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복수의 눈을 뜨고, 계약을 기억해 내.
복수와 계약.. 그리고 가면.
언젠가는 그 모순이 널 죽일테지.

혼자서 걸어가는 시간 속에 추억이라는 괴로움만 쌓여간다..
함께 살아갈 수가 없었던 순간들과 일그러진 기억..
결국 끝나지 않은 거짓에 차마 바라볼 수 없는 건, 나 혼자일 뿐이야..

망가져 고장나버린 인형 따위에 가치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단순한 호기심으로, 혹은 순간의 동정심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왜 내게 다가왔어?
역시 불쌍해서였을까. 아니면 신기해서?
아무 것도 아닌 그 같잖은 관심에 혼자서 구원 받고 또 절망해..

처음부터 거절했어야 했어..
내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마주했었는지.. 모를테지..
기대 따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또 기대를 하고 있는 나약한 자신을 보게 돼..

...즐거웠었어?
하긴,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껏 수 없이 어겼던 계약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줄 알았냐.
그럼 그만 닥치고 다시 칼을 집어들어.
제대로 살아가지도 못하는 병신 주제에 살아간다는 걸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죄악이야.
그렇다면 그 죄값을 속죄해야지. 안 그래?

넌 나와 약속했어.
평생을 복수할 것을, 죽을 때까지 짓밟을 것을.
그 저주 받은 말의 의미를 잊은 건 아니겠지.
누구도 선택을 강요한 적은 없어. 하지만 넌 결국 복수를 선택했지.
또 반복한다면, 계약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하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거야.

저기, 기억해?
네가 점점 죽어가면 죽어갈 수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커진다는 거.
'아.. 최소한 나는 저런 쓰레기 새끼보다는 낫구나..' 라며 말이야.
이만큼 반복해왔으면 좀 알아 처먹을 때도 됐는데.
네가 생각하는 만큼, 기대하는 만큼, 너에게 되돌아오지는 않아.
이용당할 가치도 없다면 더욱더.
그렇다면 쓰레기 주제에 어차피 네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잖아?
상처 내며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위안을 받는,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게나 도움이 되고 싶다면 그어버리기나 해. 이 낙오자 새끼야.

봐, 그렇게나 네가 찾고 싶어하던 답. 
이미 오래전에 찾았잖아? 살아갈 가치가 없으면 뒈져버리면 돼.

언젠가 물었었지.
피와 약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잖아.
이제는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지 않으니.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