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관계의 삐걱거림과 따뜻하게 감싸주던 온기..
복수의 굴레, 그리고 미래로의 미련..
그 어긋남 속에서 생겨나는 건 거짓 뿐..

어떻게 믿을 수가 있을까..
나에겐 미움 밖에 보이질 않는데..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괴리감 밖에는 없는데..
어쩌면 날 위한 그런 말들이 더 거짓말로만 느껴져..

너무나 뻔한 거짓일지라도
타인을 속이며 결국, 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게 된건 언제부터일까..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었어, 라고 말한다면..
어떤 표정으로, 어떤 기분으로 날 바라보고 있을까..

어떤 말을 내뱉더라도 상관 없어..
아닌척 하면서 '싫어' 라고 말하다보면 정말로 그렇게 될지도 모르니까..
적어도 타인에게 그렇게 말하게 되면
좋든 싫든, 그런 척 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약해 빠진 예전의 내 모습이 어느새 되살아나서,
또 다시 기대를 바라게 될 자신이 싫어..
잃어버리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 따스함을 안고 싶은 자신이 추하다..
다시 한 번, 내 피 묻은 손을 잡아주길 바라게 될 자신이 한심해..

너무 미워해서 결국 나에게도 스며든 것인지,
아니면 나를 미워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모습인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가면과.. 그 가면의 지독한 괴리감..
이제는 어떤 것이 진짜이고 거짓인지 나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원하지 않았는데도 가면이 들러붙어 거짓을 만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거짓을 지켜야만 해..

하지만,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같은거..
어느새 나와는 관계가 없는 것들이 되어버렸는걸..
너무나 익숙해져버려서, 체념해버리게 됐으니까..
그게, 내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문득.. '우리는 엄청난 거짓말쟁이일거야..', 라고 언젠가 내게 말했었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라고 말한다면.. 분명 같잖은 변명일거야..

아무리 무서워해도 괜찮았어..
아무리 싫어해도 괜찮았어..
그건, 날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일테니까..
하지만 언제나 자신들이 바라보고 싶은 모습만 바라보고..
내 모습을 인정하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어..

싫었겠지.. 부정하고만 싶었겠지.. 보고 싶지 않았을거야..
그런데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어?
날 이해한다고, 그렇게 애쓰는 것처럼 말해놓고서는..
왜 언제나 억지로 날 밀어넣으려고만 한건데..

그래, 나에게 거짓을 요구한 것처럼..
언제나 튕겨지고 부정당하는 모습 따위.. 무의미한거니까..
그러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었어..

그래도 말이야..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랬던건, 그 속에서도 날 바라봐주길 바랬던건..
거짓 속에서도, 이런 굴레 속에서도 차마 놓을 수 없었던 미련인걸까..
하지만, 그건 너무나 큰 욕심이고 착각이었다는걸 알아가고 있어..

어쩌면 그 모순이 결국 타인을 속이게 만들 뿐이었을까..
결국 다시 한 번, 또 거짓을 말하게 될 뿐이었을까..

나는 왜.. 수 없이 반복해온 그 무의미함을 잊어버리고 있었던걸까..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피를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치던 너는 어디로 가버린건지..
그런데도 이루어지지 않을걸 알면서도 또 그런 기대를 갖고 있었던거야?

결국 그렇게 넌.. 또 끝 없이 자신을, 타인을 속일 뿐이야..

환멸이다.. 너..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