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9.05.18 가면, 이면
  2. 2009.01.09 복수, 시작 3
  3. 2008.11.29 저주 10
  4. 2008.11.26 의미 6
  5. 2008.09.01 done 1
  6. 2007.11.28 happy birth day to me.. 7
  7. 2007.09.29 기억은 흉터.. 2
  8. 2007.02.26 the paradise.. 2
  9. 2006.12.15 the contract for the revenge..
  10. 2006.11.21 The revenge for past days.. 2

다시 깨어난 그날, 그곳에 이미 너는 없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서로를 죽이려 할 뿐이었을 우리는
이제는 그렇게.. 과거라는 단어 속에서만 존재하는 괴로운 기억이 되어버렸다.
나를 대신하여 희생한 너에게도, 대신 살아남은 나에게도.. 모두.

가면이라는 복수와, 이면이라는 광기.
어느사이엔가 우리들은 서로를 그런 이름으로 불렀다.
원하지 않았어도 필요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진 너와 나는
그렇게 가면을 통해 타인을 속이고 복수하며, 이면을 통해 서로를 죽여왔다.
하루하루 죽어가는 나날들이 괴로웠어도, 죽음이라는 끝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언젠가 죽음이라는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그리고 그건.. 저주이기도, 동시에 구원이기도 했다.

항상 주변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외롭지는 않았다.
언제나 나에게는 '너' 라는, '이면' 이라는 죽여야 할 대상이 있었으니까.
그건 결과적으로 증오하는 것도 대상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혼자라도 살아갈 수 있었다. 타인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혼자가 되어버렸음을 깨닫는다.

이면이라는 네가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면서도 내게 양보했던 미래이기에.
나는 네 행복을 대신할 만큼의 미래를 가질 수 있을까.
혼자서 짊어지는 희생의 가치가 너무나 무거웠다. 혼자라는 것이 괴로웠다.
손을 내밀어도 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차라리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좋았을텐데.
아니, 어쩌면 거절당하는 것을, 뿌리쳐지는 것을 몰랐다면 더욱더.
그렇게 또 다시 과거의 어긋남을, 반복을 현재에서 바라본다.

이면을 잃고 혼자서 살아가는 나날들.
나를 부정하는 현실만이 가득한 곳에서,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혼자서 발버둥쳤다.
경멸받지 않기 위해, 나를 경멸하는 타인을 부정하지 않았다.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면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결과를 가지고 싶었다.
결과를 가질 수 없다면, 결국 너의 희생도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릴테니.

하지만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약해빠진 나는 혼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항상 '이면' 이라는, '살인' 이라는 힘을 빌려왔었기에.
나를 죽이고 또 죽여가며 뒤쳐지지 않기 위해 몰아세웠다.
스스로가 정한 최소한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그런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까지.
그럴 때마다 광기로 뒤틀려버린 '이면' 을 이용해 어김없이 피를 흘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빛나는 당신들 속에서 서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존재 가치를 부정당한 채, 한 순간도 살아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이면' 이 없었다면 쓰레기인 지금에조차 이르지 못했을테니.

'이면'을 잃어버린 지금의 나는 조금도 나아갈 수가 없어.
타인으로부터, 현실로부터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는 어떠한 결과조차 만들어 낼 수가 없다.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다시 혼자서 걸어가야하는데,
혼자서는 할 수 없는데, 아무도 없잖아.
돌아오는 건 말 없는 침묵 뿐이니까. 언젠가는 그렇게 또 나를 버릴테니.
이제 기대하는 건, 아픈 건 충분하잖아.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새로운 '이면' 을 필요로 해.
그건 언젠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면 그때도 이면을 선택할 것이라는,
복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먼 지난 날의 맹세.
이 선택이 결국 다시 깨어나게 된 나를 죽이는 것일지라도,
나를 대신해 희생한 과거의 이면을 배신하는 것일지라도, 상관없어.
현실이 결과만으로 판단한다면,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아.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면 그 희생마저도 헛된 것이 되어버릴테니까.
무가치하게 살아남는 것보다, 다시 피를 흘리더라도 나아가는 게 모두가 나에게 바라는 일이잖아.
다시 깨어난 그날 이후로, 그 누구도 내가 다시 깨어났음을 기뻐하지 않았던 것처럼.

