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08.07.20 환멸 4
  2. 2008.02.05 상처는 치유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워- 5
  3. 2008.01.07 I didn't know blood is warm.. 2
  4. 2007.11.28 happy birth day to me.. 7
  5. 2007.07.16 I'm so fine.
  6. 2007.04.15 the compromise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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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라는건, 이렇게나 쉬운걸까..
피 냄새에 토할 것만 같은 환멸을 느낀다..
Posted by sey :
여전히.. 오늘도 병원 신세를 졌어..
익숙한 반응.. 너무나 또렷하게 한숨을 뱉어내던 병실..

스며드는 고통,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피..
어느새 붉게 물든 거즈와 살을 죄여오는 반창고..
이렇게 또.. 치료를 하고 있어..

온통 염증으로 곪아버린 상처를 보며 내게 화난 듯이 말했지,
왜 자신에게 상처를 내냐-고..
그런 질문을 들으면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난 항상 그걸 고민해..

죽고 싶기 때문에, 제일 자신 있는 자해로 수명을 단축시키고 싶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야할까..?
아니면 스스로가 너무 미워서 상처를 낸다고-
그렇게 대답을 해야할까..?
혹은 그저 습관일 뿐이라고-
그렇게 대답을 회피해야할까..?

나한테서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을 납득시켜줄 수 있는 이유를 바라고 있을 뿐이잖아..
내가 왜 침묵할 수 밖에 없는지..
단 한 번이라도 이해하려고 애써보긴 했을까..

하지만 사실은.. 날 이해해주길 바란 적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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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버린 살을 뜯어내는 고통을 참아가며 생각했어..
상처는, 상처를 내는 것보다 치유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고..

상처 내고.. 그 위에 상처 내고.. 상처를 꿰메고..
꿰멘 상처 위에 다시 상처를 내고.. 또 다시 그 상처를 치유해..

더 이상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아물지 못한 손목을 베어내고..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뜯겨지는 염증과 피를 흘리며 살을 파고드는 실..
그리고 고통에 무너지는 나..

어째서 치유하는게 더 괴로운거야?
어째서 앞으로 나아가는게 더 힘겨운거야?

사실은, 치유하고 싶지 않아..
상처도, 나도, 내 기억도 모두..
더 이상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썩어간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그만해 줘..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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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피가 따뜻하다는걸 알았어..
아, 내 손에 흘러내리는 피는.. 처음부터 차가웠던게 아니었구나-..

순간이지만, 떨리는 손끝에 전해져왔던 따뜻한 온기와..
차갑게 굳어가던 마지막..


기억하고 있어,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미워하냐는 말..
그럼 그때마다 난, 왜 내 자신을 좋아해야하냐고 대답했었지..

언젠가, 상처가 너무 벌어져서 소독약조차 바르지 못하고 날 바라보던 그 사람은..
피가 스며드는 거즈를 감아주는 동안 나에게 따뜻한 말들을 많이 해줬었는데..
어째서 난 그 말을 듣고도 전혀 기쁘지 않았었던걸까..
분명 듣고 싶었던 따뜻한 말이었는데도,
상처를 치료해줘서 고마웠는데도.. 전혀 기쁘지 않았어..

응, 분명.. 이제는 아닌걸거야..
더 이상 내 상처를 바라봐주길 바라고 위로를 듣고 싶은게 아닌거야..
날 치유해줄, 그리고 내 피 묻은 손을 잡아줄 누군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야..
곧 식어버릴지라도, 내 손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는 따뜻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위로를 받았는걸..
그거면.. 충분해..

이제 스스로를 상처내는 것에 의미는 없어..
애써 변명하고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으니까..

피는 따뜻하고..
난.. 그저 죽고 싶은거야..

내가 가장 자신있는 방법으로..

Posted by sey :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것이..
자신의 생명까지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사실은 나도, 그리고 당신들도 믿지 않았으니까..

이 정도로는 죽을 수 없을거라고..
겨우 내가 상처내는 것 정도로는 죽지 않을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언제나 그렇게 한 마디 말 뿐이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알고 있었을까, 나 역시 숨기고 있었다는걸..
내가 알려주지 않으면 눈치채지도 못하면서..
내가 알려줄 수 밖에 없었던 몇 가지 작은 상처만이 전부라고 생각했을 뿐..
그것만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와서 결국엔 떠나가는 결과의 반복..
그게.. 타인의 한계야..




'출혈이 반복되면 만성 빈혈로 심장이 비대해지고, 판막에 구멍이 뚫리는 경우가 있으며
지속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몇 주 전 쯤에, 우연히 알게 된 이야기..
정확히는 손목에 반복적으로 상처를 낸 결과의 끝에 관한 말..
...어쩌면 난 저 과정의 중반을 넘어선걸까.
자해를 시작할 무렵부터 가지고 있었던 만성적인 빈혈과..
외관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혈압..
그리고 이따금씩 느껴지는 심장의 고통..

솔직히 기뻤어..
이제까지는.. 자신을 상처 입히는 것이 자신의 생명까지 단축시키고 있음을
스스로도 확신할 수가 없었으니까..
단지.. 어렴풋이 느끼기만 할 뿐인, 서서히 죽어가는 몸..
그래, 이걸로는 부족하다는걸 알고 있었어..
그렇기에 이유를 가질 수가 없었던거야..
만약.. 이렇게 해서도 스스로를 짓밟지 못한다면..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될까..
가끔씩 이런 고민을 하면서.. 아직도 죽지 못하는 자신이,
겨우 이 정도의 상처 밖에 내지 못하는 겁쟁이인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나약했어..

혹시나.. 내 자신을 증오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멈춰진 채 죽어있는 현실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하기 위해서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닐까..
정말 그랬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까..
어쩌면 이걸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라..

