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기억..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피의 흔적..
살아있어서 미안하다는, 정적의 말 한 마디..
지금도 잊고 있는건 아닌데..
타인으로부터, 현실로부터 도망친 채..
스스로가 만든 껍질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자유' 라고..
아직은 도망쳐도 된다고.. 그렇게 착각했던걸까..
피로서 감춘 내가 저지른 '죄'..
난 그렇게.. 도망쳤다..
당신에게로 모든 탓을 돌리고..
난 고통받고 있으니까, '속죄'를 하는 것처럼..
단지.. 그렇게 속여왔던 것 뿐..
추억의 잔혹감에, 현실과의 괴리에,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서..
내 존재는 고통받아 마땅한데도..
내게 허락된 것은 그것 뿐인데도..
당신을 만난 잠깐 동안..
괴로움이라고..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을거라고..
언젠가는 내 피 묻은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오직 인간만이,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당신의 말..
그 말을 믿고 싶었다..
당신을 잃고..
수 많은 피의 흔적들이 새겨지고 난 뒤에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나에게 허락되지도 않은 것에 대한 동경..
그것을 하나씩.. 속죄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날 떠나고..
당신과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그저 꿈으로 부정할 수 밖에 없는 일..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당신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겠지..
죽음을 원한다면서도..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는지 알면서도..
아직도 약간의 미련으로..
그저, 피를 흘리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자유와 안식..
언제쯤이면.. 그곳에 다가갈 수 있을까..
이렇게.. 미련만 남은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