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인격'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1.03.16 각성
  2. 2009.02.12 복수, 속죄 1
  3. 2008.11.13 결정 16
  4. 2008.09.08 소중한 것
  5. 2008.08.18 증오 1
  6. 2008.08.12 이중인격
  7. 2006.12.15 the contract for the revenge..
  8. 2006.12.02 꿈 그리고 자각..
  9. 2006.11.09 Escape from me..
  10. 2006.10.28 The winter that I've been living in..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아버리게 된 건.. 언제부터였는지-
그걸.. 원하지 않았더라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건 성장일까, 체념일까.

사실은, 이해하고 싶지않았다.
살아있을 수 있는 유예기간의 끝에서, 이번만큼은 이해받고 싶었다.
이번만큼은, 치유받고 싶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내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지..
그리고 그런 생각이 쌓여가는 만큼 괴로움 또한 쌓여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행복을 추구했던 것이 잘못된 건 결코 아닐테니까.
설령 결과가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그 행복을 추구했던 것은 본인의 의지일테니까.
최소한 행복을 바랬던 그 마음만큼은, 절대로 부정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그러니 이해해야만 한다고,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강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강제를 거부하는 자신이 있었다.
이번에도 또 다시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해받지 못하고 소멸해갈 거냐고-..
그렇게나 소망했지만 죽음의 끝에서도 끝내 가지지 못했던 것을, 다시 포기할 거냐고..
잃어버린 것을 또 다시 잃어버릴 것이냐고..

필사적으로 강제해도, 또한 필사적으로 거부했다.
양가감정의 시작이자, 스스로의 모순으로 부정되어 소멸해가는 자신.
하아, 이건 마치.. 그때랑 다를 게 없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기억하게 됐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강제를 거부하는 자신을 죽여야만..한다는 걸.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그런.. 강제력.
아아, 그걸.. 잊고있을 리가 없다. 그걸.. 가지고 있었으니까, 난..

이걸로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될 거라는 건 안다.
죽음이라는 극단으로 밖에 상쇄시킬 수 없었던 두 개의 페르소나.
그걸 다시 깨운다는 것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너무나 잘 알고있어.
그렇지만.. 나는, 그 힘이 너무나도 필요하니까..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강제할 수 없는 현실을, 바꾸고 싶어..
그래야만, 그래야만..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있어..

그것이 결국 죽어버린 이면이라는 페르소나마저 각성시키는 것일지라도..
가면과 이면, 자기 모순이라는 저주의 굴레 속에서 또 다시 자신을 죽이게 되더라도..
괴로움으로 울부짖던, 눈물 대신 피를 흘려야만했던 그 시간을..
내가 흘린 피로 얼룩졌던 그 길을 다시 걷게 되는 것이라도..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고통 뿐이라고 해도..

나는..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괜찮으니까, 다시 경멸받더라도 상관없으니까..
언젠가 그런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여기에 있고싶다..
나는, 이미 한 번은 죽은 거니까.. 이걸로, 괜찮은 거겠지..?

그러니.. 다시 한 번, 나를 죽이자-..
Posted by sey :
병원에 다시 입원하러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죄책감이 앞섰다.
앞으로도 살아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수술.
...난 이 수술을 받을 자격이나 있을까.

수술은 내가 중환자실에 있었던 병원이 아닌, 다른 대학 병원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보다 좋은 교수한테 수술을 받자는 제안이었지만,
내가 약물로 자살을 시도한 D.I 환자라는 것이 부담스러웠겠지.
호흡기 내과, 순환기 내과, 정신과.
나는 이 세 곳에서 모두 전신마취 승인이 받아야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라면 이런 복잡한 절차 따위 필요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결국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어차피 나 역시 귀찮은 건 질색이었으니.

2 차로 나뉘어진 수술은 1 차 수술에서 괴사된 피부 조직을 모두 제거하고
2 차 수술에서 피부 이식을 통해 제거한 부위를 봉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 차 수술은 일반적인 피부 이식과는 조금 다른 방법이라고 했다.
피판술이라는, 피부 조직을 잘라내어 이식하는 것이 아닌 끌어와서 이식하는 방법.
나한테는 결과적으로 피판술이 적합하지만 조금 더 큰 수술이 될거라고 했다.

