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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인가,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려..
소중한 것들조차도 포기해버릴 수 있게 되었어..
소중한 것이 없다면, 지켜야 할 것도 없을테니까..
나를 인정해주는 것들에도,
나를 바라봐주는 것들에도 절실해하지 않았어..
언젠가는 무의미하게 사라질 것들이기에..
만남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것일까..
피하는건, 거절하는건 '나'인걸까.. 아니면 '타인'들인걸까..
세상과 타협하지도 못한채..
세상을 인정하지도 못한채..
어디까지나 세상으로부터, 타인들로부터 어정쩡하게 서있어..
나는.. 그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아무 감정없이 미소짓고
내 말이 거절당해 튕겨나가는걸 알면서도..
무안함을 애써 참아가며 의미없는 말을 지껄일 뿐인걸까..
비겁한 나는, 그저 언제까지나 도망친채로..
싸울 수 있다는건 지킬 것이 있는 사람들의 사치라는 말을 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을 뿐이야..
그런 자신이 너무 익숙해져서,
이런 것이 나에게 어울려 하고 체념해버리게 돼..
아니, 어쩌면 그 모습이 스스로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진짜의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자신을 알면서도 순수하게 증오했기에..
매일같이 손에 피를 묻히고, 아무 목적도 없이..
그저 서서히,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자신을 짓밟으면서
스스로를 저주하며 죽어가는 것이 내게 허락된 유일한 것이라고 믿었어..
그런데 어째서일까..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 존재가 내 더러운 피로 얼룩진 손을 잡아줄 수 있을거라고,
나에게 그 어떤 이유를 알려줄 수 있을거라고, 혼자서 헛된 기대에 빠졌어..
허락되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과 실망..
어쩌면 허락되지 않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기에..
그에 따른 정당한 결과라고 생각하게 됐어..
나에게, 그런 것이 있을리가 없을테니까..
혼자서 살아가는 나날들..
그래, 진정한 혼자였다고 생각해..
그래서.. 안도할 수 있었던걸까..
다시는 기대하는 일도 없이, 그저 조용히 죽어갈 수 있으니..
그 속에서, 그 존재를 쫓아가고 싶었어..
그 사람이 걸어간 길을 나 역시 뒤쫓아 걸어가고..
언젠가는.. '미안하다' 고 말해주고 싶었어..
하지만, 그것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것이라는걸..
이제야 알게된 것 같아..
혼자라는 안락한 생활 속에서..
난 또 다시 무뎌지고 있었던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게 허락된 것을 망각해버린채..
나 역시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조금씩 믿게 되어..
미래를 바랬던걸까..
이제는.. 또 다시 체념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어..
내게 허락된 것은 이것 뿐이라고 쉽게 변명해버린채..
피로 얼룩진 과거의 반복은..
그동안 내가 가져왔던 것에 대한 속죄겠지..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