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을 후회하는 하루가 하나 더 쌓여간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살아있고 싶어서 고통 속에서 싸워왔던 하루.. 그리고 또 하루.
당신들에게는 그저 관심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나에게는 서로의 생존을 걸어야만 했던 절실한 나날들이었어.
그리고 그 끝은 소멸 밖에 없었음을.. 당신들은 또 뭐라고 말할까.

살아있어도 괜찮다는 이유를 찾고싶었다.
모순 끝에 자신을 죽여버렸어도, 나는 여전히 살아있으니까.
그러니 지금 이렇게 내가 살아있어도 괜찮다고-
그 이유를 나 혼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타인에게서 찾고싶었다.
살아있어도 괜찮다는, 그저 그 말 한 마디가 듣고싶었을 뿐이었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잘못됐던 걸까..
뭐가 그렇게 잘못되었기에 나는 언제나 또 이렇게 거절을 마주해야하는 걸까..
그 한 마디 듣는 것조차,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않았던 건지..

사실은 나도 알고있었어.
누구도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은 없다는 걸.
당신들의 눈에 나는 그저 ..로 보일 뿐일테니까.

그래도 기대하고 싶었다.
한 번은 죽였으니까, 그 정도의 절망을 겪었으니까..
이런 나일지라도, 아주 작은 구원은 있을 거라고.. 믿고싶었다.
그렇게 또 다시 당신들이 보여준 환상에 속고, 그 거짓에 목이 메인다.

차라리 그때 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럼 이렇게 또 기대하고 괴롭지 않아도 됐을까.
살아있기 때문에 이렇게 또 하나, 자신을 환멸하는 이유가 늘어버렸다.

나는 대체 얼마나 더 나를 증오해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상처입혀야, 상처입지 않을 수 있는 걸까..

Posted by sey :
또 하나의 끝. 그리고 그 3 번째의 날.
그 모순을..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죽어가는 감정들만큼.. 실감 또한 죽어간다.
생의 실감이 없다는 말은 분명 그 변명이겠지.
실감이 없어도 괜찮아.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슬프지도, 불행하지도 않을테니.
허무로부터 얻는 것이 허무 뿐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채울 수 있는 그릇조차 없었으니까.

그것이 당연한 일,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구원..
그걸..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치고 또 도망쳐도.. 다시 심장이 죄여온다.

나는.. 용서받지 못하니까.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죽여왔어야만 했던 걸까.
그거 알고있어? 그 한 마디, 한 마디 따뜻한 위로가 날 죽여가고 있었다는 걸..
그 빛이, 그 미래가.. 나의 환상일 뿐이었다면-
지켜주지도 못할 그 환상들을.. 왜 내게 보여준거야..

그렇기에 잊어버릴 수가 없어..
그 증오를, 그 허무를..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겠어.
존재하는 것조차 용서할 수 없었기에 지우려고 했던.. 그 증오의 절실함을.
포기하고 또 포기하고, 따스함을 죽여야만 했었던 절망을.
당신들이 보여주었던 환상이, 그리고 그것이 깨져버린 거짓의 추악함이 얼마나 날 목졸라왔는지.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기쁘다고 말해주었던 그 순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소중하다고 했었던 그 말이 얼마나 기뻤었는지..
그 상냥함이 얼마나 나의 희망이 되어주었는지..
당신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어?

지금은 비록 그저 껍데기일 뿐일지라도, 흉내라고 하더라도.. 괜찮아.
살을 찢는 차가운 고통과 나를 태우며 흘러내리는 피는 최소한 내겐 환상이 아닐테니.
무엇이든 죽여왔다면, 그 환상마저도 죽이면 돼. 그 위로마저도 죽이면 돼.

잊지 않았겠지? 한 번 죽어버린 건, 다시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자신을 죽여버린 나는.. 나를, 그리고 당신들을 용서한 적이 없어.
Posted by sey :
나는 내가, 무섭다.
스스로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분명 알고있다.
알고있으면서도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 자신이..
알고있으면서도 그걸 어떻게든 해낼 자신이.. 무섭다.

생각해보면, 그토록 절실히 바래왔던 복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선물이기도 하겠지.

나는, 이렇게 어쩔 수 없을만큼 망가졌지만.
어차피 실감조차 없는 것이 아니었던가.
어떻게든, 무의미한.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지 않으니.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