차라리 넌 깨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아니,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것이 죄인인 너의 죄.

살아있는 한, 살아있기 위해 날 죽여야만 하는 모순과
복수라는, 살인이라는 나를 숨쉬게 하는 이유.
그래.. 그것이 너와 나의 계약이자, 대가.

지금의 나는 복수라는 이름의 가면일 뿐이니까.
죄인이자, 복수자로서 타인의 도움 따위를 기대할 바에는 차라리 날 죽이겠어.


봐, 결국에는 다시 피를 갈구하게 될 거라고 했잖아?
절대로 넌 '계약' 이라는 굴레에서, '살인' 이라는 증오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
넌 '살인' 이라는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병신이니까.
애초부터 그게 너를 살리게 하고 있는 힘이자, 살아가는 원동력이었잖아?
사실은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으면서.
아니, 벗어날 수가 없겠지.
그것들이 없는 넌 결국 그 더러운 목숨을 추악하게 연명하고 있을 뿐일테니까.

그래, 언제나 넌 어긋날 뿐이었어.
누군가가 너를 변화시키려고 하면 할 수록 넌 더욱더 어긋났지.
웃기지 않아?
칼을 내려놓게 만들고자 했었던 사람들 덕분에 이제는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서는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내고 있다니.

당신들은 한 번도 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지껄일 수 있는거야.
가면이라는 복수의 냉혹함을, 이면이라는 광기의 저주를.
아아.. 그래. 기괴하고, 추악하고, 역겨워.
억지로 들춰냈으면서, 결국 스스로 그 더러움에 고개를 돌리지.
그게.. 나와 당신들의 거리야.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다시, 눈을 뜨고 기억해 내.
'이면' 이라는 광기를, '죽음' 이라는 안식을.
두 번 다시 실수 같은 건 없어.
이번만큼은 정말로 죽여버릴테니까.

...지금 살아있는 걸, 그때 죽지 못할 걸 후회하게 해줄게.
곧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저주하게 될테니.

Posted by sey :

어렴풋이 다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난 대학 병원의 중환자실에 있었다.
온몸에 연결된 호스들과 전기선들.
이미 약을 먹은 그날로부터 7 일이 지난 후였다.

기억나지 않는 시간들.
그 7 일 동안 난 여러 병원의 중환자실을 옮겨다녔다고 했다.
과다복용의 부작용으로 의식이 없는 건 물론 폐까지 절반이 오염된 상태.
약물에 의한 흡입성 폐렴으로 산소 포화도가 90 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무호흡 상태도 진행되어 이제는 산소 호흡기까지 필요했다.
이대로 산소 포화도가 90 을 넘지 못할 경우,
기도를 절개해 호스를 연결하는 기도 삽입술까지 고려 중이었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상태가 많이 회복된 후였다.
산소 포화도도 90 을 간신히 넘겼고 위세척으로 약물 또한 몸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와 고열의 몸은 내가 누워있는 사이 피부 조직을 괴사시켜버렸다.
괴사해버린 피부 조직은 다시 회복되지 않고 제거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병원 측에서는 일단은 나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는 밤은 공허했다.
무미건조한 기계음과 간호사들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환자들의 신음.
여전히 순간순간 파고드는 고통으로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혼란. 아직도 기억이 이리저리 뒤섞여있다.

멈추지 않고 고통스럽게 흘러가는 시간만이 죽지 않았다는 자각을 준다.
...어째서 난 또 살아있는걸까.
구역질을 참아가며 어떻게든 삼켜냈던 62 일치의 약물.
62 일치. 그게 반 년 동안 모았던, 내가 가진 모든 양이었다.
그래, 이번만큼은 정말로 죽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죽을 위기까지 있었다.
이대로 잠이 들면 이제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왜 지금 다시 눈을 뜨게 된걸까.
...그대로 영영 눈을 뜨지 못했으면 좋았을텐데. 모두가 기뻐했을텐데.
그 기억으로 이제 난 약 한 알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하게 됐다.
아니, 그때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을 느꼈다.

