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09.01.09 복수, 시작 3
  2. 2008.11.30 revenge 7
  3. 2008.11.29 저주 10
  4. 2008.11.26 의미 6
  5. 2008.10.26 한계 5
  6. 2008.09.30 복수 2
  7. 2008.09.01 done 1
  8. 2008.08.28 a knife for the revenge
  9. 2008.05.21 손을 놓다 1
  10. 2008.05.19 다시, 반복

어렴풋이 다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난 대학 병원의 중환자실에 있었다.
온몸에 연결된 호스들과 전기선들.
이미 약을 먹은 그날로부터 7 일이 지난 후였다.

기억나지 않는 시간들.
그 7 일 동안 난 여러 병원의 중환자실을 옮겨다녔다고 했다.
과다복용의 부작용으로 의식이 없는 건 물론 폐까지 절반이 오염된 상태.
약물에 의한 흡입성 폐렴으로 산소 포화도가 90 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무호흡 상태도 진행되어 이제는 산소 호흡기까지 필요했다.
이대로 산소 포화도가 90 을 넘지 못할 경우,
기도를 절개해 호스를 연결하는 기도 삽입술까지 고려 중이었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상태가 많이 회복된 후였다.
산소 포화도도 90 을 간신히 넘겼고 위세척으로 약물 또한 몸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와 고열의 몸은 내가 누워있는 사이 피부 조직을 괴사시켜버렸다.
괴사해버린 피부 조직은 다시 회복되지 않고 제거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병원 측에서는 일단은 나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는 밤은 공허했다.
무미건조한 기계음과 간호사들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환자들의 신음.
여전히 순간순간 파고드는 고통으로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혼란. 아직도 기억이 이리저리 뒤섞여있다.

멈추지 않고 고통스럽게 흘러가는 시간만이 죽지 않았다는 자각을 준다.
...어째서 난 또 살아있는걸까.
구역질을 참아가며 어떻게든 삼켜냈던 62 일치의 약물.
62 일치. 그게 반 년 동안 모았던, 내가 가진 모든 양이었다.
그래, 이번만큼은 정말로 죽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죽을 위기까지 있었다.
이대로 잠이 들면 이제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왜 지금 다시 눈을 뜨게 된걸까.
...그대로 영영 눈을 뜨지 못했으면 좋았을텐데. 모두가 기뻐했을텐데.
그 기억으로 이제 난 약 한 알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하게 됐다.
아니, 그때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을 느꼈다.

아침이 되고 곧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병실 안에서, 7 일만에 다시 마셔보는 물은 마시는 순간 구역질이 나왔다.
위세척 약품이 아직도 입에 남아있기 때문이겠지.
어차피 이미 거의 다 흡수되어버려 위세척은 필요도 없었을텐데.

내가 눈을 뜬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했다.
병실에서 맞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은 여전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가득 매달린 항생제들과 영양제들 그리고 여전히 몸에서 뽑아내지 못하는 호스들.
순간, 걷지조차 못하는 내 상태가 우스웠다. 우스워서 비웃음이 나왔다.
...제대로 죽지조차 못하는 병신이구나, 나.

만약 그대로 내가 죽었더라면, 누군가는 슬퍼해줬을까.
아니면 내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치게 될까.
아무래도 후자겠지.
잃어버리고 싶지않다고 말했으면서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오래전부터 준비해놨었으니까.
아프기 때문인지, 아니면 끝이라고 생각했었던 현실이 이어졌기 때문인지..
고통만이 가득한 지금의 현실에서 문득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졌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되는거겠지.. 내 옆에는 아무도 없어.
내가 밀어냈으니까, 죽을거라고 생각했었기에 아무도 남겨놓지 않았으니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그렇게 혼자서만 죽어가는거야.

비록 전부 다 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일부는 죽어버렸으니까.
내가 나를 죽이려했다는 건 변하지 않아.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과 나.
...다시 살아있게 된 나는 여전히 똑같구나.
만약 그 순간 누군가 옆에 있었더라면, 털어놓을 뻔 했을테니까..
타인을 향한 기대와 실망. 설령 오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난 풀지 않겠지..
여전히 내 피 묻은 손은 거절당한 채 그대로가 좋아.
그래야만.. 언젠가 난 다시 복수를 선택할 수 있을테니까.

