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sed reality

we are liars..

sey 2007. 5. 19. 04:00

'예전에는 아프다는 말은 할 줄 알았었는데..'

그때..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언제쯤의 이야기일까.. 어느사이엔가 굉장히 멀어진 느낌이 들어..
작지만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있었고..
타인에게 가면을 쓰지 않은 채 조금은 솔직해질 수도 있었던걸까, 그때의 난..

용서 받고 싶었고, 인정 받고 싶었던건지도 몰라, 우리들은-..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함으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함으로..
하지만 말이야, 한 두 번의 거절이 쌓이고 쌓여 단단한 체념의 벽이 되고
결국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가면을 써버렸으니까..
가면을 지키기 위해 끝 없는 거짓을 만들어내고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

사실은 그게 아닌데도,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많아..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도망치기 위해서.. 혹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정말로 필요한 존재이고 싶었던 거였을거야..
내가 아니면 안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었고
없음 뭔가 허전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었을거야..
행복해지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었으며
타인에게 인정받고, 관심 받고 싶었을거야..

...그게 안되니까..
아무리 노력했어도 그런거 한 번도 일어나주지 않았었으니까..
이젠 그런거 일어난다 해도 믿지 못할만큼 불신하게 되버렸으니까..
혹시나 예전의 내가 되살아나서 그걸 바라게 되는게 두려워서
아닌 척 하는 걸지도 몰라..
싫어싫어싫어..라고 말하다보면 정말로 싫어하는 것 처럼 될지도 모르니까..
적어도 타인에게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계속 말하게 됨으로써
좋든 싫든, 그런 척 할 수 밖에 없게 됐으니까..


저기, 어째서 난 이제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된걸까?
분명 당신들도 원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왜.. 당신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되어버렸을까..
난 당신들 덕분에 더욱더 가면을 내 의지대로 쓸 수 있게 되어버렸어..
아무런 가책도, 괴로움도, 미안함도 없이..
그래, 당신들이 원했었으니까.. 조금이나마 밝아지는걸 원했으니까..
가면으로 당신들을 속여도 눈치채지 못하니까, 그럴 수도 없을테니까..
당신들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힘겨웠는지 알아주지 않으니까..
...겨우 이 따위 가면에 만족하고 그걸로 충분했으니까..

왜.. 자각하게 만든거야..?
그런 말을 하면서까지, 그런 말을 들어가면서까지..
당신들은.. 그리고 나는 왜 이곳에 서있는걸까..
어차피 나에게서 당신들은 예외가 될 수 없고, 당신들에게도 난 예외가 될 수 없는데..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기대하지 않으면 기대하라고 하고..
기대해서 상처 받고 돌아서버리면 당신들은 날 비난할테지..
그럼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야되는건데?
나 역시도 당신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는걸 알아..
하지만 당신들 역시 내 기대에 부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잖아..
그런데도 왜 자꾸 내가 당신들의 기대에 부응하길 원해?

왜 항상 난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해줘야하고, 변해야하는데..
당신들은 내 작은 기대에 부응할 수 조차 없는거야?
그래서 돌아서버린 날 당신들이 비난할 자격조차 있는걸까..
내가 힘겹게 조금씩 변해가는 동안 당신들은 나에게 대체 무엇을 해주었기에
그렇게 당당하게 지껄일 수 있는걸까..

나도 지쳤어, 당신들로부터는 항상 자괴감 밖에 느낄 수 없다는 사실에..
알지도 못할테지.. 내가 자괴감을 느끼도록 알려준건 바로 당신들 자신이라는걸..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걱정마, 알려줄 생각은 없어.. 평생. 어차피 궁금해하지도 않을테니까..

당신들이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우선시하듯이,
나 역시도.. 무엇보다 우선시 하는 것은 내 자신의 증오심일 뿐..
하지만, 내가 당신들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겠지..
...서로 똑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