아침이 되고 곧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병실 안에서, 7 일만에 다시 마셔보는 물은 마시는 순간 구역질이 나왔다.
위세척 약품이 아직도 입에 남아있기 때문이겠지.
어차피 이미 거의 다 흡수되어버려 위세척은 필요도 없었을텐데.

내가 눈을 뜬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했다.
병실에서 맞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은 여전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가득 매달린 항생제들과 영양제들 그리고 여전히 몸에서 뽑아내지 못하는 호스들.
순간, 걷지조차 못하는 내 상태가 우스웠다. 우스워서 비웃음이 나왔다.
...제대로 죽지조차 못하는 병신이구나, 나.

만약 그대로 내가 죽었더라면, 누군가는 슬퍼해줬을까.
아니면 내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치게 될까.
아무래도 후자겠지.
잃어버리고 싶지않다고 말했으면서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오래전부터 준비해놨었으니까.
아프기 때문인지, 아니면 끝이라고 생각했었던 현실이 이어졌기 때문인지..
고통만이 가득한 지금의 현실에서 문득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졌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되는거겠지.. 내 옆에는 아무도 없어.
내가 밀어냈으니까, 죽을거라고 생각했었기에 아무도 남겨놓지 않았으니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그렇게 혼자서만 죽어가는거야.

비록 전부 다 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일부는 죽어버렸으니까.
내가 나를 죽이려했다는 건 변하지 않아.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과 나.
...다시 살아있게 된 나는 여전히 똑같구나.
만약 그 순간 누군가 옆에 있었더라면, 털어놓을 뻔 했을테니까..
타인을 향한 기대와 실망. 설령 오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난 풀지 않겠지..
여전히 내 피 묻은 손은 거절당한 채 그대로가 좋아.
그래야만.. 언젠가 난 다시 복수를 선택할 수 있을테니까.

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해서 깨어나 굳이 원했던 건 아니지만 새벽 하늘을 볼 수가 있었다.
...아침은 눈이 부셨다.
그렇게 시작된 병실 창가로 비치는 크리스마스의 하루.
병실에서의 하루는 그 하루하루가 다 똑같다.
진통제로 고통을 버티고 흘러가는 시간을 잡지 않아.
매 시간마다 기계적으로 삼켜내는 음식과 겹쳐지는 기억들.
나에게 크리스마스라는 건 혼자라는 걸 더욱더 일깨워주는 날이었다.
웃기는 일이야, 이런 주제에 타인에게 실망한다는 건..

내가 약을 먹은 그 다음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병실에서 접한 할머니의 사망 소식.
내가 의식을 잃은 그 7 일 동안 장례식까지 모두 끝나있었다.
떠나시기 전, 할머니는 나를 계속해서 찾으셨다고 했다.
가족들은 차마 나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겠지.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죽을 위기를 넘기고 있다는 사실 대신,
...시험이라 바빠서 올 수가 없다고.
할머니는 그 순간에 이런 나를 용서했을까.
자신의 마지막조차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던 손자를.. 용서했을까.
담담히 할머니의 마지막을 들었다.
친척들은 나를 대신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했다.
...그럴리가 없잖아.
죽음은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건데, 너무나 공허해서 고독조차 외로운건데.
그러니까 누구도 죽고싶어하지 않는건데.
내 기억의 일부를, 살아온 시간의 일부를 공유했던 사람. 그 존재가 이제는 소멸해버렸다.
내가 죽겠다고 발악을 하고 정신을 잃은 사이.. 그렇게.
그 순간이 마지막인걸 알았더라면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드렸을걸..
이제는 자신에게 화조차 나지 않았다. 화낼 가치조차 없어.
결국 난.. 거기까지고, 그런 인간일테니.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내일을 맞이하고 나를 맞이한다.
예외를 생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이러고도 살아있다는 자체가 나에겐 패닉이었다.
복수를 맹세했던 순간부터, 나와 계약한 순간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살아왔었으니까.
62 일치로는 부족했던걸까. 조금만 더 모아 삼켜냈었더라면, 그때는 정말로 죽을 수 있었을까.
그런 자책들이 쏟아져내린다.
일부분만이 죽어버린 나는.. 누구인걸까.
복수만을 바라봤던 복수자? 아니면 숨죽여 구원을 기다렸던 낙오자?
텅 비어버린 나는 이제 뭘로 채워야만 하는걸까.