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해서 깨어나 굳이 원했던 건 아니지만 새벽 하늘을 볼 수가 있었다.
...아침은 눈이 부셨다.
그렇게 시작된 병실 창가로 비치는 크리스마스의 하루.
병실에서의 하루는 그 하루하루가 다 똑같다.
진통제로 고통을 버티고 흘러가는 시간을 잡지 않아.
매 시간마다 기계적으로 삼켜내는 음식과 겹쳐지는 기억들.
나에게 크리스마스라는 건 혼자라는 걸 더욱더 일깨워주는 날이었다.
웃기는 일이야, 이런 주제에 타인에게 실망한다는 건..

내가 약을 먹은 그 다음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병실에서 접한 할머니의 사망 소식.
내가 의식을 잃은 그 7 일 동안 장례식까지 모두 끝나있었다.
떠나시기 전, 할머니는 나를 계속해서 찾으셨다고 했다.
가족들은 차마 나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겠지.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죽을 위기를 넘기고 있다는 사실 대신,
...시험이라 바빠서 올 수가 없다고.
할머니는 그 순간에 이런 나를 용서했을까.
자신의 마지막조차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던 손자를.. 용서했을까.
담담히 할머니의 마지막을 들었다.
친척들은 나를 대신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했다.
...그럴리가 없잖아.
죽음은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건데, 너무나 공허해서 고독조차 외로운건데.
그러니까 누구도 죽고싶어하지 않는건데.
내 기억의 일부를, 살아온 시간의 일부를 공유했던 사람. 그 존재가 이제는 소멸해버렸다.
내가 죽겠다고 발악을 하고 정신을 잃은 사이.. 그렇게.
그 순간이 마지막인걸 알았더라면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드렸을걸..
이제는 자신에게 화조차 나지 않았다. 화낼 가치조차 없어.
결국 난.. 거기까지고, 그런 인간일테니.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내일을 맞이하고 나를 맞이한다.
예외를 생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이러고도 살아있다는 자체가 나에겐 패닉이었다.
복수를 맹세했던 순간부터, 나와 계약한 순간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살아왔었으니까.
62 일치로는 부족했던걸까. 조금만 더 모아 삼켜냈었더라면, 그때는 정말로 죽을 수 있었을까.
그런 자책들이 쏟아져내린다.
일부분만이 죽어버린 나는.. 누구인걸까.
복수만을 바라봤던 복수자? 아니면 숨죽여 구원을 기다렸던 낙오자?
텅 비어버린 나는 이제 뭘로 채워야만 하는걸까.

예전의 나에게 왠지모를 지독한 이질감을 느낀다.
괴로워했던 시간들도, 복수 밖에 바라볼 수 없었던 시간들도,
흘러내리는 피로 물들었던 그 시간들도 모두 기억할 수 있는데 어째서일까.
그 기억이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들만 공허히 맴돈다.
여전히 복수의 흔적들은 몸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는데.
타인이 기억하는 과거의 나는,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나는.. 누구였을까.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말을 계속 기억하고 있었어.
그런데도 결국 난 잃어버렸구나..
옆에 있어달라는 말은, 너무나 큰 욕심이었다는 걸 잘 알고있었는데도..
결국 내 모순이 상처입힌 대가는, 죄값은 나만의 몫이니까..
미안했어. 그리고 미안해.

언젠가는 지금의 나 역시 과거의 나처럼 또 다시 복수를 선택하게 될 것을 알아.
살아있다는 실감이 없으니까, 여전히 안식을 바라니까.
그때는.. 더이상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괜찮아.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괜찮을거라고 생각해..
이미 한 번은 죽었을테니..

Posted by sey :

얼마든지 당신들에게 복수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건,
믿었기 때문이었어.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어긋나버렸지만 마음만큼은 아니었을거라고 그렇게 착각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복수하지 못하는 난, 그 대상을 나에게로 돌린 것 뿐이야.

하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
마음만큼은 아니라고? 지랄하고 있네.
필요가 없어지면 당장이라도 내다 버리는 게 당신들이지.
그렇게 걱정스럽다는 듯이 지껄였던 주제에 한 번이라도 내 피 묻은 손을 잡아준 적이 있을까.
단 한 번이라도 나를 도와준 적이 있을까.

뻔해. 도와줬지만 내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그렇게 말하겠지, 당신들은.
아님 도와줄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로 변명하던가.

그래, 그래서 이제껏 혼자서 해왔잖아.
그런데 또 뭐가 불만이야?
도와주기 싫다는 거 억지로 부탁해서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잖아.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든 혼자서 해내니까 이제는 방법이 틀렸다고 부정하지.
당신들은 편해서 좋겠어.

