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년 전-..
가끔씩 학교를 빠지고 찾아갔던 그곳에.. 오늘, 다시 발걸음을 옮기고 있어..
같은 가을 하늘 아래 속, 아무것도 변하지 못한 그 모습 그대로..

.
.
.



# 그곳을 찾아가는 길목..
조금만 더 늦게 찾아왔었더라면..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잎을 볼 수 있었을까..
그때에도 완연한 은행잎을 보지 못해서 아쉬워했었는데..




#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굳게 닫혀있는 철문..
너도.. 나와 같이 아무것도 변하지 못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




# 그때는 공터였던 이곳에, 어느새 교회가 지어졌다..
가끔씩 아무것도 없었던 이곳에 서서.. 하늘을 바라봤었는데..
그것도 이젠 무리겠지..




# 또 다른 변화.. 그저 흙길이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콘크리트가 그 위를 덮어버렸다..




# 사람도, 차의 소음도 없이 조용히 걸어갈 수 있었던 길..
그 위에 비쳐졌던 푸른 하늘은.. 어디로 사라져버린걸까..




# 아직.. 완연한 가을이 아닌 것 같아..
들판의 벼들은 아직도 고개를 펴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채 버려져 있는 이곳에서..
마치 어느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곳..
길게 늘어져있는 침묵과 고요 속에서..
이렇게, 혼자서 걸어가는 길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어..

어째서일까.. 그때와 똑같이, 이곳에 찾아오는 동안..
오른쪽 팔의 고통은 사라지질 않아..




# 내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무거운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통 속에서 바라보았던 풍경..

그 시간.. 혼자서 바라보는 하늘, 혼자서 걸어가는 길..
그 모두가 현실로부터의 도망이었지만..
3 년만에 다시 찾은 이곳엔, 더 이상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은 없었어..

언젠가.. 이렇게 다시 찾아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어..
하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내가 바라보았던 모든 것들이, 어느새 미래가 되어있는 현실에..
내가 바라보는 과거가.. 현실 속 현재를 바꿀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돼..

그렇다면 과거도, 현실도 되지 못한 나는.. 어느 곳에 서있는걸까..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