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계약..
내가 선택하지 못한 이 길을..
아직도 버텨나가고 있는건, 더 이상 스스로를 위하지 않기 때문일 뿐..
지난 시간들처럼 나 자신을 위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으니까..
이곳에서 자신의 무능력함에 절망하고, 스스로의 천함을 느끼면서..
그렇게 추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내가 스스로에게 내릴 수 있는 고통일 것이다..
혼자이기에 느낄 수 없었던 '혼자라는 고독'..
이것이 나에게 하나의 안식이었다면, 지금의 내가 택한 길은.. '여럿 속의 혼자'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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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너와 나의 계약,
채 치유되지 않은 상처, 그 계약의 증표에 다시 피를 머금으며..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자신을 짓밟고,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스스로가 파괴해..
지워지지 않는 계약의 증표와 함께,
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스스로를 짓밟겠다던 너와 나 그 피의 계약을,
그날의 녹이 슬어버린 칼날과 함께 지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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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만이 나에게 내려진 축복이며, 고통의 순간만이 내가 가질 수 있는 기쁨..
이미 쓰레기가 되어버린 내 자신에게, 앞으로 남겨진 시간은 그것 뿐이니까..
그런 미래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현실을 저주할 필요는 없어..
저주할 대상은 그 현실이 아니라, 너 자신이니까..
아무도 내가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도, 그것은 '나' 이기에 잡아주지 않은 것..
'나' 이기에 쉽게 잊혀지는 존재이며, '나' 이기에 버람받는 존재,
아무리 몸부림쳐도 변할 수 없었던 것처럼..
'나' 이기에.. 이제는 이것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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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있는건, 남은 내 미래를 없애기 위해..
나의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추하게 살아남아.. 그 축복의 끝을 맞이할 테니까..