예전의 나에게 왠지모를 지독한 이질감을 느낀다.
괴로워했던 시간들도, 복수 밖에 바라볼 수 없었던 시간들도,
흘러내리는 피로 물들었던 그 시간들도 모두 기억할 수 있는데 어째서일까.
그 기억이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들만 공허히 맴돈다.
여전히 복수의 흔적들은 몸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는데.
타인이 기억하는 과거의 나는,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나는.. 누구였을까.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말을 계속 기억하고 있었어.
그런데도 결국 난 잃어버렸구나..
옆에 있어달라는 말은, 너무나 큰 욕심이었다는 걸 잘 알고있었는데도..
결국 내 모순이 상처입힌 대가는, 죄값은 나만의 몫이니까..
미안했어. 그리고 미안해.

언젠가는 지금의 나 역시 과거의 나처럼 또 다시 복수를 선택하게 될 것을 알아.
살아있다는 실감이 없으니까, 여전히 안식을 바라니까.
그때는.. 더이상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괜찮아.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괜찮을거라고 생각해..
이미 한 번은 죽었을테니..

Posted by sey :
전부 네가 틀렸기 때문이야.
봐, 같잖은 기대 따위를 하니까 이렇게 되는거야.

그래, 당신들이 내게 했던 말들이 모두 옳았어.
너 같은 건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으면.. 너 같은 쓰레기 새끼만 없었다면..

살아있어서 미안하다면서 아직도 안뒈지고 살아있냐?
비참하다, 참.
널 바라보는 상대방 입장도 조금은 생각해줘야지.
미안하다는 말만 지껄이는 주제에 또 살아있는 꼴이 하도 역겨워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




일곱 째, 착각 혹은 자만을 한다면 그 대가로 피를 흘릴 것.
열하나 째, 일정 기간 동안 피를 흘리지 않는다면 복수를 포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
열둘 째, 만약 복수를 포기하고자 한다면 그 자신에게 다시 복수할 것.
열셋 째, 만약 계약을 파기하고자 한다면 복수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 목숨을 버릴 것.

아마 한동안 그 팔은 제대로 못쓸거야.
그 동안 그 빌어먹을 착각 좀 어떻게 해보던가.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도 나쁘지 않지?
더 이상 날 막을 필요도, 이유도 없잖아.
어떻게되든 상관없는거야, 이제는.

이제야 조금 저주 받았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냐.
기억해 둬. 만약 또 다시 거절하지 못한다면, 계약을 어긴다면,
그때는 이 정도로 넘어가진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
누구도 너 따위 잃어버린다고해서 아쉬워하지않아.
너만 없어지면 돼.
Posted by sey :
다시 복수의 눈을 뜨고, 계약을 기억해 내.
복수와 계약.. 그리고 가면.
언젠가는 그 모순이 널 죽일테지.

혼자서 걸어가는 시간 속에 추억이라는 괴로움만 쌓여간다..
함께 살아갈 수가 없었던 순간들과 일그러진 기억..
결국 끝나지 않은 거짓에 차마 바라볼 수 없는 건, 나 혼자일 뿐이야..

망가져 고장나버린 인형 따위에 가치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단순한 호기심으로, 혹은 순간의 동정심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왜 내게 다가왔어?
역시 불쌍해서였을까. 아니면 신기해서?
아무 것도 아닌 그 같잖은 관심에 혼자서 구원 받고 또 절망해..

처음부터 거절했어야 했어..
내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마주했었는지.. 모를테지..
기대 따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또 기대를 하고 있는 나약한 자신을 보게 돼..

...즐거웠었어?
하긴,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껏 수 없이 어겼던 계약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줄 알았냐.
그럼 그만 닥치고 다시 칼을 집어들어.
제대로 살아가지도 못하는 병신 주제에 살아간다는 걸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죄악이야.
그렇다면 그 죄값을 속죄해야지. 안 그래?

