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뿐인 기억은.. 아직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데,
결국은 돌아설 수 없을 나였기에.. 또 이렇게 마주하게 돼.

지금이라면, 조금은 다른 과거를 선택할 수 있지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이 스며든다.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테지만, 아주 조금은 더 기억 속에 머무를 수 있었기를..
그런 날들을 그려보며.. 결국은 다시 마주하게 될, 모순만을 기억해 내.

아직도 사라지지 못한 나는, 그래도 괜찮은 걸까.
처음부터- 지금이라는 건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을 사치라는 걸.
...무엇을 기대하고, 희망할까.

내가 소멸함으로써 언젠가 내 희망이 되어줄 사람이 고통받지 않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니,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자격이 없어.
아니, 잃어버린 게 아니라 내가 죽인 거니까.
이미 한 번 죽어버린 건, 아무리 발버둥쳐도 다시 살려낼 수 없음을..
그 절망감을 모를리가 없잖아..

무언가를 죽였다면, 그 가치의 무게를 짊어져야만 하니까.
눈부셨던 기억조차 남지 않기를, 그래서 나는 흔적조차 남지 않기를.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난 아직도..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