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시간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그날의 추억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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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진 시간을 다시 움직일 순 없지만, 멈춰진 반복이라면.. 다시 움직일 수 있어..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그 과거의 반복을.. 지금이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날과 같은 푸른 하늘 아래의 길, 같은 계단, 같은 상처, 같은 피 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그 시간들의 익숙함을 속일 수는 없는걸까..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한채..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 스며들어가던,
회색빛 구름 가득한 그날의 기억처럼.. 피가 흘러내린다..

의미도 없이 길을 나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상처를 짓누르던 그 절망감도..
그 고통도, 시간도.. 끝난게 아니야..
내 손을 뒤덮던 피와.. 나를 억누르던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언젠가는 상처가 흉터가 되어 치유되고, 고통은 과거의 기억이 될거라고..
.....그렇게 착각했어..?

아직도 무언가에 기대하는 내 모습에 역겨움을 느끼기도 해..
내가 싫어하고 역겁게 생각하는 유일한 존재에게,
그리고 그 존재를 자신으로서 소유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수 없이 잃어버렸던 그 존재와, 희망에의 기대..
처음부터 바라볼 수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그 기대와 실망..
이제는 걱정을 받는다던가 하는 식의 배려는.. 허락되지 않음을 알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지킬 것 없는 나에게.. 좀 더 상처를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좀 더 고통받고, 괴로움에 몸부림 치도록..

선택받지 못하고 쓰레기가 되어버린 자신에게.. 무엇보다 어울리는 모습이니까..
살아있는한 자신을 짓밟겠다던 그 피의 계약을 잊지 않았다면..
네 손에 피로 새겨진 계약의 증표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언젠가 그 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피로 물든 고통 속에서 살아가도록 해..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그리고 살아갈 유일한 의미..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