 해도..
어느새 그 괴로움이, 그 쓰라림이 느껴져서 마음이 저리다.
눈물 속에서 스스로를 죽여갔던 나날들.
나는, 너무나 나약해서.. 그것이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음을.
그건..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그래서 사실은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있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 부정할 수가 없다. 왜 그랬냐고, 원망할 수가 없다.
그 마음을, 그 발버둥을..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어.
그 마음만큼은 절대로 부정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어떻게도, 심장을 죄여오는 안타까움만 잔류해.
단 한 번도 틀리지않고, 단 한 번도 잘못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괜찮아, 괜찮을 거야.
비록 나는 그럴 수 없었지만, 그래도 너는 다시 빛날 수 있어서 기뻐.
이제는, 눈이 부셔서 바라볼 수 없는 희망을..
너는 그 빛 속에서, 다시 한 번 가질 수 있기를 바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언가를 죽이는 것 밖에 없으니까.
비록 내가 지켜줄 수는 없더라도, 그 빛마저 죽이지 않을 수 있게..
그러니 괜찮을 거야. 너는, 계속 빛날 수 있을 거야.
상처 뿐인 기억은.. 아직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데,
결국은 돌아설 수 없을 나였기에.. 또 이렇게 마주하게 돼.
지금이라면, 조금은 다른 과거를 선택할 수 있지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이 스며든다.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테지만, 아주 조금은 더 기억 속에 머무를 수 있었기를..
그런 날들을 그려보며.. 결국은 다시 마주하게 될, 모순만을 기억해 내.
아직도 사라지지 못한 나는, 그래도 괜찮은 걸까.
처음부터- 지금이라는 건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을 사치라는 걸.
...무엇을 기대하고, 희망할까.
내가 소멸함으로써 언젠가 내 희망이 되어줄 사람이 고통받지 않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니,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자격이 없어.
아니, 잃어버린 게 아니라 내가 죽인 거니까.
이미 한 번 죽어버린 건, 아무리 발버둥쳐도 다시 살려낼 수 없음을..
그 절망감을 모를리가 없잖아..
무언가를 죽였다면, 그 가치의 무게를 짊어져야만 하니까.
눈부셨던 기억조차 남지 않기를, 그래서 나는 흔적조차 남지 않기를.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난 아직도..
행복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그런 허황된 행복을 바란 것도 아닌데..
눈에 비치는 지독한 절망만을 감싸안는다.
사소한 일상이라도 그것이 얼마나 부숴지기 쉬운 것인지, 알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했었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기적 같았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아무리 알고있어도, 아무리 소중히해도 지킬 수가 없었으니까.
어째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현실 때문에 포기해야만 하는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타인에게 자신의 책임지지도 못할 현실을 강요하는 사람들.
...그 무책임함이 너무나 지긋지긋하다. 그래서 더욱더 증오만이 커진다.
'나'는 상관없었다.
나는.. 내 이익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적으로 간주하고 죽일 뿐이니까.
그렇기에 희생해야 할 것이 없었다. 슬퍼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허무함으로 괴로움을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이기에 가능한 사고방식.
그러다가 깨닫게 되었다.
어째서, 당신들이 나를 그토록 경멸했던 것인지.
하하..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이제껏 그 사고방식의 차이를 알지 못했던 것 뿐이다.
나는.. 상대가 누구라도, 그 관계를 죽여버릴 인간이니까.
자신을 위해 이제껏 희생해준 사람에게조차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평생도 나를 위해 희생하다가 죽을 때마저도 나를 위해 죽어달라고 말할 거다.
그런 후에도 아무런 미안함도, 고마움도 느끼지 못할테지.
그러니까 그 사람을 위해서 어떤 자발적인 행동도, 희생도, 감정 소비도 하지 않는다.
그저 거기에 존재하는 것 뿐인, 사물이니까.
그래, 나는.. 결국 사람을 사물로 보고 있는 거다.
그렇기에 내가 누군가와 관계하는 방법은 관계를 죽인다, 는 행위.
나에게있어, 상대방은 점점 소모되어가는 소모품일 테니까.
나는 정말, 무언가를 죽이는 것 밖에는 못하는구나..
이제야 다시 마주하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