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감정 (兩價感情)
[명사] <심리> = 모순 감정.

모순감정 (矛盾感情)
[명사] <심리> 논리적으로 서로 어긋나는 표상의 결합에서 오는 혼란스러운 감정.
어떤 대상, 사람, 생각 따위에 대하여 동시에 대조적인 감정을 지니거나,
감정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따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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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게 화를 내며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너는 그게 뒤틀렸다고.
성격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죽는다는 말을 하는 주제에 어째서 살아있을 때를 가정하는지.
남들은 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너 혼자서 언제까지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거냐고 소리쳤다.
굳이 올려다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경멸은 그렇게 나를 향한다.

모순. 그리고 또 모순.
스스로도 진절머리가 날 만큼 모순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하나만 택할 것을 강요해.
하지만 내게 남아있는 선택은 대체 뭐가 있을까.

피, 약물.
복수, 계약.
미움, 실망감.
증오, 그리고 저주.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결국 무엇을 택할까.
어쩌면, 그건 이미 정해져있는 이야기.

살고 싶다. 하지만, 살아있는 한 스스로를 죽일테지.
끊임없이 피를 흘리고, 짓밟을거야.
누군가를 좋아하려고 해도 밀어낼거다.
실망하고 또 실망해서 날 경멸하게 만들거야.
지키려해도 잃어버려야 해.
지킬 것도 없는 주제에 무언가를 지키려 했던 자신이 비참하도록.

이젠 나도 지쳤어.
다 그만두고 싶다.
갈등하는 것도, 모순되는 것도, 기대를 갖는 것도 모두.

양가감정, 이라고 했었지.
그리고 스스로도 모순을 알고 있지 않냐고 했었지.
아아, 알고 있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게 나쁜거야?
당신들이 원하는대로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보여줬을 뿐이잖아.
어차피 그걸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건데?

변하라고? 애써 변해도 또 그렇게 말할테지.
또 변하라고.
날 위한 거라는 변명 따윈 집어 치워.
난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

내가 일부러 상처를 보여주지 않으면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당신들이 내게 바라는 건 대체 뭘까.
그러면서 왜 기대하라고 했어?
내 기대에 부응하지도 못하면서
마음을 닫고, 힘겹게 만들어 놓은 모습을 왜 바꾸려는건데.
그 변화를 나 대신 책임져줄 것도 아니잖아?
같잖은 자극 따위, 내겐 날 더 죽여버리고 싶을 뿐이야.

말은 가벼워. 너무나도 가벼워서 믿는 게 무가치할만큼.
이젠 구태여 변명하기도 지겹다.
그래, 난 거기까지고 처음부터 그 뿐인 인간이니까.

다 그만두자.
그렇게 요구하는대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역시 난 복수를 선택할게.

당신들한테는 고마워하고 있어.
내게 가르쳐줬으니까. 미뤄오던 결정을 내려버리게 했으니까.
나에 대한 복수도, 당신들에 대한 복수도 모두 같아.
모순이 아니야.
그 경멸 그대로, 되갚아줄테니까.

난 날 죽일거야.
그것이 나에게도, 당신들에게도 최고의 복수가 되겠지.
당신들이 지껄이는대로 내가 당신들에게 소중한 존재라면,
그런 내가 날 죽여줄게.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죽여줄테니까.
이제 내게 남은 건 복수 밖에 없어.

가끔씩 환상을 봐.
내가 사라져버린 세상. 그리고 그 후의 현실.
눈이 쌓인 오후는 한가하고,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아.
눈물겨울만큼 한가한 겨울은 마치 낙원처럼 느껴진다.

단지, 당신들이 어떤 낯짝을 하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

Posted by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