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sed reality
멈춰진 시간..
sey
2006. 4. 16. 22:00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그날의 핏자국 위에..
오늘도 또다른 핏자국을 새롭게 묻혀나간다..
녹이 슬어버릴만큼 시간이 지났는데도 지워지지 않은 그 칼날 위의 핏자국처럼..
나 또한 어느 것 하나 변하질 못했다는 시간이 들어..
한 때 움직이기 시작했던 나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버렸으니까..
.
당신과 만났던, 지금 이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의 언저리..
3 년이라는 시간과 그 속의 계절도 변해가고 있지만.. 아직도 나의 계절은 겨울인걸까..
소중한 것을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그 겨울과..
나의 기억이 사로잡혀 머물러 있는 겨울이, 아직까지도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이야..
이것이 당신이 걸어간 길, 그리고 지금의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
이미 버림받은 내 존재에 아무런 미련도 남아있지 않지만..
문득, 당신이 걸어간 그 길은 어땠었냐고.. 그렇게 묻고 싶어졌어..
...알고 있어, 나에겐 그런 자격이 없다는 것도..
난 아무리 해도 당신이 걸어간 길을 뒤따라갈 수 없다는 것도..
언제나 과거 속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당신은 이미 나의 과거가 아니니까..
살아있음을 저주하면서도..
과거 속에 멈춰진 나의 시간들은..
아직도 당신이 있던 풍경과 그 빈자리를 지켜나가며 녹슬어가고..
언제까지나 과거만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공백을 찾고 있어..
이미 혼자서 걸어가는 길과 혼자서 살아가는 시간들에 익숙해져버린 나에게..
언젠가 움직이기 시작했던 그 시간들은.. 이제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으니까..
난 아직도.. 그만큼 커버리지 못한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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