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학기의 마지막 시험도 모두 끝났지만..
아무런 해방감도 없이 그저 공허함만이 가득하다..
아니, 공허함이 아니라.. 점점 잃어가는거겠지..

평상시대로였다면 강의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했겠지만..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오늘은 할 일 없이 혼자서 학교를 서성거렸다..
자판기에서 캔 음료수 하나를 집어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무작정 걷기 시작한 길..

혼자.. 그리고 또 혼자..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
결국은 달라진 것도, 변한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한 것도 없었고, 날 반겨줄 거라는 생각 따윈 해본 적도 없으니까..
어딜가나 똑같을 뿐.. 그걸, 그저 반복해서 확인할 뿐이야..

왜?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어?
자신을, 타인을 조금이나마 좋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하하.. 이제와서 미련이라도 생긴거야?
닥쳐.. 그런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으니까..
나와 계약했잖아,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짓밟기로..
자신의 과거를 모두 버리면서까지 맹세한 복수라는 것이..
겨우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장난이었던거냐..

또 무슨 착각을 하고 있어?
어떤 환상에 사로잡혀서 헛된 기대를 꿈꾸는거야?
고개를 돌리지 말고 현실을 바라봐..
난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진 시간 속에 있을 뿐이잖아..
그러니까 기억해 내..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은 복수였으니까..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거야..

이제와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때처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아무리 잘못됐더라도.. 익숙해진 지금을 버리고 싶지 않아..

잊어버린건 아니겠지..
스스로를 증오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었던 날들은..
지금도 똑같아..

내게 남아있는 날들도 모두..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