병실에서 맞이하는 수술 전 날의 밤은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낯선 병실과 아직도 혼란스럽게 죄여오는 기억들.
수십 번씩 잠에서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보이는 병실의 천장은 더욱더 현실과의 이질감을 가중시켰다.
의식을 되찾자 눈에 스며들었던 중환자실의 천장처럼.

1 차 수술은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로, 그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전혀 고통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익숙한 고통이 아니던가.
살 속을 파고드는 칼날의 차가움, 고통.
그래, 마취가 되지 않은 상태로도 수 없이 해왔던 반복이다.
하물며 마취가 되어있는 지금은 고통이라고 할 수 조차 없겠지.
그렇게 포르말린 냄새 가득한 수술실을 뒤로 하고 1 시간의 1 차 수술이 끝났다.

1 차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그때부터 난 항상 엎드려있어야 했다.
고정된 자세로부터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지속됐다.
수술 부위를 짓누르고 있는 저 모래 주머니도 한 몫을 하고 있겠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저 참는 것 밖에는.

1 차 수술 다음 날, 아침부터 수술 부위에서 계속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4 시간 동안 지속되는 출혈. 지혈이 안되고 있었다.
간호사의 호출로 급히 레지던트가 상처 부위를 압박했지만 여전히 지혈은 되지 않았다.
더구나 성인 남자의 몸무게가 실린 압박은 엎드려있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더욱더 가중시켰다.
하지만 지혈은 생명이 직결된 최우선 과제였고, 내 고통은 그 이후의 문제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이 전제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또 다시 참는 것 뿐이었다.

30 분씩 두 번으로 나뉘어진, 1 시간이라는 시간은 영원이라 느껴질만큼 길었다.
하지만 지혈을 위한 압박은 심장까지 압박했고 결국 심장 발작과 호흡 곤란으로까지 이어졌다.
다시 산소 호흡기를 써야했고 급히 산소 포화도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압박을 지속할 수 없었다.
치솟은 맥박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잠시간의 휴식이 주어졌고
지혈은 임시적으로 압박 붕대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5 시간이 지나서야 피가 멎기 시작했다.

수간호사는 비정상적인 출혈 상태와 내 손목에 선명히 새겨진 흉터를 의심했고
결국 이 병원에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내가 처음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던 당시, 위세척으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남기없이 내 몸으로 모두 흡수된 62 일치의 약물.
수간호사는 그 약물의 이름을 물었고 과다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의심했다.
그 이후로 나는 간단한 소독마저도 수술실에 가서 받아야했고
기록을 감추기 위해 온 이 병원에서도 D.I 라는 병명이 내 차트에 기록되었다.

결국 지혈 때문에 2 차 수술은 조금 뒤로 미뤄져 4 일 뒤에 받게 되었다.
수술 하루 전부터 금식에 들어갔지만 겨우 하루의 금식으로는 나에게 평상시나 다름없었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또 한 번 지나갔고 2 차 수술 당일이 되었다.
수술실에서 마취사와 교수는 내 과거 기록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약물에 의한 자살 기도.
하긴, 잘못 마취했다가 약물을 모두 흡수한 내 몸이 다시 깨어나지 않으면 곤란하겠지..
곧 링거 주사를 통해 마취액이 흘러들어왔고, 그 순간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내가 다시 눈을 뜬 건 4 시간이 지난 후였다.
어떻게 다시 병실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의문보다 고통이 먼저였다.
곧 진통제가 주사되고 덕분에 한동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하루하루를 진통제로 버텨가기 시작했다.
진통제는 대단히 효과적이었고, 난 의도적으로 그것을 남용했다.
일시적일지라도 내가 소망했던,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었으니까.

