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삶에 대한 미련도, 절실함도 없는 것이 아니었던가..
비록 살아있어도 이미 난 죽은 것과 다름없을테니..

그때 죽었더라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현실을 마주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살아있음을 후회한다.
다시 살아 움직이는 나를 저주한다.

고통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의미 없는 고통과 이유조차 상실해버린 증오만이 핏방울처럼 흘러내린다.
가면과 이면..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서로를 죽이는 것이 아니니까..
이제는 그저, 모두 다 그만두고 싶을 뿐..
피로 얼룩진 손을, 칼을 바라보며 서로의 침묵 속에서 침전한다.

싸워나간다는 건, 지킬 것이 있는 사람들만의 사치일 뿐이기에
나에게는 싸워나갈 필요도, 이유도 없어.
싸울 수 없다면.. 그래서 이길 수 없다면.. 그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저 소멸하면 그만일테니..
살아있는 건,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잖아..

나는 빛날 수 없지만,
너는 빛날 수 있기에..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