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속에 둘러싸인 평온한 날들이 지나간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지금 이대로도.
어차피 진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잖아?
내게 바랬던 건 오직 가면 뿐일테니까.
이용당해도 괜찮았어.
필요로만 해준다면 날 희생해도 상관없었어.
그렇게라도 내 존재를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 모습을 잃고싶지 않았던 거겠지.
내가 가면을 벗어버리면 더 이상 날 이용할 수 없을테니까.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마치 나를 걱정하는 것처럼 요구만을 내게 떠넘겨.
차라리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 말해주지 그랬어.
'난 너의 가면을 원해' 라고.
그 편이 날 위한답시고 내뱉는 그 역겨운 위선 따위보다 훨씬 나았을텐데.
처음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어.
어디까지나 그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일 뿐.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실망하지도 않았을거야.
혹시 모르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줬다면 기쁜 마음으로 이용당해줬을지도.
2008. 11. 19. 23:00 : from Cursed re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