중간 고지서를 통해 2 차 수술에서 내게 꽤나 많은 양의 수혈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사에서 내 지혈 상태는 정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1 차 수술에서도, 2 차 수술에서도 난 지혈이 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에 걱정보다는 오히려 흥미가, 작은 조소가 앞섰다.
만약 이게 과다복용의 부작용이라면, 살아남은 이 현실에서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될테니까.
왼손목의 인대를 찢어놨을 때도, 오른손의 뼈를 상하게 했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
점점 죽어가는 내 몸은 나에게 있어서는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걷지도, 앉지도 못하고 그저 엎드려만 있는 생활이 지속되었다.
식사조차 엎드려서 해결해야했고 그 때문에 더욱더 식욕은 떨어져만 갔다.
하루, 이틀, 1 주일, 2 주일, 3 주일 그리고 한 달.
그리고 어느새 내가 입원해있는 사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49 제 날이 되었다.
내가 약을 먹은지 50 일이 된 것이다.
그리고 50 일이 지난 그 시점에서도 난 병원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날까지도 난 퇴원을 할 수 없었고 걷는 것조차 부자연스러웠다.
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할머니의 손자라는 나는 임종도 지키지 못했고
장례식에도, 49 제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만약 나라면,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이미 스스로를 용서할 수가 없다.
...함께 살아왔던 그 시간 모두를 배신해버린 나였으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내 이력을 알게 된 병원에서는 그날부터 나에게 안정제를 투여하기 시작했다.
진통제만큼이나 안정제도 효과적이었고, 난 굳이 그 효과를 거부하진 않았다.
어차피 매일매일 투여되는 안정제가 아니었다면 버티지 못했을테니까.
그렇게 안정제에 의지해 잠을 청할 수 있었고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잠이 들기 전까지, 병실에서 맞이하는 밤은 괴로웠다.
병실에 불이 꺼지면 어김없이 기억들이 뒤엉켜 무겁게 짓눌러왔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혹은 진지하게 내뱉던 그 말들로 복수를 위해 희생했던 많은 것들.
그것들에 대한 후회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복수의 끝에서 다시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비참했다.
그렇게나 잃어왔는데, 지키지 못했었는데.. 난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어.

이제는 이질적인 기억이 되어버린,
복수라는 광기에 휩싸여 괴로워했던 또 다른 나는 이미 죽어버렸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피 묻은 손으로 스스로를 죽여가던 너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구원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누구보다도 희망을 바랬지만 복수와 계약에 사로잡혀 어긋날 수 밖에 없었던 너는..
항상 심한 말들로, 행동으로 사람들을 튕겨냈었다.
언젠가 내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 희망이 되어줄 사람들이 고통 받지 않기 위해서.

생각해보면, 사람들을 좋아했던 것도 내가 아니라 너였을거야.
언제나 피 묻은 칼과 혼자라는 괴로움 속에서 울부짖던 너였기에
사람만이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그 말을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사람이라는 따뜻함에 위로 받고 싶었겠지. 희망이라는 미래 속에서 살아가고 싶었겠지.
피 묻은 손을, 두려움과 고통에 떨리는 그 손을 누군가 잡아주길 바랬을거야.
하지만 네가 그 무엇보다 바랬던 것은 거창한 희망이나 구원이 아닌,
그저 '같이 살아가자' 라는 말 한 마디였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하지만 그런 너는, 결국 너만의 복수를 완성해버렸구나..
곁에 있던 사람들을 튕겨내고, 혼자서만 죽어갔어.
언제나 나 대신 버림 받고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던 너는 언제나 혼자였다.
누구보다 살고 싶어했었으면서,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어했었으면서
그런 네가 끝끝내 선택한 미래는 죽음이라는 복수였다.
그런데도 너는 그 마지막 순간조차 자신의 복수를 밝히지 않았지.
그건 너의 행동에 대한 속죄였을까, 아니면 너를 이렇게 만든 현실에 대한 용서였을까.

살아남은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고통 속에서 목숨을 연장해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중압감을 짊어진 채로.
살아남은 나는 너라는 끝의 연장선을 그리며 관계의 거짓이라는 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들이 만들어낸 미래. 그리고 나 혼자서 살아가야 할 미래.

병실에서 일어서던 날,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죄의 선고를 받은 날,
나에게 남겨진 건 새롭게 새겨진 흉터와 대상을 잃어버린 경멸에 가까운 분노였다.
약을 먹은 순간부터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던 상실감과 외로움.
네가 끝까지 믿고 기대해왔던 사람이라는, 빛이라는 존재에 대한 대답이 겨우 이거였냐.
이렇게나 너를 등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혼자서만 괴로워해왔던거냐.
...'같이 살아가자'는 그 한 마디조차 듣지못했으면서.

