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그런 허황된 행복을 바란 것도 아닌데..
눈에 비치는 지독한 절망만을 감싸안는다.

사소한 일상이라도 그것이 얼마나 부숴지기 쉬운 것인지, 알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했었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기적 같았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아무리 알고있어도, 아무리 소중히해도 지킬 수가 없었으니까.

어째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현실 때문에 포기해야만 하는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타인에게 자신의 책임지지도 못할 현실을 강요하는 사람들.
...그 무책임함이 너무나 지긋지긋하다. 그래서 더욱더 증오만이 커진다.

'나'는 상관없었다.
나는.. 내 이익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적으로 간주하고 죽일 뿐이니까.
그렇기에 희생해야 할 것이 없었다. 슬퍼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허무함으로 괴로움을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이기에 가능한 사고방식.

그러다가 깨닫게 되었다.
어째서, 당신들이 나를 그토록 경멸했던 것인지.
하하..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이제껏 그 사고방식의 차이를 알지 못했던 것 뿐이다.

나는.. 상대가 누구라도, 그 관계를 죽여버릴 인간이니까.
자신을 위해 이제껏 희생해준 사람에게조차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평생도 나를 위해 희생하다가 죽을 때마저도 나를 위해 죽어달라고 말할 거다.
그런 후에도 아무런 미안함도, 고마움도 느끼지 못할테지.
그러니까 그 사람을 위해서 어떤 자발적인 행동도, 희생도, 감정 소비도 하지 않는다.
그저 거기에 존재하는 것 뿐인, 사물이니까.
그래, 나는.. 결국 사람을 사물로 보고 있는 거다.

그렇기에 내가 누군가와 관계하는 방법은 관계를 죽인다, 는 행위.
나에게있어, 상대방은 점점 소모되어가는 소모품일 테니까.

나는 정말, 무언가를 죽이는 것 밖에는 못하는구나..
이제야 다시 마주하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다..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