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속에 둘러싸인 평온한 날들이 지나간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지금 이대로도.
어차피 진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잖아?
내게 바랬던 건 오직 가면 뿐일테니까.

이용당해도 괜찮았어.
필요로만 해준다면 날 희생해도 상관없었어.
그렇게라도 내 존재를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 모습을 잃고싶지 않았던 거겠지.
내가 가면을 벗어버리면 더 이상 날 이용할 수 없을테니까.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마치 나를 걱정하는 것처럼 요구만을 내게 떠넘겨.
차라리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 말해주지 그랬어.
'난 너의 가면을 원해' 라고.
그 편이 날 위한답시고 내뱉는 그 역겨운 위선 따위보다 훨씬 나았을텐데.

처음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어.
어디까지나 그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일 뿐.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실망하지도 않았을거야.
혹시 모르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줬다면 기쁜 마음으로 이용당해줬을지도.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