복수를 완성시킬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지 않았었던 사람들.
언젠가는 스스로를 죽이게 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관했던 사람들.
몰랐다는 변명을 할 거라면 그냥 조용히 닥치고 있어.
몰랐다면 왜 그렇게나 날 걱정하는 척 지껄였어?
그래, 최소한이나마 내뱉었던 말의 일관성을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겠지.

아무리 네가 용서했다고 하더라도, 난 너를 등진 사람들과 현실을 용서하지 않아.
고통 속에서 혼자 남겨졌다는 것은 너와 나 둘 다 마찬가지지만, 난 결코 네가 아니야.
그러니까 네가 했던 선택은 하지 않아.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장났던 건 사실 네가 아니라, 나였을테니.
일그러짐을 가면 뒤에 숨긴 채 숨죽이고 있었을 뿐,
'같이 살아가자' 라는 말 한 마디에 치유될 수 있었을지도 모를 너와는 달라.
난 모든 잘못을 혼자 떠안고 죽어갔던 너처럼 어리석지는 않으니까.
복수의 피는 이제 내가 흘리겠지만, 칼날은 날 향한 것이 아닐거야.

남겨진 나에게 언젠가 왜 아무런 유서도 남기지 않고 그런 일을 시도했냐는 질문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에야 그 선택마저 복수의 연장선임을 깨닫는다.
그대로 죽어버린다면 난 복수를 완성하는 것이 될테고,
만약 내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그건 복수의 끝이 아닐테지.
그리고 남겨진 나는 누가 너를 등졌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테니까.
복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
그래, 너의 복수는.. 내가 이어갈게. 나의 복수도 함께.

죄인으로서, 복수자로서 그리고 배신자로서.
그것이 살아남은 내 죄에 대한 속죄야.
Posted by sey :

더 이상 멈춰서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언제까지나 애써 고개 돌려 외면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

그렇게 잃어왔어.
시간이 멈춰진 채로, 차마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어.
깨어진 과거만 바라보고 있어.
언제까지 그렇게 주저앉아있을거냐는 다그침에도
여전히 그대로일 뿐이야.

서로 대립하는 이면과 깊어져만가는 괴리.
이제는 서로 공존할 수 없을만큼 어긋나버린 두 모습에 지쳐가.
이루어지지 않을, 존재하지 않는 각자의 행복을 위해
나는 너를 죽이고, 너는 나를 죽인다.
결국 하나만을 선택해야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그래, 언제나 그런 식이었지.
지금 네 모습을 봐. 그 결과가 이거잖아.
제대로 살아가지도 못하고 그저 살아가는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야.
앞으로 걸어나가는 그 뒷모습을 쫓아갈 수가 없었어. 잡을 수가 없었어.
그렇게 언젠가는 더 이상 같은 곳에 서있을 수가 없게 될거야.

이미 마음 속으로는 결정해버렸으면서,
끝나버린 고민을 지속해가는 나에게 웃음만 나온다.
왜 선택하길 주저해왔는지 알고 있는 주제에.


결국에는 잃어간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할거면서.
무엇이든, 무의미한.

Posted by sey :

잃어버린 걸 되찾고 싶다는 생각은 애써 하지 않으려 했어..
다시는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는데,
왜 이제와서 후회 같은 걸 하고 있는걸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았던 빛,
아무리 바래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현실..
또 다시 그걸 바라게 될 스스로를 바라볼 자신이 없다..
그게 너무나 한심해서, 또 너무나도 추해서.

.

처음 얼굴에 상처를 냈을 때, 난 울지 않았다.
파고드는 쓰라림이 아팠지만 그 정도 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으니까..
떨어지는 핏방울을 그저 멍하니 쳐다볼 뿐..
아무런 죄책감도, 슬픔도, 후회도 없었어..

하지만 언젠가 한 번 운 적이 있었다.
힘껏 참고 참았는데.. 왜 언제나 내겐 아무 것도 없는지..
아무런 선택의 여지조차 남겨주지 않는 현실이 미웠어..

