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건 고통 뿐인데.. 어째서 아직 살아있는거야?'

언젠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서, 안식을 얻고 싶었던 날들 사이에 서서..
이런 고통을 견뎌내며 살아가야할 이유 같은게 있는걸까..


만약, 그때 내가 죽었더라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이 사라지고..
내 자리를 누군가가 대체했겠지.. 라는, 그런 생각이 들어..

나를 대신해서.. 누군가가 노란 빛으로 흩날리는 은행나무 길을 걸어갔을테고..
누군가가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찍었을거야..
내가 늘 앉아있던 그 나무 아래엔 아무도 없이 노을만이 지고..
내가 앉았었던 그 버스 안의 자리엔 다른 누군가가 앉아있었겠지..

그때 만났었던 사람들 또한 만나지 못했을거야..
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나란 존재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을테고..
그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났겠지..
어쩌면 그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훨씬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나는 그대로 사라져서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사라진 채로 현실은 그대로 흘러가고 흘러가서, 잊혀지길..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져가고..
그 순간이 내 모든 세상이 끝나는 날,
그리고 길고 길었던 자신을 향한 복수가 끝나는 날..

왜.. 그때 죽이지 못했던거야?
대체 무슨 희망을 가지고, 기대를 가지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길래.. 죽이지 못했던거야?
그때 내가 날 죽일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모두가 기뻐했을거야.. 앞으로 존재하지 않을 나의 기억에, 나의 자리에..

나 역시.. 그동안의 모든 시간들이 고통 뿐이었잖아..
그대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알지 못한 채 죽었었더라면..
그 순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거야..
겁쟁이였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워..
그리고 이렇게 죽음을 기다리고만 있는 자신도 역겨워..

그런데 왜 아직도 숨 쉬고 있어?
매일같이 심장이 멈추길 바라면서..
왜 직접 그 심장에 칼을 찔러넣지는 못하는거야?
겁쟁이라서, 그저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는건..
아직도 좀 더 절망하고, 고통과 피로 얼룩져야 할 것 같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하루하루 죽어있는 날들을 살아가는 것이.. 더 괴로울 뿐이라고..
살아있기 때문에 견뎌야만 하는 고통을 대체 무엇 때문에 버텨야만 하는걸까..
고통을 견뎌가면서까지 살아가야 할 이유라도 있는거야..?

오늘도 다시 피가 배어나오는 고통 속에서 깨어날 뿐..
다시는 일어날 수 없기를 바랬는데, 다시 깨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밤새 피가 스며든 옷과 그걸 닦아내는 일상..
이런 날들 속에서 나보고 무엇을 찾으라는거야..?

난.. 아무리 찾아도 모르겠어..
그런건 처음부터 없는 것 같아..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