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지 당신들에게 복수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건,
믿었기 때문이었어.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어긋나버렸지만 마음만큼은 아니었을거라고 그렇게 착각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복수하지 못하는 난, 그 대상을 나에게로 돌린 것 뿐이야.
하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
마음만큼은 아니라고? 지랄하고 있네.
필요가 없어지면 당장이라도 내다 버리는 게 당신들이지.
그렇게 걱정스럽다는 듯이 지껄였던 주제에 한 번이라도 내 피 묻은 손을 잡아준 적이 있을까.
단 한 번이라도 나를 도와준 적이 있을까.
뻔해. 도와줬지만 내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그렇게 말하겠지, 당신들은.
아님 도와줄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로 변명하던가.
그래, 그래서 이제껏 혼자서 해왔잖아.
그런데 또 뭐가 불만이야?
도와주기 싫다는 거 억지로 부탁해서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잖아.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든 혼자서 해내니까 이제는 방법이 틀렸다고 부정하지.
당신들은 편해서 좋겠어.
말로만 지껄이는 건 쉬워.
만약 그런 게 도움이라면 그런 말들 따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해줄게.
그런 말들을 내뱉는 거에 아무런 노력도, 괴로움도 필요없으니까.
어디까지나 타인의 입장에서 내려다보는 주제에 진심도, 의미도 필요없잖아?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은 내 증오를 막을 수 없는거야.
복수라는 말의 실현을 멈출 수 없는거야.
어차피 더 이상 당신들한테는 기대 안해.
그러니 당신들도 나한테 기대하지마. 하찮은 기대를 요구하지마.
당신들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든 말든 상관없어.
나는 내 복수를 할 뿐.
더 이상 내 복수에 당신들을 생각하지 않아.
그럴 가치조차 없어.
만약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나에게 지껄인 그 말들 속에 조금이라도 진심이 있었다면,
나를 죽여가는 게 당신들에 대한 최소한의 복수겠지.
그래, 복수만 할 수 있다면 나 따위는 어떻게되든 상관 없어.
어차피 그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으니까.
살아있는 동안, 내가 부숴지는 걸 보고 같이 괴로워하도록 해.
당신들이 날 변화시키려고 할 수록 내가 일그러진 것처럼,
날 걱정했다고 지껄였던만큼 후회하게 해줄게.
하지만 당신들에게는 좋은 방법이 있잖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포기하고 돌아서버리면 돼.
남 탓 하지말라는 경멸 섞인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다 합리화되니까.
왜 내가 날 증오하는 지 알아?
한 순간이었지만, 당신들에게 기대를 했던 내가 죽여버리고싶을만큼 한심하기 때문이야.
그동안 고마웠어. 날 이렇게 만들어줘서.
이제 내겐 복수 밖에 보이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