모두 다 그만두고 싶었다..
모두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다 무너져내리고 다 부서져서 고장나버렸으면 좋겠어..

하지만 날 비웃기라도 하듯 현실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어..
아무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쳐도 결국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 기다리고 있을 뿐..

그렇다면.. 그래, 나부터 고장나면 되는구나..
내가 고장나버리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모두 무너질테니까..
그래서 망가뜨렸어..
그리고 처음으로 울었다.

.

그날 이후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생겼다.
웅크려 울고 있을 때, 유일하게 내 곁에 있었고..
내 손을 따뜻하게 적셔주었던 피 묻은 칼..

내게는 사람의 온기라고 부르는 것들보다 피가 더욱 따뜻했다.
그 어떤 것들보다도 순수하게 날 위로해주었어..

또 다시 현실에 주저앉을 때에도,
괴로움에 지쳐 도망쳤을 때에도..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칼은 언제나 있어주었다.

그래서 칼을 내려 놓을 수가 없어.
그게 아무리 날 서서히 죽여가는 것일지라도, 괜찮아.
어차피 내게는.. 아무도 없는걸.
처음부터 그것 밖에는 없었으니까..
참을 수 없을만큼 아프더라도, 점점 죽음을 향해 걸어가더라도..
이렇게나마 위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변하지 않은 채 지금껏 함께한 칼과
내 바램대로 나를 망가뜨려 준 내 이면..
그렇기 때문에 외롭지는 않았어..
죽을 만큼 불행하지는 않았어..

.

소중하기에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들..
그래서 난, 당신들을 잃어버린 거겠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과..
당신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은..
대체 어떤 차이였던걸까..

Posted by sey :

어째서, 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없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까,

...나는, 날 죽이고 싶어.

.

기대하지 않으려고 해.
기대하면 실망할 뿐이니까.

봐,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기대를 하잖아?
내가 널 좋아하니까, 너도 당연히 날 좋아하게 될거라는 기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너도 당연히 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

하지만 그건 틀렸어.
누구도 당연히 좋아하게 될리 없고,
누구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건 없어.

그걸 깨닫는 순간은 괴롭다.
자신만의 꿈에서 깨어나는 환멸.
당연함이라는 껍질 속에서 보호받던 상식이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그러니까..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나를, 기대를 죽여왔어.
내 기대가 어린 아이처럼 무조건적이라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실망으로부터, 그 괴로움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아직 약했던 나는 힘이 없었으니까.
잘못된 힘을 빌려서라도 강해져야 했으니까.
피와 저주, 증오.
나는 그걸, 두 번째의 내게 건넸어.

방법이야 어찌됐든, 기대하지 않는 시간은 평온했다.
두 개의 내가 서로 충돌하는 일 없이,
상처 받을 일도, 괴로울 일도 없었어.
거기엔 어떤 기쁨도, 슬픔도, 애정도 없이 그저 텅 비어있는거야.

기대하지 않는 한, 누구라도 타인이 되어버려.
기대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의미가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내 자신조차 무가치해졌어.

설령 그것이 내 감정마저 죽이는 것일지라도,
나를 외로움으로 고립시키는 것일지라도 괜찮아.
존재의 실감도 없겠지만,
그런게 내 행복의 의미라면.. 난 그걸로 충분하니까.


그런데 어째서 당신들은 내게 다가온걸까.
벽 너머로 들린 그 상냥한 한 마디로 조금씩 기대가 되살아나,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서서히 날 잠식해 가.
그건 분명 나를 망가뜨릴거야.
이미 반복된 수 차례의 기억처럼
또 다시 실망하고, 괴로워할게 분명한데.

내가 무너져내린다.
지금까지의 내가 모두 부숴져버려.
자각조차 할 수 없었겠지만,
그 행동 하나 하나로, 그 말 한 마디로,
기대를 죽여온 날 비참하게 만들어.
그건 너무나 한심해서 날 경멸하고만 싶어져.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 날 대신해서 스스로를 죽여온 나는..
이대로 존재조차 부정당한 채 죽어야만 하는걸까.
나 역시 원하지 않았음에도 참아가며 힘껏 노력해온 것 뿐인데.
왜 내가 그런 역할을 맡았어야 했을까.
누구도 자신의 소멸을 원할리, 없어.
아무리 망가졌어도, 아무리 잘못됐어도 남고 싶어.