만약, 이렇게나 상처를 냈는데도 자신의 생명을 줄일 수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내 행동들이 너무나 무의미해지는 것이니까..
죽음을 바라는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떳떳할 수 있는 상처를 낼 수 있기를 바래왔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정말, 정말로 슬펐을거야..
억지로 억눌러가며 버텨온 고통들과 흘려온 핏방울..
이것들이 모두.. 그저 철 없는 장난에 불과했을테니까..
그래서, 다행이야.. 그게 아니었음을 이렇게 알게 되었잖아..

누구나 조금씩 자신의 끝을 향해 걸어가지만..
난 내 의지로 그걸 조금씩 앞당기고 있는 것일 뿐..
느리지만, 조금씩 자신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이제 내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는걸까..
3 년..? 2 년..?
어쩌면..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와서 그만둔다고 해도..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멈춰진 시간, 이미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앞으로도 잃어갈 시간..
흉터가 되어버린 상처들과 지금까지 상처 입혀온 자신의 생명에게..
이제는.. 멈춰서서 바라볼 수만은 없는거야..

이상하지..
항상 궁금했었어, 만약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그리고 당신들은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웃어줄까.. 아니면.. 기뻐해줄까..
아직은 알 수 없겠지만.. 조금은 먼 미래에는 알 수 있기를 바래..

이유도 잊어버린 채 자신을 향한 복수심과 증오만 남아서..
왜 스스로를 이렇게 상처입혀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죽어간다면..
결국 마지막에는 나 역시도.. 후회하게 될까..
하하.. 왠지 정말 죽지 않으면 지금 하는 말들이 거짓말이 될 것 같아..
자신이 한 말은, 약속은.. 지키고 싶으니까..
더 이상 혼자서 남겨지는 지키지 못할 말은, 약속은..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어떻게든 난 죽어야 하는걸..

낫지 않는 상처.. 절대로 낫도록 놔두지 않을 상처..
그리고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손목의 상처..
거즈와 밴드로 상처를 감싸고 피를 닦아내는 하루하루..
툭-.. 툭-..
어느새 익숙해진, 쉼 없이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와..
그걸 무의미한 눈동자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버린 나..
그래, 또 다시 찾아오는.. 7 번째의 겨울이야..

정말이지,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밤새 흘러나온 피를 닦아내고.. 다시 흘리고.. 또 다시 닦아내..
매일매일 고통에 신음하고.. 이미 메말라 버린 눈물은 더이상 나오지 않아..
살아갈 수 있는 의미와 가치를 잃어버린 채..
스스로만을 증오하고 상처내며 살아온 하루하루들..
그 시간들만큼 잃어온 자신의 생명과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으로..
이제는 아주 조금이나마.. 용서받을 수 있는걸까..

어쩌면.. 당신의 말대로 난 정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아직도 살아있어서 미안해..

...생일, 축하해..
이건 내가 태어난 저주 받은 날에, 내가 주는 선물..
단 한 번도.. 축복받지 못한 날에..
Posted by sey :

시간이 많이 흘렀어.
그러니까 그 긴 시간 속에서 마음을 잃었어도 괜찮아.
모든걸 체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는걸.

홀로 남겨진 시간 속에서 홀로 걸어온 시간.
이젠, 괜찮아. 더이상 다른 누군가의 삶에 개입되고 싶지 않아.
먼저 다가서는 것도, 먼저 내밀어 준 손을 잡는 것도 모두.

알고 있어, 단지 혼자 내버려둘 수가 없었을 뿐이라는걸.
그리고 그것 뿐이었다는 것도.
하지만 그런거라면 난 괜찮아.
자신을 상처내는게 뭐가 어때서. 별로 상관없잖아.
아무리 자신을 증오하고 상처내도 난 이렇게 살아있어.
시간이 멈춰버린 채, 마음이 죽어버렸을지라도.

그러니까 살아있는 한 괜찮아.
자신을 상처내도 마음이 아프다고 느끼지 못하는걸.
내가 얼마나 바래왔던 모습인데. 되돌리고 싶지 않아.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피를 흘리면서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
그 모든 시간들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아.

더이상 날 바라봐주길 바라지 않아.
많이 아프다고, 그렇게 말하며 동정을 바라지도 않아.
피를 흘리며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주길 바랬던,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알아주길 바랬던 어린 날의 꼬마가 아니니까.

그만큼.. 커버렸어.

Posted by sey :
이제서야 겨우 알게 된 것이 있어,
내가 찾고 있던 것 중의 하나..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 방법을 찾아서
끝없이 기대하고 걸어보는 현실이라는건.. 꽤나 바보같은 일이지..
그런데도 답을 찾아 헤메는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인걸까..

누군가가 날 대신할 수 있다면 난 주저없이 그 자리를 내어줄거라고 생각해..
그 속에서 생기는 타인과 나 사이의 방황 그리고 필연적인 상처..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아..
그래서 체념하고 있었어, 무언가 하나를 포기해야한다고-..

결국엔 다를 수 밖에 없는거야, 나와 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괴리는 채워질 수 없어.. 결국 자각하고, 인정해야만 해..
언제나 거짓된 웃음만을 바라보며 속아주는척 하기도 지쳤으니까..
그들에게 보여주는 웃음과 나만이 바라볼 수 있는 껍질 뿐인 즐거움..
그 차이 속에서, 내가 있어도 괜찮다는 의미라는게 존재하긴 하는걸까..
그러니까 사라져야만 해..

하지만 이제는 왠지 가능할 것 같아..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은 채, 내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 가능해야만 해..
언제까지나 상처 입힐 수는 없으니까..
상처 입히지 않으면서, 내 자리가 최대한 사라질 수 있도록..

그게.. 당신을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어-..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