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증오도, 약속도 모두 빛바래져간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놓아버릴 수 없기에..
먼 지난 날의..

.

1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한 모습으로-

조금 놀랄 때도 있었어.
처음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저주와 죽음만이 존재하는 미래가 아닌, 내가 살아가는 미래.
지금이라면,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이라면.. 살아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그런.. 착각.


     살아있어도 괜찮아?
                                 ┘
아무리 칭찬받아도, 인정받아도..
내게는 거짓으로만 들릴 뿐이야.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럴리 없으니까.

이렇게나 하찮은 자신을.. 그래서 이렇게나 죽여왔던 자신을..
누군가가 칭찬을 해준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나를 믿지 못하고, 너를 믿지 못하기에.
이미 나에게는 진심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까..

어차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었잖아.


     살아있어도 괜찮아?
                                 ┘
끊임없이 나를 죽이라는 충동만이 잔류해.
나를 좋아해준다는 보장도 없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싸워나갈 자신이 없다.
분명, 후회할거야. 먼훗날, 나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후회만이 남을텐데.
그 후회할 시간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 후회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살아가는 방법을 누구도 가르쳐준 적이 없으니까.
내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나 날 버렸으면서.
그렇기에 혼자서 찾아냈을 뿐이잖아.
그 어떤 때라도.. 칼과 죽음은 날 버리지 않을테니.
그런데 왜 당신들은 화를 내는 걸까. 왜, 이제와서.

그립다. 너무나도 그리워서, 목이 메여온다.
모든 약을 삼켜낸 그 순간,
이제 곧 찾아올거라 생각했던 나의 죽음이, 나의 이별이.
그 따스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 걸 기대고, 그 속에서 나를 위해 같이 울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비록 눈물이 아닌, 핏방울일지라도.. 놓아버릴 수 없기에..
손을 파고드는 칼날의 차가운 고통에 눈물 흘리면서도
피로 얼룩진 칼날을 쥐고 놓지 않았던.. 먼 지난날의 기억.


     왜 나를 살렸어?
                             ┘
살아있길 바란 적도 없었는데.. 살려달라고 한 적도 없었는데..
왜.. 당신들은 또 다시 나의 꿈을 짓밟은 걸까..
그때 죽었더라면 훨씬 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에..
그게 조금은 슬퍼져-

죽어줘. 제발, 제발. 죽어줘.
나를 위해서, 내가 행복하게 살아있기 위해서 죽어주길 바래..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