구원 받고 싶은 나와 일그러져버린 나.
서로가 어긋나고, 서로를 죽이고 싶을만큼 증오해.
그건, 분명 그 누구의 탓이 아님에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나는, 그렇게 모순될 뿐이야.

그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었는데.
마음 한 구석에는 뼛속까지 시린 미움이 퍼져간다.

.

미안해.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만,
또 다른 나는.. 당신을 증오해.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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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가끔씩 또 다른 내가 눈을 뜰 때가 있다.

나는 너를 기억하고, 너는 나를 자각하지 못하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괴로워해야 했던건 언제나 네 역할이었니까.
그래, 난 내 슬픔도, 증오도, 광기도 모두.. 너한테 떠밀어버렸어.
그러면 나는 언제나 그대로 있을 수 있어.

나는 빛날테니까.
너는 내 추악한 면만을 가져가면 되는거야.
언제나 틀린 건, 잘못된 건 너이면 되는거니까.
너만 없으면 되는거니까.
너를 누구도 좋아하지 않아. 누구도 원하지 않아.
심지어, 나조차도.

그러니까 네가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해.
미칠 듯이 미웠겠지. 왜 언제나 괴로워해야 하는 건 너였는지.
왜 내 고통까지 네가 받아들여야만 하는지.
어째서 그 누구도 고립된 너까지 보려고 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왜 항상 너만 미움 받고 경멸의 대상이어야 했는지.

아아, 너는 항상 울고 있었어.
눈물이 흐르지 않으면, 핏방울이 대신 흘렀어.
그건 너에겐, 살고 싶다는 몸부림이었겠지.
구원받고 싶다는 절규.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너를 경멸하니까.
점점 어긋나며 폭력성으로 일그러져가는 너를 보며 안도했어.
좀 더 괴로워하기를. 좀 더 망가지기를. 좀 더 주저앉기를.
그러면 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그럴 수만 있다면, 너 같은 쓰레기는 어찌되든 상관 없으니까.

이상한 일이지?
언제나 희생양은 너였는데, 언제나 괴로워했던 건 너였는데.
나 대신 울고 있었던 건 너였는데.
사람들은 네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어.

그럴수록 너는 날 더 미워하고,
너 역시 살아가기 위해서 날 상처입혔지.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고 너에게 맹목적인 희생만을 요구할테니까.
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너는 언제까지고 그 괴로움 속에서만 살아가야 해.

그래, 우리는..
아무리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각자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서로를 죽일 수 밖에 없는거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지 않으면 한 순간도 공존할 수 없을테니까..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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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넌 내 피 밖에 보지 못하겠지만..
약속할게, 언젠가는 너를 가지고 그들을 죽여버릴 것을..

이제 난 너와 새롭게 계약하겠어..
나는 너에게 나의 피를 주고, 너는 그 고통으로 그들을 저주할거야..
이 피가 너와 나 계약의 증표..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는다고 했었지..
그래, 난 드디어 찾았어..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난 내 자신과 당신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고마워할게..

그러니까 내 생명으로서의 모든 시간과 영혼을 담아
당신들을 저주하고,
당신들에게 복수하겠어..
Posted by sey :

아아.. 그랬었지..
그건- 나 혼자만의 책임.. 내가 짊어져야 할 고통..

그게 싫다면 도망쳐봐..
네가 도망칠 수 있는 곳까지 도망쳐서..
보이는 현실에 실망하고 그리고 좌절해..
네가 도망칠 곳 따윈 어디에도 없었어..
착각은 환상을 만들어내고 환상은 꿈을 꾸게 만들지..
그렇다면 네 꿈의 끝은 어디일까..

왜 꿈에서 깨어나기 싫어?
하긴, 그렇게 약해 빠진 모습으로 제대로 도망치기나 할 수 있을까..
언제나 가면 속에서 숨어 지내온 인간 주제에..
그래.. 가면이 없다면 단 한 순간도 타인을 대할 수 없는 인간..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겠지..
아무리 가면 속에 숨는다고 해도, 네 그 더러운 나약함은 감출 수 없는거다..
그래서 실망하지, 그래서 좌절해..

