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이 흘렀어.
그러니까 그 긴 시간 속에서 마음을 잃었어도 괜찮아.
모든걸 체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는걸.

홀로 남겨진 시간 속에서 홀로 걸어온 시간.
이젠, 괜찮아. 더이상 다른 누군가의 삶에 개입되고 싶지 않아.
먼저 다가서는 것도, 먼저 내밀어 준 손을 잡는 것도 모두.

알고 있어, 단지 혼자 내버려둘 수가 없었을 뿐이라는걸.
그리고 그것 뿐이었다는 것도.
하지만 그런거라면 난 괜찮아.
자신을 상처내는게 뭐가 어때서. 별로 상관없잖아.
아무리 자신을 증오하고 상처내도 난 이렇게 살아있어.
시간이 멈춰버린 채, 마음이 죽어버렸을지라도.

그러니까 살아있는 한 괜찮아.
자신을 상처내도 마음이 아프다고 느끼지 못하는걸.
내가 얼마나 바래왔던 모습인데. 되돌리고 싶지 않아.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피를 흘리면서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
그 모든 시간들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아.

더이상 날 바라봐주길 바라지 않아.
많이 아프다고, 그렇게 말하며 동정을 바라지도 않아.
피를 흘리며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주길 바랬던,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알아주길 바랬던 어린 날의 꼬마가 아니니까.

그만큼.. 커버렸어.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