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제부터였을까.
가끔씩 또 다른 내가 눈을 뜰 때가 있다.

나는 너를 기억하고, 너는 나를 자각하지 못하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괴로워해야 했던건 언제나 네 역할이었니까.
그래, 난 내 슬픔도, 증오도, 광기도 모두.. 너한테 떠밀어버렸어.
그러면 나는 언제나 그대로 있을 수 있어.

나는 빛날테니까.
너는 내 추악한 면만을 가져가면 되는거야.
언제나 틀린 건, 잘못된 건 너이면 되는거니까.
너만 없으면 되는거니까.
너를 누구도 좋아하지 않아. 누구도 원하지 않아.
심지어, 나조차도.

그러니까 네가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해.
미칠 듯이 미웠겠지. 왜 언제나 괴로워해야 하는 건 너였는지.
왜 내 고통까지 네가 받아들여야만 하는지.
어째서 그 누구도 고립된 너까지 보려고 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왜 항상 너만 미움 받고 경멸의 대상이어야 했는지.

아아, 너는 항상 울고 있었어.
눈물이 흐르지 않으면, 핏방울이 대신 흘렀어.
그건 너에겐, 살고 싶다는 몸부림이었겠지.
구원받고 싶다는 절규.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너를 경멸하니까.
점점 어긋나며 폭력성으로 일그러져가는 너를 보며 안도했어.
좀 더 괴로워하기를. 좀 더 망가지기를. 좀 더 주저앉기를.
그러면 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그럴 수만 있다면, 너 같은 쓰레기는 어찌되든 상관 없으니까.

이상한 일이지?
언제나 희생양은 너였는데, 언제나 괴로워했던 건 너였는데.
나 대신 울고 있었던 건 너였는데.
사람들은 네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어.

그럴수록 너는 날 더 미워하고,
너 역시 살아가기 위해서 날 상처입혔지.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고 너에게 맹목적인 희생만을 요구할테니까.
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너는 언제까지고 그 괴로움 속에서만 살아가야 해.

그래, 우리는..
아무리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각자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서로를 죽일 수 밖에 없는거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지 않으면 한 순간도 공존할 수 없을테니까..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