넌 나와 약속했어.
평생을 복수할 것을, 죽을 때까지 짓밟을 것을.
그 저주 받은 말의 의미를 잊은 건 아니겠지.
누구도 선택을 강요한 적은 없어. 하지만 넌 결국 복수를 선택했지.
또 반복한다면, 계약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하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거야.

저기, 기억해?
네가 점점 죽어가면 죽어갈 수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커진다는 거.
'아.. 최소한 나는 저런 쓰레기 새끼보다는 낫구나..' 라며 말이야.
이만큼 반복해왔으면 좀 알아 처먹을 때도 됐는데.
네가 생각하는 만큼, 기대하는 만큼, 너에게 되돌아오지는 않아.
이용당할 가치도 없다면 더욱더.
그렇다면 쓰레기 주제에 어차피 네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잖아?
상처 내며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위안을 받는,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게나 도움이 되고 싶다면 그어버리기나 해. 이 낙오자 새끼야.

봐, 그렇게나 네가 찾고 싶어하던 답. 
이미 오래전에 찾았잖아? 살아갈 가치가 없으면 뒈져버리면 돼.

언젠가 물었었지.
피와 약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잖아.
이제는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지 않으니.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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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된거야.
이걸로 된거야.
이걸로 된거야.
이걸로 된거야.
이걸로 된거야.

이제는 정말로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어..
그러니까, 이걸로 된걸거야..
Posted by sey :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것이..
자신의 생명까지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사실은 나도, 그리고 당신들도 믿지 않았으니까..

이 정도로는 죽을 수 없을거라고..
겨우 내가 상처내는 것 정도로는 죽지 않을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언제나 그렇게 한 마디 말 뿐이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알고 있었을까, 나 역시 숨기고 있었다는걸..
내가 알려주지 않으면 눈치채지도 못하면서..
내가 알려줄 수 밖에 없었던 몇 가지 작은 상처만이 전부라고 생각했을 뿐..
그것만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와서 결국엔 떠나가는 결과의 반복..
그게.. 타인의 한계야..




'출혈이 반복되면 만성 빈혈로 심장이 비대해지고, 판막에 구멍이 뚫리는 경우가 있으며
지속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몇 주 전 쯤에, 우연히 알게 된 이야기..
정확히는 손목에 반복적으로 상처를 낸 결과의 끝에 관한 말..
...어쩌면 난 저 과정의 중반을 넘어선걸까.
자해를 시작할 무렵부터 가지고 있었던 만성적인 빈혈과..
외관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혈압..
그리고 이따금씩 느껴지는 심장의 고통..

솔직히 기뻤어..
이제까지는.. 자신을 상처 입히는 것이 자신의 생명까지 단축시키고 있음을
스스로도 확신할 수가 없었으니까..
단지.. 어렴풋이 느끼기만 할 뿐인, 서서히 죽어가는 몸..
그래, 이걸로는 부족하다는걸 알고 있었어..
그렇기에 이유를 가질 수가 없었던거야..
만약.. 이렇게 해서도 스스로를 짓밟지 못한다면..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될까..
가끔씩 이런 고민을 하면서.. 아직도 죽지 못하는 자신이,
겨우 이 정도의 상처 밖에 내지 못하는 겁쟁이인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나약했어..

혹시나.. 내 자신을 증오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멈춰진 채 죽어있는 현실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하기 위해서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닐까..
정말 그랬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까..
어쩌면 이걸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라..

만약, 이렇게나 상처를 냈는데도 자신의 생명을 줄일 수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내 행동들이 너무나 무의미해지는 것이니까..
죽음을 바라는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떳떳할 수 있는 상처를 낼 수 있기를 바래왔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정말, 정말로 슬펐을거야..
억지로 억눌러가며 버텨온 고통들과 흘려온 핏방울..
이것들이 모두.. 그저 철 없는 장난에 불과했을테니까..
그래서, 다행이야.. 그게 아니었음을 이렇게 알게 되었잖아..