말로만 지껄이는 건 쉬워.
만약 그런 게 도움이라면 그런 말들 따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해줄게.
그런 말들을 내뱉는 거에 아무런 노력도, 괴로움도 필요없으니까.
어디까지나 타인의 입장에서 내려다보는 주제에 진심도, 의미도 필요없잖아?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은 내 증오를 막을 수 없는거야.
복수라는 말의 실현을 멈출 수 없는거야.


어차피 더 이상 당신들한테는 기대 안해.
그러니 당신들도 나한테 기대하지마. 하찮은 기대를 요구하지마.
당신들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든 말든 상관없어.
나는 내 복수를 할 뿐.
더 이상 내 복수에 당신들을 생각하지 않아.
그럴 가치조차 없어.

만약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나에게 지껄인 그 말들 속에 조금이라도 진심이 있었다면,
나를 죽여가는 게 당신들에 대한 최소한의 복수겠지.
그래, 복수만 할 수 있다면 나 따위는 어떻게되든 상관 없어.
어차피 그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으니까.
살아있는 동안, 내가 부숴지는 걸 보고 같이 괴로워하도록 해.
당신들이 날 변화시키려고 할 수록 내가 일그러진 것처럼,
날 걱정했다고 지껄였던만큼 후회하게 해줄게.
 
하지만 당신들에게는 좋은 방법이 있잖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포기하고 돌아서버리면 돼.
남 탓 하지말라는 경멸 섞인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다 합리화되니까.

왜 내가 날 증오하는 지 알아?
한 순간이었지만, 당신들에게 기대를 했던 내가 죽여버리고싶을만큼 한심하기 때문이야.

그동안 고마웠어. 날 이렇게 만들어줘서.
이제 내겐 복수 밖에 보이지 않으니.

Posted by sey :
전부 네가 틀렸기 때문이야.
봐, 같잖은 기대 따위를 하니까 이렇게 되는거야.

그래, 당신들이 내게 했던 말들이 모두 옳았어.
너 같은 건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으면.. 너 같은 쓰레기 새끼만 없었다면..

살아있어서 미안하다면서 아직도 안뒈지고 살아있냐?
비참하다, 참.
널 바라보는 상대방 입장도 조금은 생각해줘야지.
미안하다는 말만 지껄이는 주제에 또 살아있는 꼴이 하도 역겨워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




일곱 째, 착각 혹은 자만을 한다면 그 대가로 피를 흘릴 것.
열하나 째, 일정 기간 동안 피를 흘리지 않는다면 복수를 포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
열둘 째, 만약 복수를 포기하고자 한다면 그 자신에게 다시 복수할 것.
열셋 째, 만약 계약을 파기하고자 한다면 복수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 목숨을 버릴 것.

아마 한동안 그 팔은 제대로 못쓸거야.
그 동안 그 빌어먹을 착각 좀 어떻게 해보던가.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도 나쁘지 않지?
더 이상 날 막을 필요도, 이유도 없잖아.
어떻게되든 상관없는거야, 이제는.

이제야 조금 저주 받았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냐.
기억해 둬. 만약 또 다시 거절하지 못한다면, 계약을 어긴다면,
그때는 이 정도로 넘어가진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
누구도 너 따위 잃어버린다고해서 아쉬워하지않아.
너만 없어지면 돼.
Posted by sey :
다시 복수의 눈을 뜨고, 계약을 기억해 내.
복수와 계약.. 그리고 가면.
언젠가는 그 모순이 널 죽일테지.

혼자서 걸어가는 시간 속에 추억이라는 괴로움만 쌓여간다..
함께 살아갈 수가 없었던 순간들과 일그러진 기억..
결국 끝나지 않은 거짓에 차마 바라볼 수 없는 건, 나 혼자일 뿐이야..

망가져 고장나버린 인형 따위에 가치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단순한 호기심으로, 혹은 순간의 동정심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왜 내게 다가왔어?
역시 불쌍해서였을까. 아니면 신기해서?
아무 것도 아닌 그 같잖은 관심에 혼자서 구원 받고 또 절망해..

처음부터 거절했어야 했어..
내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마주했었는지.. 모를테지..
기대 따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또 기대를 하고 있는 나약한 자신을 보게 돼..

