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a scar.)
【명사】 상처가 아문 자리. 흉.


기억할 수 있다면, 기억하고 있다면..
그건 지워지지 않는 흉터와 같아..
그러니까.. 난 모든 기억을 잊고 싶다고 생각해..

아무리 후회해도, 아무리 기억해도..
몸에 새겨진 각인이 남아, 끝까지 함께 할거야..
설령 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사라지진 않을테니까..
그 흉터가.. 나 자신과의 기억..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 먼 훗날의 언제가 현재로 다가온 지금..
나에겐 무엇이 남아있을까..
무뎌져가는 감정, 흐릿해지는 기억..
그리고..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 핏방울..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나가며 존재하는건..
그저 죽지 못해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면 남겨진 미련이 있기 때문인걸까..

'그런데도, 오직 슬픔과 후회만이 남는 그 시간만이..
지금의 내겐, 현실의 끈을 놓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고 있어..'
라고 말하던 과거의 난.. 어디로 가버린건지 모르겠어..

그래, 역시 난 그때 죽었어야 했어..
그때의 심장이 죄여오는 고통을, 하루하루의 괴로움을..
아직까지 간직한 채 살아오고 있는 날..
그날의 날 죽였어야 했어.. 그때의 칼날을, 그 망설임을..
아직까지도 깊이 후회하고 있어..
아직도 살아 숨쉬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난.. 남겨진 사람을 생각할 정도로 착한 인간이 아니니까..

언제부터였을까.. 하루하루 죽음을 바라고 살아가기 시작했던건..
눈물이, 핏방울이.. 너무나 메말라서 무의미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어..
이젠 말이야.. 아무래도 상관 없잖아..
아무리 상처 받아도.. 아무리 거절 당해도.. 아무리 잊혀진다해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해도..

이렇게 서서히 죽어가고 싶어..
누구를 위해서, 라는 거짓말 따위 없이..
난 혼자, 니까-..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