누구나 조금씩 자신의 끝을 향해 걸어가지만..
난 내 의지로 그걸 조금씩 앞당기고 있는 것일 뿐..
느리지만, 조금씩 자신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이제 내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는걸까..
3 년..? 2 년..?
어쩌면..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와서 그만둔다고 해도..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멈춰진 시간, 이미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앞으로도 잃어갈 시간..
흉터가 되어버린 상처들과 지금까지 상처 입혀온 자신의 생명에게..
이제는.. 멈춰서서 바라볼 수만은 없는거야..

이상하지..
항상 궁금했었어, 만약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그리고 당신들은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웃어줄까.. 아니면.. 기뻐해줄까..
아직은 알 수 없겠지만.. 조금은 먼 미래에는 알 수 있기를 바래..

이유도 잊어버린 채 자신을 향한 복수심과 증오만 남아서..
왜 스스로를 이렇게 상처입혀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죽어간다면..
결국 마지막에는 나 역시도.. 후회하게 될까..
하하.. 왠지 정말 죽지 않으면 지금 하는 말들이 거짓말이 될 것 같아..
자신이 한 말은, 약속은.. 지키고 싶으니까..
더 이상 혼자서 남겨지는 지키지 못할 말은, 약속은..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어떻게든 난 죽어야 하는걸..

낫지 않는 상처.. 절대로 낫도록 놔두지 않을 상처..
그리고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손목의 상처..
거즈와 밴드로 상처를 감싸고 피를 닦아내는 하루하루..
툭-.. 툭-..
어느새 익숙해진, 쉼 없이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와..
그걸 무의미한 눈동자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버린 나..
그래, 또 다시 찾아오는.. 7 번째의 겨울이야..

정말이지,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밤새 흘러나온 피를 닦아내고.. 다시 흘리고.. 또 다시 닦아내..
매일매일 고통에 신음하고.. 이미 메말라 버린 눈물은 더이상 나오지 않아..
살아갈 수 있는 의미와 가치를 잃어버린 채..
스스로만을 증오하고 상처내며 살아온 하루하루들..
그 시간들만큼 잃어온 자신의 생명과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으로..
이제는 아주 조금이나마.. 용서받을 수 있는걸까..

어쩌면.. 당신의 말대로 난 정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아직도 살아있어서 미안해..

...생일, 축하해..
이건 내가 태어난 저주 받은 날에, 내가 주는 선물..
단 한 번도.. 축복받지 못한 날에..
Posted by sey :
흉―터 (a scar.)
【명사】 상처가 아문 자리. 흉.


기억할 수 있다면, 기억하고 있다면..
그건 지워지지 않는 흉터와 같아..
그러니까.. 난 모든 기억을 잊고 싶다고 생각해..

아무리 후회해도, 아무리 기억해도..
몸에 새겨진 각인이 남아, 끝까지 함께 할거야..
설령 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사라지진 않을테니까..
그 흉터가.. 나 자신과의 기억..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 먼 훗날의 언제가 현재로 다가온 지금..
나에겐 무엇이 남아있을까..
무뎌져가는 감정, 흐릿해지는 기억..
그리고..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 핏방울..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나가며 존재하는건..
그저 죽지 못해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면 남겨진 미련이 있기 때문인걸까..

'그런데도, 오직 슬픔과 후회만이 남는 그 시간만이..
지금의 내겐, 현실의 끈을 놓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고 있어..'
라고 말하던 과거의 난.. 어디로 가버린건지 모르겠어..

그래, 역시 난 그때 죽었어야 했어..
그때의 심장이 죄여오는 고통을, 하루하루의 괴로움을..
아직까지 간직한 채 살아오고 있는 날..
그날의 날 죽였어야 했어.. 그때의 칼날을, 그 망설임을..
아직까지도 깊이 후회하고 있어..
아직도 살아 숨쉬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난.. 남겨진 사람을 생각할 정도로 착한 인간이 아니니까..

언제부터였을까.. 하루하루 죽음을 바라고 살아가기 시작했던건..
눈물이, 핏방울이.. 너무나 메말라서 무의미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어..
이젠 말이야.. 아무래도 상관 없잖아..
아무리 상처 받아도.. 아무리 거절 당해도.. 아무리 잊혀진다해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해도..