...즐거웠었어?
하긴,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껏 수 없이 어겼던 계약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줄 알았냐.
그럼 그만 닥치고 다시 칼을 집어들어.
제대로 살아가지도 못하는 병신 주제에 살아간다는 걸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죄악이야.
그렇다면 그 죄값을 속죄해야지. 안 그래?

넌 나와 약속했어.
평생을 복수할 것을, 죽을 때까지 짓밟을 것을.
그 저주 받은 말의 의미를 잊은 건 아니겠지.
누구도 선택을 강요한 적은 없어. 하지만 넌 결국 복수를 선택했지.
또 반복한다면, 계약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하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거야.

저기, 기억해?
네가 점점 죽어가면 죽어갈 수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커진다는 거.
'아.. 최소한 나는 저런 쓰레기 새끼보다는 낫구나..' 라며 말이야.
이만큼 반복해왔으면 좀 알아 처먹을 때도 됐는데.
네가 생각하는 만큼, 기대하는 만큼, 너에게 되돌아오지는 않아.
이용당할 가치도 없다면 더욱더.
그렇다면 쓰레기 주제에 어차피 네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잖아?
상처 내며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위안을 받는,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게나 도움이 되고 싶다면 그어버리기나 해. 이 낙오자 새끼야.

봐, 그렇게나 네가 찾고 싶어하던 답. 
이미 오래전에 찾았잖아? 살아갈 가치가 없으면 뒈져버리면 돼.

언젠가 물었었지.
피와 약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잖아.
이제는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지 않으니.
Posted by sey :

그래.. 결국 그게 당신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그어줄게.
어차피 난 그짓 밖에는 못하는 쓰레기 새끼니까.

또 어디가 필요해? 얼굴? 손목? 배?
아님 그때처럼 또 손을 걸레처럼 만들어줄까?
왜, 이번엔 눈이라도 실명시켜줘?

어차피 나한테는 그걸 바라고 있는 게 아니었어?
서로 평행선만 그릴 뿐이야.
이제는 모든 게 다 짜증난다.
가만히 가면 속에서 참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드러내지 않으니까 아예 사라진 걸로 착각하는거냐?
병신 새끼들.
내 가면 밖에 볼 줄 모르는 주제에 착각하고 다 아는 듯 지껄이지.
뭐, 나야 재밌었어. 마치 저능한 개새끼들을 보는 것 같아서.

애써 억제하고, 억눌러봐도 똑같아.
누구 하나 알아주지도 않지.
그래, 알아주길 기대한 적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 가만히는 내버려뒀어야지.
가만히 내버려둬도 미쳐 뒈져버리기 직전인데.

마지막이라고,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참아가며
남은 시간을 버티는 것마저 무의미해진다.
지금은 버틸 필요도 없이 바로 실행해버리고 싶은 마음이야.

그동안 애써 억제하느냐고 고생 많았어.
나도 이젠 날 막고 싶은 생각도 없다.
마음껏 해봐. 어차피 다 뒤틀려버렸으니까.
여기서 더 이상 뒤틀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어.
목을 비틀어 죽여버리고 싶은 가족 따위는 처음부터 방해물이었으니까.
더 이상 거짓 평화를 지켜줄 의무도 없어.




자신한테 복수한다는 말이 장난처럼 들렸냐?
하긴, 그저 배부른 투정으로만 들렸겠지.
아무리 상처를 내도 결국엔 제대로 살아있으니까.
그럼 알려줄게. 복수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저주 받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서서히 죽어간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건지.

나도 이젠 한계다..
봐.. 언제나 이럴 때는 혼자야..
그러니까 믿지 못하는거야..
아무리 도와줘도, 이용당해줘도,
어차피 내가 필요할 때는 또 아무도 없을테니까..

Posted by sey :

양가감정 (兩價感情)
[명사] <심리> = 모순 감정.

모순감정 (矛盾感情)
[명사] <심리> 논리적으로 서로 어긋나는 표상의 결합에서 오는 혼란스러운 감정.
어떤 대상, 사람, 생각 따위에 대하여 동시에 대조적인 감정을 지니거나,
감정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따위이다.

.

당신은 내게 화를 내며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너는 그게 뒤틀렸다고.
성격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죽는다는 말을 하는 주제에 어째서 살아있을 때를 가정하는지.
남들은 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너 혼자서 언제까지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거냐고 소리쳤다.
굳이 올려다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경멸은 그렇게 나를 향한다.

