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거짓' 이 아니냐고.. 내게 물었다.

끊임없이 나를 죽여가며 얻어낸.. 공허한 가면극.
어차피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잖아.
처음부터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처럼 착각하고 공감하는 연극처럼
가면이라는 연출로도 당신들을 속이기에는 충분했으니까.

어차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당신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러니까.

내가 같이 죽어달라고 했냐?
같이 피를 흘리고, 상처를 내자고 했냐?
아니잖아. 그런데 왜 당신들은 내게 자꾸만 강요를 해?
왜 자꾸 날 없애려고 해?

내가 어떤 기분으로 나를 그어내는 지,
그럴 때마다 잔류하는 죽음이라는 강박과 고통이라는 공포를 이해해달라고 한 적 없잖아.
언제나 형식적인 질문과 답이 오갈 뿐, 결국은 무엇 하나 직시하지 않아.
일방적인 걱정이라는 보살핌 속에서 나는, 이렇게나 망가지고 있었다는 걸..

그 누구도 누군가를 이해할 수는 없어.
지식으로 아는 것과 경험으로 아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이해한다는 그 상냥한 거짓말을 경험한 이제는 알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속일 수 밖에 없는 거야.
그걸로나마 당신들 혼자서만은 타협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상처내도 상대가 인식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내 상처는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
그렇게 당신들은 내 가면만이 '나' 라고 착각하고 그거에 만족하면 돼.
아무리 상처내고 피를 흘려도 보여주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이제까지 그렇게 만족해온 것처럼, 그렇게 내가 죽을 때까지.
내가 다시 한 번 죽어줘야 만족할 당신들이니까.

언젠가 당신들은 내가 변하길 원한다고 했었지.
좀 더 밝은 방향으로, 과거에서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기를.
하지만 그게 당신들과는 무슨 상관인데.
내가 변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기뻐할 거라는 헛소리라면 집어치워.
그래서 뭐가 기쁜 건데? 기쁜 게 있기는 하냐?
아니면 자기만족인가? 죽어 마땅한 쓰레기 한 명의 인생을 구제해주었다는.

이해할 수가 없어.
웃으면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당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도일지라도 나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잖아.
당신들이 원하는 건 나와의 공존이 아니라 오직 완전한 가면 뿐이니까.

그런 가면 뒤에서 내 연극에 함께해준 당신들을 얼마나 경멸하고 있는지 모를테지.
내가 얼마나 당신들을 증오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끝날 거라고 생각해.
그 타인이라는 존재에 수 없이 절망하고 환멸했던 나 또한
누구도 알아주지 못한 채 사라져갈 거라는 걸..

그래, 당신들과 나, 우리들이 키워 낸 증오가 결국 날 잠식해가는 거야.
'가면' 과 '이면' 이라는 모순으로.. 또 저주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가엾고 역겨워서
하루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