연극은 이제 그만 집어치우지 그래?
아무도 네가 그 따위로 산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슬퍼할 존재는 없어..
너를 인정해줬으면 해? 고통을 알아줬으면 해?
병신이냐, 넌.
누가 너 따위 쓰레기를 인정하고 알아줄 것 같냐.

쓰레기라는 자각 좀 하고 살아가면 좋겠는데..
자각하지도 못한채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건 이미 죄악이야..
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조금만 자각할 수 있었더라면..
축복받지도 못하고 아무도 잡아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구차하게 살고있지 않았겠지..
그것조차 자각할 수 없는 너는.. 역시 타인에게 역겨움만 줄 뿐이다..

하지만 너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
단지 인정하기 싫어서 계속해서 부정하고 부정해왔던 것 뿐..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 다른 무언가가 될 수는 없어..
결국 넌 그것을 증명해왔을 뿐.. 네가 살아온 가치라는건 고작 이 정도일 뿐이야.

존재하지도 않는 이유나 답을 찾으려고 애 많이 썼어.
그런데 어쩌나.
굳이 이유를 찾고 싶어? 답을 알고 싶어?
간단해. 그건 네가 살아갈 가치도, 자격도 없기 때문이야.

Posted by sey :
'난 너와 계약을 했어.
난 너에게 내 육체를 팔고, 넌 나에게 피의 복수를 이행할 것을.
여기 내 손에 계약의 증표를 새겨 평생동안 계약자로서 살아갈 것을 맹세하겠어.

언젠가 너와 나의 계약이 끝나는 날,
그날은 내 모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시간, 자신에의 복수가 끝나는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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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절대로 나와의 계약을 배신할 수 없어.
언제나 내 가면 뒤로 숨어버리는, 너 따위가 날 버리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나약한 것은 죄악이야.
내 모습을 빌리지 않으면 자신의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하는 병신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그 따위 말을 지껄이는거냐.
고통의 억제?
그 따위 더러운 말로 변명하지마. 그저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뿐이겠지.
그럼 그때 아예 네 왼손을 짓밟아버리지, 왜 그러지 못했어?
오래전에 네가 봉인해뒀던 그것이라면 확실하게 네 왼팔의 힘줄을 잘라낼 수 있었을거야.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자신의 육체조차 제대로 팔지 못하는 너 따위가 왜 아직도 존재하는걸까.
이젠.. 너만 보면 역겨워서 구토가 나와.
네가 살아 숨쉬는 공간마저 썩은 냄새가 나.

착각하고 또 착각해서 그렇게 제발 죽어버려.
네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이질적이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언제까지 그 역겨운 낯짝을 들이밀거냐.
알면서도 모른척하면서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려하는건, 죄악이야.
같은 공간 속에 존재해도 네가 살아가는 세상은 달라.
바라볼 수 없어. 다가갈 수 없어.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러니까 튕겨져나오는게 당연해.
어차피.. 너 역시도 알고 있었을텐데? 너부터가 믿지 못한다는걸.
믿지도 못하면서 기대하고 실망하지 않길 바라지.
굉장한 가식덩어리야, 너. 그래, 그래서 더욱더 짓밟고 싶은거겠지만.
네가 절망하는 모습은 즐거워.
언젠가 고통을 울부짖으며 손을 내민다면, 걱정마. 난 네 손을 외면하지 않아.
내가 먼저 네놈의 손을 잘라버릴테니까.

약속은 오래전에 깨졌어.
혼자만이 지켜나가는 약속 따위는, 너 혼자만의 미련일 뿐.
존재 이유마저 잃어버린 허물을 누가 지켜나가고 있다는거냐.
저기, 왜 네가 버림 받았었다고 생각해? 그건 착각 아니야?
버림받을 가치조차 없는 인간이 혼자 착각하고 절망한채 현실을 왜곡한 환상을 만들어나가지.
기억마저 왜곡시킨채 자신을 합리화하고 자신이 만들어놓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
넌 결코 기대 받은 적도, 기억된 적도 없어.
웃기지 않아? 혼자서 착각하고 혼자서 상처받지.
...혼자서 발광하냐? 그런다고해서 누구도 바라보지 않아.