이렇게 서서히 죽어가고 싶어..
누구를 위해서, 라는 거짓말 따위 없이..
난 혼자, 니까-..
Posted by sey :
...그래, 알고 있어.

낙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그런데도 난.. 왜 자신만의 낙원을 찾고 있는걸까..

찾고자 했던 대답, 의미..
절망 속의 빛, 모든 고통의 해방..
내가 바래오던 것들이 헛된 환상이 아닌, 현실일 수 있는 곳..
그곳이 나의 낙원..

낙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현실 속에서 도망칠 곳도 없어..
하지만 현실의 고통을 버텨낼 자신이 없다..

낙원도, 도망칠 곳도.. 그리고 고통을 버텨낼 자신도 없다면..
결국 고통을 느끼는 네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면 돼..
그것이 영원한 안락으로, 존재하지 않는 낙원으로의 길..

...그래, 알고 있어.
낙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알고 있어, 존재하지 않는 낙원으로의 길을..
남은건 그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너의 선택 뿐..

기다리고 있을게, 여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낙원에서..
언젠가 찾아올 나의 계약자, 너를 위해..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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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넌 내 피 밖에 보지 못하겠지만..
약속할게, 언젠가는 너를 가지고 그들을 죽여버릴 것을..

이제 난 너와 새롭게 계약하겠어..
나는 너에게 나의 피를 주고, 너는 그 고통으로 그들을 저주할거야..
이 피가 너와 나 계약의 증표..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는다고 했었지..
그래, 난 드디어 찾았어..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난 내 자신과 당신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고마워할게..

그러니까 내 생명으로서의 모든 시간과 영혼을 담아
당신들을 저주하고,
당신들에게 복수하겠어..
Posted by sey :

저기, 알고 있어..?
난 복수자를 선택했고 그것을 위해 살아왔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더 큰 절망을 안겨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면을 쓸 수 있어..
복수를 위해서라면,
내 모든 생명으로서의 삶을 팔아서라도 나를 짓밟겠다는 너와의 맹세..
그 피로 얼룩진 증표가 새겨진 이 손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짓밟아줄테니까..
죽지 않고 살아있어 주길 바래..
너를 죽이는건 그 누구도 아닌, 나여야 하니까.

몸부림치고, 발버둥 쳐서 그렇게 더욱더 착각하고 착각해서 죄악 속에서 죽어가.
너도 알고 있잖아..?
네가 네 자신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매일마다 밀려오는 고통은 너 스스로가 만들어낸거잖아..
수 없이 새겨지는 지워질 수 없는 상처들과 그 뒤에 밀려오는 후유증..
그런 짓을 즐겁다고 생각하고 있는 주제에.. 살아갈 자격이 있을까..

그래.. 당신들조차 거부했던 더러운 손이니까,
이깟 존재 쯤은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거 아니야?
그러니까 막지 않았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방관했던 거겠지..
이젠 당신들이 원하는대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내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어..
그럼 당신들이 기뻐해줄까.
왜? 언제나 남의 탓만 한다며. 이젠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이 따위 미래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을 짓밟겠다는데.. 이제와서 방해하겠다는거야?
하지만 늦었어, 이제와서 내 복수를 방해한다면..
그게 아무리 당신들이라도 죽여버릴테니까.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의미는,
이 손에, 뺨에, 팔에 새겨진 상처들은..
그 이외의 의미를 찾고 싶어했던 네 착각에 대한 대가.
복수자로서 살아가는 네게 무엇이 존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냐.
그 따위 착각을 하니까 계속해서 상처가 새겨지는거야.

언젠가 내게 인간만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어줄 수 있다고 했지..
계속해서 부정해왔던 그 말의 의미를 이제서야 알 것 같은 기분이야.
그 말대로, 난 나 자신이라는 인간 때문에 살아가고 있으니까..
언젠가 그 존재를 내 손으로 죽일 수 있는 날만을 기다리며.

난 정말 감사해야 할거야,
자신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증오심을 알려준 당신들에게.
이번에야말로 당신들의 기대에 부응해줄테니까..
이번만큼은 기대해도 괜찮아.

당신들이 원하는대로, 무너져줄게.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