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끝. 그리고 그 3 번째의 날.
그 모순을..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죽어가는 감정들만큼.. 실감 또한 죽어간다.
생의 실감이 없다는 말은 분명 그 변명이겠지.
실감이 없어도 괜찮아.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슬프지도, 불행하지도 않을테니.
허무로부터 얻는 것이 허무 뿐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채울 수 있는 그릇조차 없었으니까.

그것이 당연한 일,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구원..
그걸..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치고 또 도망쳐도.. 다시 심장이 죄여온다.

나는.. 용서받지 못하니까.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죽여왔어야만 했던 걸까.
그거 알고있어? 그 한 마디, 한 마디 따뜻한 위로가 날 죽여가고 있었다는 걸..
그 빛이, 그 미래가.. 나의 환상일 뿐이었다면-
지켜주지도 못할 그 환상들을.. 왜 내게 보여준거야..

그렇기에 잊어버릴 수가 없어..
그 증오를, 그 허무를..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겠어.
존재하는 것조차 용서할 수 없었기에 지우려고 했던.. 그 증오의 절실함을.
포기하고 또 포기하고, 따스함을 죽여야만 했었던 절망을.
당신들이 보여주었던 환상이, 그리고 그것이 깨져버린 거짓의 추악함이 얼마나 날 목졸라왔는지.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기쁘다고 말해주었던 그 순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소중하다고 했었던 그 말이 얼마나 기뻤었는지..
그 상냥함이 얼마나 나의 희망이 되어주었는지..
당신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어?

지금은 비록 그저 껍데기일 뿐일지라도, 흉내라고 하더라도.. 괜찮아.
살을 찢는 차가운 고통과 나를 태우며 흘러내리는 피는 최소한 내겐 환상이 아닐테니.
무엇이든 죽여왔다면, 그 환상마저도 죽이면 돼. 그 위로마저도 죽이면 돼.

잊지 않았겠지? 한 번 죽어버린 건, 다시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자신을 죽여버린 나는.. 나를, 그리고 당신들을 용서한 적이 없어.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