그런 주제에 스스로에 대해 자만하고 우월감에 빠져 현실을 자각하지도 못해.
언제나 자신을 쓰레기라는 말로 보호하면서
타인과 비교하며 같잖은 우월감에 안심하고 위안을 삼아.
역겹다. 그런 인간.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도저히 좋아해줄 수가 없어. 그런데도 죽일 수 없어. 난 겁쟁이에 비겁하니까.
그래서 더욱더 마음에 안들어. 그런데도 죽이지 않아.
상처내는 일 밖에 못해. 그것도 피 몇 방울 밖에 흘러내리지 않는 상처.
그래서 미안해. 존재할 자격이 없어. 겨우 이런 상처 밖에 내지 못해서.
상처를 낼 수 없다면 저 따위 인간을 자신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체념하지 않는다면 미쳐버릴 것만 같아.

...지금 이렇게 억지로 고통을 발동시켜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싶다는거냐?
겨우 그 따위 고통으로 내 손을 멈추게 할 수는 없어.
6 년이야. 단 한 번도 벗어날 수 없었어.
그 6 년 동안의 상처 모두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라는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겠지.
아무리 저항해도 소용없어. 넌 나와 계약했어. 넌 나에게 육체를 팔았어.
그러니까 그건 내꺼야. 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네놈이 관여할 자격 따윈 없어.
후회해? 벗어나고 싶어?
그럼 왜 처음부터 이 길을 선택했어? 이 길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마.
네 피 묻은 손을 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변명도 내다버려.
남 탓 하지마. 언제까지 네놈의 그 따위 변명 들어줄 생각 없어.
아무리 변명해도 네가 선택하지 않았으면 되는거야. 하지만 넌 선택했어.
그러니까 네가 혼자서 모두 책임져야해.

'모든 것을 귀찮아 하는 인간이 숨은 왜 쉬어?'
'제발 좀 사라져줄래? 너만 보면 역겨워.'
'너 따위는 존재할 가치조차 없어.'
'너만 보면 짜증이 나. 저런 부류의 인간들은 다 저 따위지.'
'넌 언제나 그런 식이지. 그래, 넌 거기까지고, 그런 놈이니까.'
'어리광 피우지마. 네가 뭐가 불행한데?'
'넌 널 이해해주는 사람만이 네게 와서 함께 동감하고 살아가길 바라는거야?'
'넌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입 닥치고 네가 원하는대로 혼자서 살아가. 그러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 여기 있는거야?'
'넌 언제나 남 탓만 해. 네가 그 따위인걸 누굴 탓하는거야?'
'나도 지쳤어. 가서 죽어버리든 그딴 식으로 살든 네 마음대로 해.'
'이젠 더 이상 너에게 공감해줄 수가 없어. 그만큼 커버렸어.'

당신들이 내게 해줬던 한 마디 한 마디..
나도 이미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너는 죽어버려. 제발. 제발. 제발.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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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돌아와..
네가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 아니야..
그곳에 네가 있을 자리 따윈 없어..

나와 함께 돌아가자..
너를 기다리고 있는 그 시간으로,
절망을 위한 희망에 기대하고 좌절하며 죽어가던 그 겨울로-..

돌아와..
네가 있어야 할 장소로,
네가 잊고 있던 그 모두가 널 기다리고 있어..

기억해,
그 시간들 속의 절실함을..
자신을 향한 증오를..
수 많은 상처가 생긴 후에야 찾아낼 수 있었던 그 이유를..

괜찮아..
넌 불행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너를 더 짓밟는다고 해도,
가면을 쓰고 웃을 수 있을거야..

기다려줄게..
살아있는 동안 벗어날 수 없는 피의 계약 속에서..
내가 바라는 안식, 그 시간이 찾아오기를..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과거와 현실의 괴리 속에서 기어가며..
네가 존재하고 살아왔다는 죄에 대한 속죄를
네 자신의 피로 갚아나가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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