모순. 그리고 또 모순.
스스로도 진절머리가 날 만큼 모순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하나만 택할 것을 강요해.
하지만 내게 남아있는 선택은 대체 뭐가 있을까.

피, 약물.
복수, 계약.
미움, 실망감.
증오, 그리고 저주.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결국 무엇을 택할까.
어쩌면, 그건 이미 정해져있는 이야기.

살고 싶다. 하지만, 살아있는 한 스스로를 죽일테지.
끊임없이 피를 흘리고, 짓밟을거야.
누군가를 좋아하려고 해도 밀어낼거다.
실망하고 또 실망해서 날 경멸하게 만들거야.
지키려해도 잃어버려야 해.
지킬 것도 없는 주제에 무언가를 지키려 했던 자신이 비참하도록.

이젠 나도 지쳤어.
다 그만두고 싶다.
갈등하는 것도, 모순되는 것도, 기대를 갖는 것도 모두.

양가감정, 이라고 했었지.
그리고 스스로도 모순을 알고 있지 않냐고 했었지.
아아, 알고 있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게 나쁜거야?
당신들이 원하는대로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보여줬을 뿐이잖아.
어차피 그걸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건데?

변하라고? 애써 변해도 또 그렇게 말할테지.
또 변하라고.
날 위한 거라는 변명 따윈 집어 치워.
난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

내가 일부러 상처를 보여주지 않으면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당신들이 내게 바라는 건 대체 뭘까.
그러면서 왜 기대하라고 했어?
내 기대에 부응하지도 못하면서
마음을 닫고, 힘겹게 만들어 놓은 모습을 왜 바꾸려는건데.
그 변화를 나 대신 책임져줄 것도 아니잖아?
같잖은 자극 따위, 내겐 날 더 죽여버리고 싶을 뿐이야.

말은 가벼워. 너무나도 가벼워서 믿는 게 무가치할만큼.
이젠 구태여 변명하기도 지겹다.
그래, 난 거기까지고 처음부터 그 뿐인 인간이니까.

다 그만두자.
그렇게 요구하는대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역시 난 복수를 선택할게.

당신들한테는 고마워하고 있어.
내게 가르쳐줬으니까. 미뤄오던 결정을 내려버리게 했으니까.
나에 대한 복수도, 당신들에 대한 복수도 모두 같아.
모순이 아니야.
그 경멸 그대로, 되갚아줄테니까.

난 날 죽일거야.
그것이 나에게도, 당신들에게도 최고의 복수가 되겠지.
당신들이 지껄이는대로 내가 당신들에게 소중한 존재라면,
그런 내가 날 죽여줄게.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죽여줄테니까.
이제 내게 남은 건 복수 밖에 없어.

가끔씩 환상을 봐.
내가 사라져버린 세상. 그리고 그 후의 현실.
눈이 쌓인 오후는 한가하고,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아.
눈물겨울만큼 한가한 겨울은 마치 낙원처럼 느껴진다.

단지, 당신들이 어떤 낯짝을 하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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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된거야.
이걸로 된거야.
이걸로 된거야.
이걸로 된거야.
이걸로 된거야.

이제는 정말로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어..
그러니까, 이걸로 된걸거야..
Posted by sey :


한 순간도 잊어본 적 없어.

기억해?
처음으로 칼을 잡던 날,
칼날이 부러질만큼 놓지 않았던 손을.

이제는 작별.
돌아서야 할 때라는 걸 알아버린 순간에
무엇을 할 수 있겠어.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나를 속이자..
Posted by s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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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어져..
Posted by sey :
...결국 또 이런 식의 결말.
정말이지, 지긋지긋해.

먼저 계약을 어긴건 너.
변명 따윈 집어 치워. 오직 결과와 그 대가만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지금, 그 대가를 치루도록 해.

난 너 같은 부류의 인간들을 잘 알아.
무언가 잃어버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역겨운 쓰레기.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악취가 나.

그래, 어차피 넌 거기까지고 그런 인간이니까.
하지만 무엇이 다르고, 어떤 것이 틀리다는걸까.
환영 받을거란 착각 따위 해본 적은 없어.
그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 뿐.

나는 이곳에, 그리고 빛나는 당신들은 그곳에.
남겨진건 닿지 않는 그림자와 괴리감.

지워지지 않아. 응, 앞으로도 지워지지 않을거야.
그건 너와 나의 '증표' 니까.

잊지마.
네가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부숴버릴 뿐이야.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