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희망 따윈 없는거야..
이 이상 어떤 의미가 더 필요할까..
눈물조차 나오지 않아,
모든 것이 끝나버렸어, 단지 그 뿐이야..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하고 가끔씩 생각하게 돼..
하지만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해도..
그때의 나라면 또 다시 같은 선택을 하겠지..

괜찮다고 생각했었어.. 이 정도면 괜찮다고,
이제는 조금씩 인정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어..
그때에는 미워할 수 밖에 없었던 일도..
이제는 조금씩이지만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착각했었어..
느리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변해가고 있다고.. 믿고 싶었어..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날 배신해버려..
이런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 너무 하찮아서..
미워할 수 밖에 없어.. 상처낼 수 밖에 없어..
내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은 고작해야 이것 뿐인걸..

이렇게 언제나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현실을 바라봐..
나도 지쳤어.. 언제까지고 그 반복을 참아낼 수는 없는거야..
아무리 발악해도, 아무리 소리쳐도 그건 변하지 않아..
비참함으로 목이 메여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미안, 더 이상.. 기다려주지는 못할 것 같아..
이런 '나' 이지만.. 아주 작은 미련이 남아서, 그걸 붙잡고 있었어..
가끔씩.. '빛' 이 보여서, 그 '빛' 을 따라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애써 자신과 싸워가며 미소지을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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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껴..
벌어진 상처.. 그 속으로 칼날을 가져갈 때마다 느껴지는, 무언가 투두둑 끊어지는 느낌..
이대로라면 정말.. 잃어버리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돼..

'나는.. 뼛속까지 겁쟁이였구나-..'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그 직전에 멈춰버려..
언제나 난, 그 직전에 도망쳐버려..
조금만 더 파고 들어가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을텐데..
설령 죽지는 못하더라도 왼손을 쓰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텐데..
스스로를 증오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그 말에 두려움을 느껴..

전에는 몰랐었던, 무언가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함..
'난.. 정말 스스로를 죽일 수 있어..'
그렇다면.. 난, 조금씩 내가 원하던 복수로 다가가고 있는걸까..
스스로가 집어 든 칼날에, 그 칼날이 할퀴고 간 고통에..
주저앉은 채 신음할 뿐- 정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수 없는 반복으로 몸에 각인된 고통.. 혈관 깊숙히까지 느껴지는 칼날..
그것을 기억하면서도 다시 칼을 집어드는 자신이 괴로워..

그래도 멈출 수는 없으니까..
죽지 못한다면.. 너무나 비참해..
스스로를 상처 입히지 않는다면.. 더 이상 내가 나로서 있을 수가 없어..
만약 내가 겁쟁이라서 스스로를 죽일 수가 없다면..
최소한 노력만큼은 하고 싶어.. 끝을 향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미 말라버려 흘리지 못하는 눈물은 핏방울이 되어 떨어지고..
이미 사라져버려 짓지 못하는 웃음은 고통으로 가득찬 떨림으로 대신할게..
기쁨은 괴로움으로, 기대는 실망으로, 빛은 절망으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쌓여가..

언젠가.. 끝에 가서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래,
'정말 하찮은 인생이었어..'


미안해..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